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naudio Contour 20 Black Edition
완전히 다른 등급, 컨투어 20의 진정한 종결판
스피커가 작을 때 실제로 얼마나 많은 저음을 기대할 수 있을까? 북셀프 스피커를 쓰면서 가장 힘들게 넘어야 할 허들이 바로 저음일 텐데, 다인오디오(Dynaudio)의 신작 컨투어(Contour) 20 블랙 에디션(Black Edition)은 이 부분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새로운 베이스 드라이버와 함께 새로 설계된 스피커 후면의 대형 위상 반전 포트 덕분에 저음에서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가장 까다로운 저음의 리듬감이 필요한 녹음들에서 저음 재생에 요구되는 성능들까지 충분히 통과해낸다.
흥미로운 점은 기존 컨투어 20i의 베이스 드라이버 18W55와 똑같은 유닛으로 보이지만, 새로운 마그넷 및 모터 시스템으로 네오디뮴을 적용하고, 드라이버의 물리적 운동계가 되는 포머와 보이스코일 역시 소재를 바꾸고 새로 설계했다. 덕분에 역동성은 대폭 향상되었고, 재생 대역도 넓어져 트위터와 신호를 주고받는 크로스오버도 2.2kHz에서 3.6kHz로 더 위로 올라갔다. 흥미롭게도 스펙적으로는 기존에 -3dB 컷이 38Hz였던 것에 비해 50Hz로 오히려 10Hz 이상 더 저음의 한계가 올라갔지만, 오히려 사운드로는 매우 단단하고 파워풀한 저음을 들려준다. 특히 컨투어 20i보다 훨씬 커진 후면 포트는 단순히 구멍만 키운 것이 아니라, 포트 입구와 포트 출구를 모두 새로운 기울기의 나팔 형태 설계를 더한 듀얼 플레어 포트로, 헤리티지 스페셜에서 볼 수 있었던 포트와 유사한 모습이다. 성능 또한 더 기민하고, 저음의 정확함과 깊이감을 더해, 저음 개선에 큰 역할을 하도록 했다. 덕분에 일렉트로닉 음악과 오케스트라 대편성에서 탄탄한 저음 재생을 들려주고, 명료하고 스피드감 있게 개선된 저음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균형감 있는 사운드를 선사한다.
저음과 달리 고역은 기존 컨투어 20i와 스펙상으로 동일하고, 23kHz의 한계치를 갖고 있지만, 당연히 음질적으로는 많이 달라진 개선점을 느끼게 한다. 예를 들어 2L에서 발매된 호프 앙상블의 ‘블라구텐’ 같은 녹음을 들어보면 스튜디오 녹음 특유의 매우 음악적이면서도, 조용히 차분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데, 피아노의 터치와 그에 따른 음색은 매우 아름답고, 마티아스 아이크의 독특한 트럼펫 음색도 마찬가지이다. 악기들은 전면의 음상 위에 아름답게 자리 잡았고, 그 주변에 잔향과 울림들이 아주 잘 살아 있다. 타악기에는 천둥 번개처럼 순간적인 저음의 에너지가 분출하지는 않지만, 음상 속의 아주 먼 곳에서 들려오는 저음의 울림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이처럼 녹음에 담긴 디테일과 음색적 사실감, 그리고 넓은 사운드 스테이지는 듣기에 편안하고 여유로운 느낌을 선사한다. 이런 사운드를 이끌어낸 또 하나의 일등 공신은 아마도 에소타 3 트위터 덕분일 것이다. 에소타 3은 강력한 네오디뮴 자석, 알루미늄 보이스 코일, 대형 후방 쳄버, 다인오디오만의 헥시스 기술(진동판 후면에서 발생하는 공명을 분쇄함), DSR 코팅 패브릭 진동판을 갖추고 있다. 다인오디오에 따르면, 이를 통해 역동성과 트위터의 디테일 재현 능력이 모두 극적으로 향상된다고 한다.
다만 이와 같은 블랙 에디션 특유의 진화 포인트를 완벽히 이끌어 내려면 앰프 선택에 어느 정도 신경을 써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스펙적으로는 최소 임피던스가 4Ω 수준으로 어렵지는 않으나, 아무래도 힘과 스케일에 유리한 앰프를 물릴 경우에 훨씬 더 나은 성능을 보여준다. 실제로 테스트 시에도 크렐의 K-300i나 그리폰의 디아블로 300, 그리고 아큐페이즈의 C-2900과 A-80 프리·파워 앰프를 사용해봤는데, 역시 상위 등급의 앰프로 갈수록 스피커의 크기를 잊게 만드는 대형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개인적으로는 가격적인 면에서 크렐의 K-300i 정도의 앰프면, 컨투어 20 블랙 에디션이 지닌 장점과 컨투어 20i보다 더 우월하고 진화된 면모를 충분히 즐길 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 이 두 조합으로 마이클 틸슨 토머스가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 녹음한 말러 교향곡 3번을 들어보면, 대편성 교향곡 녹음이 지닌 넓은 사운드 스테이지가 그대로 눈앞에 펼쳐지는데, 특히 좌우의 넓은 폭 만큼이나 중앙의 안길이, 심도 깊은 입체적 무대를 그려내는 능력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또한 1악장 총주에서의 다양한 악기들의 디테일도 뭉개짐 없이 모두 살려내면서도, 대음량 재생을 어렵지 않게 소화하여, 마치 톨보이 같은 북셀프로 유명한 다인오디오 북셀프의 장점이자 개성을 여실히 입증해보였다.
여기서 앰프를 그리폰의 디아블로 300으로 바꾸면, 크렐에서 한 단계 더 높은 진정성, 탁월한 제어 능력, 그리고 좀더 부드러운 사운드까지 더해져 전통적인 베스트 조합인 다인오디오와 그리폰 조합의 장점을 확연히 들려준다. 본격적인 분리형 하이엔드 시스템 부럽지 않은 사운드가 탄생한 것이다.
이 특별한 컨투어 20의 스페셜 블랙 버전은 북셀프 애호가들과 심플한 하이엔드를 찾는 이들에게 사랑할 받을 만한 요소가 가득하다. 기존 버전과 똑같고, 색상만 다른 이유로 별 차이 없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매번 강조하지만, 사실상 완전히 다른 등급의 스피커이다. 특히 뛰어난 만듦새와 컨피던스 20 부럽지 않은 사운드 퍼포먼스를 지녀 하이엔드 북셀프 스피커 시장의 새로운 레퍼런스로 불릴 만한 제품이라 할 수 있다. 가장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하이엔드 입문형 스피커로 손꼽아도 손색이 없는 북셀프 계의 수작이 등장했다.
가격 1,400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Dual Flared Port)
사용유닛 우퍼 18cm MSP 콘, 트위터 2.8cm 에소타 3(Hexis)
재생주파수대역 50Hz-23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3600Hz
출력음압레벨 86dB/2.83V/m
임피던스 4Ω
파워핸들링 180W
크기(WHD) 21.5×44×40cm
무게 14.6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