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oon Products AMP-8510A
드디어 완성, 바쿤표 클래스A 싱글엔디드 앰프
바쿤 프로덕츠(Bakoon Products)라는 브랜드로 유명한 일본 SCL(Satri Circuit Laboratory)에서 클래스A 싱글엔디드 파워 앰프 AMP-8510A를 내놓았다. 지난 2005년 푸시풀 구동의 클래스A 파워 앰프 AMP-5513을 내놓은 적은 있지만, 한 개의 출력 소자가 0-360도 음악 신호 전부를 증폭하는 싱글엔디드 앰프는 이번 AMP-8510A가 처음이다.
출력 소자는 초저 임피던스의 MOSFET. 채널당 1개씩만 투입해 8Ω에서 10W를 얻는 극단적인 설계를 취했다. 아키라 나가이 SCL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니, 1개 MOSFET으로 그 이상의 출력을 내는 소자를 찾기 힘들었다고 한다. 바이폴라 트랜지스터가 아닌 MOSFET을 선택한 것은 태생이 스위칭 소자라 100kHz 방형파를 얻을 수 있어서였고, 푸시풀이 아닌 싱글엔디드를 선택한 것도 P채널 MOSFET이 극히 드문 현실 때문이라고.
AMP-8510A는 또한 출력단에 네거티브 피드백을 걸지 않은 무귀환(Non-NFB) 앰프다. 통상 왜율과 출력 임피던스를 낮추고, 대역폭을 넓히기 위해 네거티브 피드백을 걸지만, AMP-8510A는 무귀환으로 1W 출력 시 0.05%라는 낮은 왜율과 10kHz는 물론 100kHz에서도 방형파를 얻는 데 성공했다. 네거티브 피드백을 걸지 않으니 트랜지언트 응답이 늦어지는 TIM 왜곡은 당연히 사라졌다.
전압 증폭단에는 바쿤 앰프의 시그니처인 2세대 HBK(i) 회로가 투입됐다. 트랜지스터 대신에 커런트 미러 회로 앞뒤에 있는 두 저항의 비율로 증폭을 하는 것이 사트리(Satri) 회로이고, 이 사트리 회로가 진화한 것이 HBK(i) 회로다. 사트리 회로가 ‘전류 입력, 전류 출력’에 기반한 만큼 전압 입력 시에는 임피던스를 낮춰줄 버퍼 회로가 필요했는데, 이 음질에 안 좋은 버퍼 회로 없이도 전압 신호를 받을 수 있게 한 것이 HBK(i) 회로다.
AMP-8510A를 실제로 운용해보면 알루미늄 섀시가 상당히 뜨거워지는데, 이는 클래스A 앰프 특성상 10W 출력 시에도 바이어스 전류가 1.8A나 흐르기 때문이다. 통상의 클래스AB MOSFET 앰프 바이어스 전류가 100-300mA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고 전류다. 게다가 바쿤에서는 이 바이어스 전류를 정밀하게 컨트롤함으로써 MOSFET 내부 저항이 흔들리지 않게 한다. 댐핑 팩터가 0.001-8W까지 거의 변하지 않는 이유다.
끝으로 바쿤 앰프는 볼륨 노브(커런트 미러 회로 뒤에 오는 저항)를 통해 소리 크기는 물론 게인을 조절하는데, 최대 게인 값은 19.4dB, 볼륨은 0.5dB씩 67스텝으로 작동하는 디지털 어테뉴에이터를 썼다. 게인을 최대치로 하면 앰프의 대역폭은 최소가 되는데, 이는 게인대역폭곱(GBW)은 일정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게인을 낮추면 고역이 더 잘나오게 된다. 참고하시길 바란다. 전원부는 SMPS를 썼다.
필자의 시청실에서 이뤄진 AMP-8510A 시청에는 바쿤 PRE-7610 MK4 프리앰프와 B&W 801 D4(감도 90dB) 등을 동원했다. 막판에는 AMP-8510A를 한 대 더 동원해 바이앰핑도 해봤다.
먼저 AMP-8510A 한 대로 들어보면 역시 바쿤 앰프답게 정보량이 많고, 구석구석이 깨끗한 음이 나온다. 801 D4의 10인치 우퍼 2발을 제대로 울리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볼륨(게인)을 꽤 많이 올려야 하지만, 10W 앰프에 대한 쓸데없는 의심은 잠시 거둬두셔도 좋을 것 같다. 필자 경험상 바쿤 앰프는 언제나 그래왔다.
예를 들어 네나드 바실릭의 ‘Bass Drops’를 들어보면 콘트라베이스의 낮고 강력한 저음이 조금도 주저하거나 머뭇거리지 않고 터져 나온다. 이게 실화인가 싶을 정도다. 현이 마구 떨리는 위치도 801 D4의 아래 우퍼까지 충분히 내려간다. 안쪽 깊숙이 파고 들어간 무대도 인상적이다.
알리스 사라 오트의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은 곱고 정갈한 음의 촉감과 쏜살같은 스피드가 압권. 리니어리티가 떨어지는 트랜지스터를 증폭에 쓰지 않은 데다, 네거티브 피드백까지 걸지 않은 데 따른 당연한 전리품이다. 모든 음들이 지체 없이 술술 나온다.
이번에는 바이앰핑. 중·고음을 담당하는 AMP-8510A는 프리앰프로부터 사트리 링크 케이블을 통해 전류 입력, 저음을 담당하는 AMP-8510A는 일반 RCA 케이블을 통해 전압 입력을 받게 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프리앰프 PRE-7610 MK4가 전압(RCA), 전류(BNC) 출력이 동시에 이뤄지는 덕분이다.
포플레이의 ‘Chant’를 들어보면 한 대로 스테레오 구동을 했을 때보다 저역이 더 단단해지고 중·고음도 더 선명하게 잘 들린다. 웅산의 ‘Yesterday’는 뉘앙스가 더 살아났고 음의 감촉 또한 말랑말랑해졌다. 참고로 바이앰핑 운용을 해보며 깨달은 것은 대역폭 손해는 보더라도 저역 담당 앰프의 볼륨을 중·고역 담당 앰프보다 -2dB 정도 높이는 것이 밸런스 면에서 좋았다. 중·고역의 해상력도 더 살아났다.
바이앰핑으로 들은 곡 중에서 가장 감탄한 것은 알리스 사라 오트의 쇼팽 녹턴. 한 대로 들을 때는 적정 볼륨(게인)과 바쿤 앰프 특유의 정갈한 소리 사이의 밸런스를 찾기 어려웠는데, 바이앰핑을 하자마자 피아노의 중·고음이 맑아지고 섬세해지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바이앰핑을 하면 중·고음이 살아난다. 이는 진리다.
흥미진진한 시청이었다. 샘물처럼 맑디맑으면서도 스피커 구동력까지 짱짱한 바쿤 앰프의 시그니처는 여전했고, 더 진득하고 저역의 그립감이 늘어난 것은 클래스A 싱글엔디드 앰프다웠다. 바이앰핑의 결과도 대만족. 감도가 고약할 정도로 낮은 스피커만 아니라면, AMP-8510A 한 대로도 충분하다. 손에 꼽을 만한 앰프가 또 바쿤에서 나왔다.
가격 666만원
실효 출력 10W(8Ω)
아날로그 입력 RCA×1, SATRI-LINK×1
고역 주파수 특성 100kHz(0dB, 1W)
입력 임피던스 100㏀
게인 19.4dB
댐핑 팩터 89.8(1W)
THD 0.03%(1mW)
크기(WHD) 32×13×32cm(앞·뒤 돌출부 제외)
무게 9.7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