FJORD AUDIO

진공관으로 진정한 하이엔드를 경험하고 싶다면

2025-11-05     김문부 기자

한국의 신생 오디오 브랜드, 해외에서 먼저 알아봤다. 이미 영국에서 성공적인 데뷔전을 보여주었고, 여러 나라에서 이들 새로운 제품에 크나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유려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이 대번에 시선을 끌었고, 거기서 터져 나오는 말도 안 되는 사운드 성능은 단연 환호하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콘셉트 자체도 진공관 앰프. 요즘 제대로 주목할 만한 하이엔드 진공관 제품이 거의 전무한 상황인데, 그 공백을 절묘하게 잘 파고들었다. 성능 자체도 잘 만든 하이엔드 TR, 그 이상을 뽑아내면서,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로 손꼽히고 있는 상황이다. 바로 피요르 오디오(FJORD AUDIO)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제 막 국내 정식 출시가 시작되면서, 10월 한국 첫 시연회를 성대히 열었다.

시연 장소는 광흥창 역 바로 앞에 위치한 피요르 오디오 본사. 일단 들어서자마자 높은 층고에 압도된다. 여러 청음실을 방문할 때마다, 어둠침침한 조명에 조금 좁은 듯한 인상이 답답함을 줄 때가 제법 있는데, 이곳은 밝은 조명에 층고도 높아 일단 시원시원한 환경이 참 마음에 든다. 특히 한 쪽 벽은 LP로 가득 채워서, 나름의 포토존을 마련해두고 있는데, 이런 작은 센스가 청음실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세팅된 기기들도 호화롭다. 윌슨 오디오 알렉시아 V가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주며, 피요르 오디오의 C100 프리앰프, P150 모노블록 파워 앰프, A100 포노 앰프가 이번 시연회의 주제를 알게끔 한다. 네트워크 플레이어로 dCS의 리나 DAC X가 마련되었고, 클리어 오디오의 이노베이션 턴테이블도 함께 했다. 사실상 알렉시아 V를 완벽히 구동해줄 피요르 오디오 시스템의 데뷔전이 이번 청음회의 핵심인 것이다.

한참을 이곳저곳 구경하다가, 곧이어 피요르 오디오의 CEO이자 CTO인 장현태 대표가 인사말을 전하며, 시연회는 시작되었다. 이름과 얼굴이 익숙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 월간오디오의 편집위원이자, 오디오 강연 및 평론가로 활약하고 있는 그 인물이다.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엔지니어로서 명성 높았던 만큼, 이번 피요르 오디오는 그의 오랜 결실이라 할 수 있는데, 오디오 애호가로서, 그리고 엔지니어로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실현시키며, 진공관 앰프로 이뤄낼 수 있는 한계치 그 이상의, 최고 하이엔드 성능을 담아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제작자와 교류하며 이미 사진으로 몇 번 봤던 제품이지만, 실물의 고급스러움과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왜 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유럽 제품이라며 관심을 보였을지 짐작게 하는 그 유려함이 멋지게 담겨 있다. 특히 메탈과 함께 멋지게 포인트를 준 사이드 쪽 우드 패널은 확실히 시선을 잡아끄는데, 차마 지문을 남기기 아까울 정도로, 그 마감 수준이 남다르다. 외부에서 보면 나사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디자인적 세세함까지 철두철미하다. 그러고 보니 브랜드 네임과 로고도 노르웨이의 빙하 협곡인 FJORD. 확실히 유럽산으로 착각할 수밖에 없는 이름과 디자인이다. 아마 배경 없이 본다면, 누구나 한국의 브랜드라는 짐작 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간단히 브랜드 스토리를 마치며, 본격적인 제품 소개가 이어진다. 앞서 말했듯 총 3가지 모델로, 프리앰프, 모노블록 파워 앰프, 그리고 포노 앰프 구성이다. 전체적으로 퓨어 클래스A 설계를 기본으로 하며, 진공관으로 제로 피드백 디자인을 실현시켰다. 그 외에도 독자적인 DFD(Direct Full Difference Circuit) 회로, 밀리터리 스펙의 PCB 디자인, UTS(Upper Tube Set) 메커니즘, 전용 FJORD 진공관 사용, 세계 최고 등급 변압기 장착, 피요르 오디오 독점 볼륨 어테뉴에이터 등 기술적인 특별함도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드디어 본격적인 청음. 일단 첫 소리가 터져 나오자마, 작게 감탄할 수밖에 없다. 일단 말도 안 되게 깨끗하다. 일체 주저함이나 노이즈도 느껴지지 않으며, 알렉시아 V의 모든 것이 일순간 터져 나오는 듯한 장관이 펼쳐진다. KT150이 원래 이렇게 다이내믹이 좋고, 스피드감이 있었나 생각될 정도로, 지금껏 들었던, 그 어떤 진공관 앰프보다도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 진공관 앰프는 하이엔드적으로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었는데, 지금껏 경험한 모든 단점들이 일순간 사라지고, 진공관 앰프의 장점만이 뚜렷하게 남아 있다. 한없이 넓게 펼쳐진 무대감과 그 사이사이를 포근하게 채우는 아름다운 잔향, 또렷하고 선명하게 전해지는 음 하나하나의 디테일, 거기에 바닥을 휘어잡는 근사한 저음까지, VIP를 위해 특별히 더 잘 차려진 하이엔드 정식을 제대로 대접 받고 온 기분이다. 들으면 들을수록 황홀한 경험이고, 새롭게 기억해야 할 하이엔드 사운드가 펼쳐진다. 자리를 옮겨 핀 포인트만 중간 자리에서 제대로 잡으면, 왜 많은 하이엔드 유저들이 윌슨 오디오를 좋아하는지 알게 하는 그 정확도와 응답성은 그야말로 쾌감 그 자체. 재미있게도 스트리머와 턴테이블을 번갈아가며 들려주었는데, 아날로그 쪽에서 A100 포노 앰프가 제대로 힘을 발휘한 듯하다. 하이엔드의 아날로그 세계는 바로 이런 것이라는 것을 멋지게 점찍어 두고, 고전과 현대의 명연들을 엄청난 밀도감과 디테일로 표출해낸다.

애초에 느지막한 시간이었지만, 청음도 어느덧 훌쩍 지나간다. 웅산, 닐스 로프그렌, 다이애나 크롤, 나탄 밀스타인, 매리언 힐, 휴 마세켈라 등 다양한 레퍼토리들이 강렬한 기억을 안겨 주었다. 이것이 진짜 하이엔드라는 것을 제대로 알려준 피요르 오디오, 나만 알기에는 왠지 아쉬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꼭 들어보라 추천하고 싶은 그런 오디오 브랜드가 탄생했다. 다음 방문을 한 번 물어봐야겠다. 자꾸만 소리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