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nics SL-40CBT

가성비 높게 다가온 다이렉트 드라이브의 매력

2025-10-10     김남

SL-40CBT는 다이렉트 드라이브 턴테이블의 본산이나 다름없는 테크닉스에서 출시한 범용 턴테이블 신기종. 이 제작사는 긴 역사만큼이나 많은 모델이 있는데, 시청기는 가장 대중적인 가격대로 만든 초유의 제품이다. 테크닉스의 이름에 걸맞은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최대한 군살을 뺀 간판 실용기로, 가장 간결하고 저렴한 모델이 등장했으니 이제 어느 제품을 고르나 골머리 앓을 필요 없다. 그 이유만으로도 새로운 인기 종목이 될 것 같다.

외부 형태는 기존 정통 턴테이블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스타일은 역시 멋지다. 기술적 방식도 다이렉트 드라이브 그대로다. 고급 스피커를 예로 들면 인클로저에서 과잉 사치를 부려 외양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과다한 제품도 많은 시절인데 외양을 수수하게 만들어 그 비용을 확 줄인 스피커라고 생각해도 되겠다. 제품 이름도 1200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40이라는 새 번호가 들어간 것으로 봐 동일한 번호의 모델이 더 나올 가능성이 크다.

턴테이블은 기본적으로 그야말로 육중한 플래터를 잘 돌리기만 하면 되는 기기이다. 조용히 정확한 속도로 잘 돌아가기만 하면 되고, 소리의 대부분은 카트리지가 만들어 낸다. 수치가 정해진 것이 아니지만 아마 턴테이블 성능의 태반은 카트리지가 결정한다. 그 외의 미묘한 부분에서 턴테이블 몸체가 영향을 미치지만 그 차이가 별로 크지 않다.

턴테이블은 워낙 독특하고 미묘한 분야라서 한마디 잘못하면 정치인들 논쟁처럼 반론에 반론이 1년 내내 이어진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는 자기주장을 조금 강하게 내세웠다간 그야말로 본전도 건지기 어렵다. 따라서 더 이상의 논평은 삼가겠지만, 기본적으로 턴테이블 사용자들을 나는 존경한다. 순수한 음악 애호가로, 순수한 오디오 애호가로 턴테이블을 갖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사기나 다름없지 않은가. 디지털 쪽으로만 오디오를 구동하면 오디오는 어쩐지 죽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에 비하면 턴테이블이야말로 오디오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 주는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무기질이 아닌 유기질의 소리이며 음악에서 사람의 체취를 강하게 느끼게 해 주는 유일한 제품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같은 장소에서 음악을 들어도 턴테이블로 들으면 그 자체 하나만으로도 음악의 깊은 울림이 있으며 연주자나 작곡자의 향취 같은 것이 은은히 배어나오는 것이다.

아직 턴테이블이 없는 음악 애호가라면 부디 최우선적으로 턴테이블을 한 대 마련하시라. 고가 제품에 눈을 돌릴 필요 없다. 그러나 저가품도 너무 범람하는 시절이라 아이들 장난감 같은 제품도 즐비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돈 버리고 기대가 실망과 분노로 돌변하기도 딱 좋다. 그런 의미에서도 테크닉스는 제품 신뢰도가 뛰어난 브랜드이기 때문에 안심하고 권할 수 있는 이름이며, 사운드의 수준, 기계적 완성도, 제품의 수명 등이 가격의 차이를 넘어 비교적 균일, 어느 것 한 가지 크게 빠지지 않는다. 수십 년 오직 턴테이블 한 종목에 매진해 온 이 레이블에 경의를 표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 않은가.

시청기보다 고가품(동사의 1200, 1300, 1500 시리즈)과 비교해 무엇이 달라졌는지 보자면, 가장 큰 것은 회전하는 플래터의 형태이다. 근래 동사는 플래터 제작에 힘을 기울여 알루미늄과 고무의 이중 접합 방식을 사용하는 데 비해 시청기는 알루미늄 단독이다. 따라서 약간 무게 차이가 난다. 사실 고전 빈티지 명기부터 대다수 제품은 모두 한 가지 금속 소재로 되어 있다. 둘째는 스피드 조절에서 78회전을 과감하게 생략했다. 지금 78회전이 도대체 왜 필요한지 모르는 세대에게는 그야말로 합리적. 셋째로 바디 역시 순수하게 MDF 단일 소재로 구성했다. 이 편이 더 깨끗하고 더 날렵해 보인다. 사실이다. 넷째, 기본 설치되어 있는 S자형 알루미늄 톤암과 오디오 테크니카 AT-VM95C 카트리지야말로 이 신제품이 얼마나 실용적인가를 단적으로 증명해 주는 서비스이다. 상당 기간 그냥 카트리지 걱정 없이 들어도 되기 때문이다. 다섯째, MM 포노 이퀄라이저를 탑재해 별도의 포노 앰프 필요 없이 오디오 시스템에 바로 연결할 수 있다. 여섯째, 시청기는 블루투스 연결이 가능해 무선 블루투스 스피커나 헤드폰에 연결할 수 있다. 턴테이블을 처음 접하는 세대에겐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게다가 aptX Adaptive 코덱을 지원한다.

턴테이블을 하나 추천해 달라면 오만 가지 실력을 발휘, 장광설을 늘어놓는 것이 이쪽 전문가들의 행태이지만 시청기 같은 제품은 그런 장광설 전문가들과의 인연을 끊어도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단순, 명쾌하며 사용 시 주의 사항도 거의 없을 정도이다. 그냥 레코드를 올려놓고 스위치를 누르기만 하면 끝! 그런 것이 얼마나 사람을 편하게 해 주는지 나이가 좀 들면 실감하게 된다. 이 정도 가격대로 이 정도 수준급 턴테이블 사운드를 즐기기는 사실 쉽지 않은데, 그런 점을 영리하게 간파한 테크닉스의 지혜가 만들어 낸 세련과 실용과 상식의 삼위일체 제품이다. 적막하게 정확하게 돌아가고 있는 이 플래터의 아름다움! 


가격 119만9천원   
구동 다이렉트 드라이브 브러시리스 DC 모터   
속도 33-1/3, 45RPM
턴테이블 플래터 알루미늄 다이캐스트(30cm/1.26kg)
와우 & 플러터 0.025%
카트리지 오디오 테크니카 AT-VM95C   
톤암 스태틱 밸런스(유효 길이 23cm/오버행 1.5cm)
아날로그 출력 RCA×1, Phono×1   
포노 앰프 탑재(게인 36.5dB)
블루투스 지원(Ver5.4/aptX 어댑티브)   
크기(WHD) 43×12.8×35.3cm   
무게 7.1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