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do GW100x

슬슬 헤드폰을 꺼내들 시간, 그라도와 함께 하다

2025-09-09     월간 오디오

슬슬 가을 초입의 바람이 한 번씩 뺨을 스친다. 더위에 피신해 있던 헤드폰을 슬슬 꺼낼 때가 왔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이때쯤 한 번씩 가벼운 마음으로 꺼내드는 헤드폰이 바로 그라도(Grado) GW100x인데, 이상하게도 가을만 되면, 이 제품부터 찾게 된다. 그라도로서도 좀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제품이고, 착용감이나 무선 포지션도, 가을의 가벼움에 딱 어울린다. 특히 클래식한 감성을 뽐내기에도 좋은데, 끼고 나가면, 지인들이 한 번씩 어떤 제품이냐 묻는 것도 묘하게 자존감을 높여준다. 몇 번은 소개한 제품이지만, 이맘때, 지금 시점에 소개하기 좋은 무선 헤드폰, GW100x를 다시 한번 꺼내 든다.

그라도와 무선? 지금 생각해도 조금은 어색하다. 그만큼 그라도가 지금껏 보여준 세계는, 빠른 변화보다는 전통성을 유지한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었다. 그래도 그라도는 과거에만 머물지 않고, 꾸준히 변화하는 세계를 받아들일 준비를 남몰래 하고 있었던 것 같다. GT220 무선 이어폰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보여주었고, 곧바로 GW100 무선 헤드폰까지 내놓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세대의 x 시리즈 업그레이드도 빠르게 실행되어, x 버전의 GW100도 만날 수 있었다. 물론 무선 제품이지만, 그라도는 그라도이다. 여전히 특징적인 음색과 클래식한 외관, 당연히 그라도만의 월드를 그려내고 있다.

그라도답게 새 버전이라 해도, 큰 디자인 변화는 없다. 굳이 찾자면 하우징의 브랜드명 위치나 모델명 정도가 달라진 수준이다. 사실 기존 GW100이 프리스티지 시리즈 디자인을 어느 정도 따르고 있기 때문에, 기존 프리스티지 시리즈의 세대별 변화만 보더라도, 큰 변화는 없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디자인은 거의 그대로지만, 내부 쪽 변화는 제법 큰 편이다. 바로 x 버전의 핵심인 4세대 유닛으로 교체된 것인데, 당연히 엔진 자체가 변화했으니, 아예 다른 제품이라 봐도 무방하다. 특히 이번에 대대적으로 이뤄진 x 세대 버전업의 사운드에 대한 평가가 아주 뛰어난데, 그만큼 유닛 성능 및 튜닝 자체가 크게 좋아졌다는 의미도 된다. 실제 44mm 사양의 유닛은 마그네틱 회로, 보이스 코일, 다이어프램 등 거의 대부분 새롭게 설계되었고, 거기에 맞춰 사운드 튜닝도 밸런스 위주의 대중적인 방향으로 조정했는데, 그라도의 특징적인 사운드와 맞춰진 묘한 밸런스 감각은 언제 들어도 매력적이다.

블루투스 버전도 소폭 업그레이드되었다. 기존 5.0에서 5.2로 업그레이드된 모습인데, 당연히 배터리 효율 및 연결성까지 좋아진 모습이다. 코덱은 의외로 aptX 어댑티브까지 지원하는 사양. AAC 쪽도 지원하니, 애플 쪽 호환도 괜찮은 편. 충전 포트는 드디어 마이크로 B 단자에서 일반적인 USB C 단자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유선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케이블은 3.5mm 사양을 제공하고, USB C-USB A 케이블도 빼놓지 않고 있다. 배터리 시간은 기존 40시간에서 46시간으로 높아진 모습인데, 블루투스 버전 상승에 대한 이점인 듯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라도는 기본적으로 오픈형인데, 무선이라고 해도 밖에서 과연 쓸 수 있나, 번뜩 소름이 돋긴 할 것이다. 물론 아무리 그라도라도, 여기에 대한 대책을 아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디자인의 하우징과 내부 구조로 외부로 나가는 소리를 최대 60%까지 줄이는 새로운 설계를 도입했다. 실제 착용해보면 기존 그라도 제품보다 확실히 소리 누설이 줄어든 것을 느낄 수 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WS 쿠션이 적용됐다. S 쿠션처럼 특유의 말랑한 느낌으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착용감이다. 헤드폰 무게 역시 상당히 가벼운 수준으로, 앞서 말했듯 부담 없이 쓰고 다니기 딱 좋은 무게감과 착용감을 선사한다.

사운드는 역시 특색 있다. 물론 예전 날 것 그대로의 원초적인 자극이 아니라, 대역 밸런스에 맞춘 올라운드 성향을 어느 정도 포용하고 있다. 다만 그라도만의 특색이 피치마다 절묘하게 등장하기 때문에, 음악적인 재미까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특히 오픈형 무선 헤드폰이라는 독특한 포지션 때문에, 무선으로 듣는 그라도라는 이색적인 경험도 꽤 흥미로운데, 실제 세계 최초의 오픈형 블루투스 헤드폰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고 제작사는 이야기한다. 물론 오픈형 제품이니만큼 사람 많은 조용한 곳에서는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볼륨을 적절히 타협해서, 오히려 야외에서 듣는다면 좀더 부담 없이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운드 밸런스는 앞서 말했듯 그라도 헤드폰 중 가장 대중적이라는 생각. 여기서 조미료를 하나둘 더 첨가하길 원한다면, 그라도의 상위 유선 제품으로 눈을 돌려도 좋을 듯하다. 프리스티지 시리즈라는 완벽한 엔트리 라인업이 존재하긴 하지만, 좀더 순한 맛의 GW100x로 시작하는 것도 굉장히 안정적인 코스가 될 듯하다. 집에서도 무선의 자유를 누리고 싶은데, 그라도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GW100x가 완벽히 그 욕구를 충족시켜줄 것이다. 순한 맛의 그라도라지만, 그라도는 확실히 그라도이다.


구성 오픈형   
블루투스 지원(Ver5.2/aptX Adaptive, AAC)   
주파수 응답 20Hz-20kHz   
감도 99.8dB
임피던스 38Ω   
구동 시간 대략 46시간   
배터리 용량 850mA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