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x SR-L500 MKⅡ
확실한 차이를 들려주는 정전형 헤드폰의 미학
스탁스 헤드폰으로 음악을 처음 들어 봤을 때가 생각난다. 너무나 강렬하고 충격적이라 지금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전에는 들어 본 적이 없는, 다이내믹 방식의 기존 헤드폰들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색다른 사운드라 그동안 뭘 들은 거지 라는 푸념을 한 것도 생각난다. 게다가 그 남다른 헤드폰을 만든 스탁스가 8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오래된 일본의 제조사라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스탁스의 헤드폰은 정전형(일렉트로스태틱)이다. 정전형 헤드폰은 일반적인 다이내믹 헤드폰과 다르게 매우 얇은 박막 다이어프램에 높은 바이어스 전압을 걸어 놓고, 동일한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2개의 전극에 음향 신호를 푸시풀로 입력해 정전기의 반발·흡인력으로 다이어프램을 정밀하게 진동시켜 소리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일반 헤드폰과 다르게 구동하려면 DC 580V의 높은 바이어스 전압을 공급해야 해서 반드시 전용 앰프가 있어야 한다.
최근 스탁스는 SRS-X1000(SR-X1 헤드폰과 SRM-270S 헤드폰 앰프)이라는 가장 경제적인 정전형 입문 시스템을 소개했고, SR-X9000이라는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도 선보였다. 새롭게 출시된 이런 신제품들의 바탕이 된 가장 기본형 제품이 이번에 소개할 제품인데, 어드밴스드-람다(Advanced-Lambda) 시리즈의 중급기 SR-L500 MK2다.
SR-L500 MK2는 큼지막한 크기의 오버 이어 타입의 오픈형 헤드폰으로, 특유의 직사각형 하우징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헤드폰은 휴대하고 실외에서 사용할 수는 없고, 집에서 하이파이 시스템으로 음악을 감상하듯 사용해야 하는 실내 전용 제품이다. SR-L500 MK2의 정전형 유닛은 엄선된 고품질의 초박막 진동판과 고정밀도의 에칭 처리로 만들어 매우 높은 평면성과 저공진성을 지닌 견고한 스테인리스 전극으로 만들어졌다. 이 정전형 헤드폰의 주파수 응답은 7-41,000Hz이며 임피던스 145㏀, 음압 101dB, 정전 용량 110㎊, 바이어스 전압 DC 580V다.
이 헤드폰은 구동하기 위한 전용 앰프가 반드시 필요한데, 동사에 다양한 등급의 앰프들이 준비되어 있다. 플래그십인 SRM-T8000부터 SRM-700T(진공관), SRM-700S(반도체), SRM-500T(진공관), SRM-400S(반도체) 등이 있고, DAC 내장 앰프인 SRM-D50과 DAC 내장 휴대용 앰프 SRM-D10 Ⅱ까지 준비되어 있다.
SR-L500이 MK2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케이블을 교환할 수 있게 구조가 바뀌었다. 단선이 되었을 때 유지 보수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바뀐 케이블에는 좌우 표시가 되어 있고, 뒤집어 연결되지 않도록 홈이 파여 있다. 이 케이블은 기존 스탁스 헤드폰 케이블처럼 도체 6가닥이 병렬로 배열된 납작한 외형을 통해 각 도체 사이의 정전 용량을 낮춘 케이블로 만들어졌으며, 도체는 HiFC를 사용했다. HiFC는 프로테리얼(구 히타치 금속)에서 만든 것으로, 구리에 미량의 티타늄을 첨가해 높은 전도율으로 뛰어난 전송 특성을 가지며 연화 특성도 뛰어난 차세대 구리 도체이며, 99.9999%의 고순도 6N 구리와 비슷한 특성을 가진다. 케이블 길이는 2.5m이며 단자는 금도금된 5핀 프로 바이어스 플러그로 되어 있다.
그다음 변경점은 케이스 홀더다. 유닛이 담긴 인클로저를 잡아 주는 역할을 하는 케이스 홀더를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가동되는 부분의 강도를 높였고 비틀림도 억제했다. 그리고 기존의 직선형에서 연결되는 부위가 곡선 형태로 디자인이 변경되어 이어 패드가 머리에 더 자연스럽게 밀착되어 착용감이 크게 향상되었다. 착용 시 헤드폰이 더욱 밀착되면 저음 재생이 향상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이 헤드폰은 하우징이 직사각형으로 되어 있어 한눈에도 기존 다이내믹 헤드폰과 차이 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보기와는 다르게 장시간의 청취에도 불편함이 없다. 그리고 헤드 밴드도 모양이 특이하다. 클릭 방식으로 내부의 헤드 밴드가 10단계로 조절되며, 조절 후에는 위치가 단단히 고정된다. 이어 패드는 인조 가죽으로 만들어졌는데, 장인의 수작업에 의해 정성껏 만들어졌다. 그래서인지 착용감이 상당히 좋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SR-L500 MK2는 역시 일반적인 다이내믹 헤드폰으로는 경험하기 힘든 사운드를 들려준다. 압도적인 해상력과 입체감, 놀라운 초고역 재생 능력, 중역의 단단한 질감, 투명하고 폭넓은 무대까지, 그야말로 헤드폰에 대해 경험이 많지 않은 그 누구라도 금세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탁월한 차이점을 펼쳐 낸다. 특히 클래식을 많이 듣는다면 정말 추천하고 싶다.
구성 푸시풀 일렉트로스태틱, 오픈형
주파수 응답 7Hz-41kHz
일렉트로스태틱 커패시턴스 110㎊
임피던스 145㏀
감도 101dB
바이어스 전압 580V
케이블 컨덕터 HiFC
무게 351g, 479g(케이블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