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naudio Contour 20 Black Edition

차원이 다른 컨투어, 사실상 모든 것이 달라졌다

2025-08-11     성연진(audioplaza.co.kr)

다인오디오(Dynaudio)의 신작 컨투어(Contour) 20 블랙 에디션(Black Edition)은 겉보기에 컨투어 20i와 똑같은 형태에 이름처럼 검은색 글로스 마감만 더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실제로는 엄청난 업그레이드가 속속들이 이루어져, 컨투어 20i와는 완전히 다른 스피커이다. 그래서 가격도 컨투어 20i에 비해 50% 가까이 상승했고, 실제로 컨투어 20i와 컨피던스 20 사이의 넓은 가격 차이를 채워주는, 새로운 중간 단계의 하이엔드형 북셀프 스피커를 목표로 기획된 스피커이다.

간단히 역사를 되짚어 보면, 현행 컨투어의 디자인이 등장한 것은 2016년의 일이고, 이를 새로운 트위터로 업그레이드하며, 사운드 튜닝을 통해 업버전시킨 것이 2020년 발매된 컨투어 20i였다. 대신 이 둘은 거의 같은 가격으로, 진화에 대한 비용 상승은 거의 없는 편이었다. 그리고 2년 뒤에 컨투어 모델은 아니지만, 헤리티지 스페셜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하이엔드 북셀프를 내놓으며, 전혀 다른 수준의 사운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사실 컨투어 20 블랙 에디션의 탄생 배경도, 여기서 얻은 기술적 노하우와 업그레이드 덕분인데, 사실상 컨투어 20i의 업그레이드라기보다는 헤리티지 스페셜의 형태적 변화라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설명해 본다.

컨투어 20 블랙 에디션이 헤리티지 스페셜과 유사한 모델이라는 근거의 첫 번째는 바로 드라이버에 있다. 블랙 에디션은 헤리티지 스페셜과 컨피던스에서 사용한 플래그십 트위터, 에소타3가 탑재되었다. 이미 해상도, 유연성, 광대역 재생 등 하이엔드 퍼포먼스로 유명한 트위터답게 음질은 두 말이 필요 없다. 트위터뿐만이 아니다. 미드·베이스 드라이버 또한 새로 설계한 18W55 MSP 콘 유닛이다. 이는 컨투어 20i의 것과 동일한 콘지와 프레임이 적용되었지만, 마그넷과 스파이더 등을 새로운 부품들로 교체했다. 특히 신형 마그넷은 고강도 네오디뮴 소재로 기존 유닛의 페라이트에 비해 월등한 자력의 차이를 보여준다. 또한 자력이 더 강력해졌음에도, 새 네오디뮴의 크기는 페라이트에 비해 1/4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스피커 내부 용적을 크게 늘려줄 뿐만 아니라, 유닛 후면에서의 공기의 흐름도 훨씬 자연스럽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여, 음질적으로도 더 높은 다이내믹과 내추럴한 사운드를 얻어낼 수 있다. 사실상 헤리티지 스페셜이나 컨피던스 20에 준하는 드라이버 업그레이드가 적용된 셈이다.

드라이버들이 교체된 만큼 크로스오버 또한 완전히 달라졌다. 필터 자체의 차수는 전작과 똑같지만 크로스오버 회로 기판을 보면 부품의 개수가 절반 이하로 확 줄어들었다. 이는 드라이버 자체 성능의 극대화를 통해 필터 자체의 영향력을 최소화시켜, 더 유기적인 대역 밸런스와 이상적인 위상 특성을 이루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컨피던스나 헤리티지 스페셜에서 필터를 최소화시키고, 순수한 드라이버의 성능으로 사운드 밸런스와 튜닝을 완성했음을 되새겨 보면, 컨투어 20 블랙 에디션이 어디에 기술적 토대를 두고 있는지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차로 비유하자면 완전히 달라진 엔진과 미션을 갖춘 셈인데, 그렇다면 차체의 변경도 있을 법하지 않을까? 그런데 앞서 소개에서는 컨투어 20i와 외형은 동일하다고 했다. 물론 그렇다. 18mm 두께의 인클로저 전면과 그 위에 덧댄 14mm 두께의 알루미늄 플레이트로 총 32mm의 전면 패널을 구성한 것은 동일하다. 하지만 드라이버의 교체 등으로 스피커 내부 용적이 좀더 늘어났고, 교체된 새 드라이버에 맞춰 스피커 후면의 위상 반전 포트가 완전히 새로 설계되었다. 훨씬 커진 후면 포트는 단순히 구멍만 커진 것이 아니라, 포트 입구와 포트 출구를 모두 새로운 기울기의 나팔 형태 설계를 더한 듀얼 플레어 포트로, 더 기민하고 정확한 저음은 물론이고, 낮은 대역의 깊이감까지 더하여 저음 개선에 큰 역할을 하도록 했다.

실제 들어보면 1:1 비교는 아니지만 헤리티지 스페셜의 사운드를 떠올리게 만들 정도로, 저음의 개선, 고역의 세련미와 디테일을 곧바로 느끼게 해준다.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 같은 곡에서 북셀프라고 느끼기 힘든 매우 깊은 초 저역대의 에너지를 꽤나 사실적으로 살려낸다. 힘이 없으면서 지나친 부밍이 섞인 저음이 아니라, 단단하고, 균형 잡힌 매우 잘 컨트롤된 탄력적인 저음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저음도 어렵지 않게 소화해 내는데, 실제 들어보면 아마 놀랄 것이다. 음량을 높여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낮은 주파수에서 클리핑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는 전혀 없었다. 스테이징 또한 매우 정확함을 보여주었고, 홀로그램처럼 입체감 있는 이미지 형성도 뛰어났다. 게다가 대역 밸런스도 매우 중립적이고, 흠잡을 곳이 거의 없어서 순수하고 꾸밈이 없는, 컬러링이 크지 않은 음을 들려준다. 과거의 진한 색채감을 앞세운 다인오디오를 좋아했던 분들께는 약간 슴슴하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이는 컨피던스와 헤리티지 스페셜에서 들려준 현대적인 다인오디오 사운드의 공통적인 특징이자 현대의 하이엔드적 스피커들의 성향이기도 하다.

다인오디오의 새로운 블랙 에디션 북셀프 스피커는 컨피던스 20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으나 가격적 부담이 있는 분들, 그리고 지금은 구하기 힘든 헤리티지 스페셜을 찾는 이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스피커이다. 또한 역동성, 강렬함, 거실 전체를 사운드로 가득 채울 수 있는 플로어스탠더 같은 능력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북셀프 애호가들에게 가장 높은 선호도로 지지 받을 만한 스피커임이 분명하다. 과거 컨투어부터 스페셜 25, 헤리티지 스페셜로 이어지는 북셀프 명가의 명성에 걸맞은, 또 한 번 기억될 만한 가장 특별한 북셀프 스피커의 탄생이다. 


가격 1,400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Dual Flared Port)
사용유닛 우퍼 18cm MSP 콘, 트위터 2.8cm 에소타 3(Hexis)
재생주파수대역 50Hz-23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3600Hz
출력음압레벨 86dB/2.83V/m   
임피던스 4Ω   
파워핸들링 180W
크기(WHD) 21.5×44×40cm   
무게 14.6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