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tech Master Crown Power Cable
파워 케이블의 왕좌를 차지한 놀라운 업적
굉장한 케이블이 등장했다. 오디오 역사상 가장 비싼 파워 케이블일지도 모르겠다. 두어 번 가격을 확인하고 나니 두려워진다. 실텍이라는 오랜 명문이 아니라면 이런 제품은 태어나지도 못했을 터이다. 설사 다른 제작사라 할지라도 이런 케이블은 감히 만들 수도 없을 터인데, 실로 오디오 기기의 끝을 모르는 발전이다. 경이롭기만 하다.
대체 왜 이렇게 고가인가? 간단히 이해할 수 있게 손쉽게 설명하자면 이 제품은 기본적으로 만들기가 어려운 단결정 제품인데다가 단결정 실버와 실버 골드 합금의 18개 도체로 무장되어 있다. 자료를 읽으니 이 케이블이 나오기까지 40여 년의 실텍의 역사와 개발이 절절히 스며 있는데, 단순한 호화 버전이 아닌 40년 연구 개발의 결실인 셈이다.
근자에 특이한 체험을 했다. 약간 등급이 높은 파워 케이블 하나를 들였는데 어느 기기에 장착할지 이틀에 걸쳐서 오디오 랙을 밀쳐 둔 채 꼬박 실험 실습을 해 봤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CD 플레이어나 D/A 컨버터에 연결하려 했다가 다른 기기에 번갈아 찔러 보면서 매번 전체적인 소리의 색상이 너무도 달라지는 데 놀랐다. 결국 프리앰프에 장착을 했지만 그 한 기기 장착만으로도 시스템 전체의 소리가 한 등급 올라갔다. 굉장히 기이하다.
실텍은 1983년 네덜란드에서 창업한 뒤 연구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해서 오디오 제품에 케이블이 미치는 효과를 마치 새로 역사를 쓰듯 한 선구자 같은 제작사이다. 본격적으로 자체 특수 측정 장비까지 개발, 당시로는 청취상의 차이점을 설명할 수 없었던 초기 단계를 단숨에 뛰어넘은 선구자격인 제작사이다. 동사의 첫 번째 연구 결과물이 바로 순은 도체의 탄생인데, 그들은 이 시기를 G1으로 표기한다. 99.99% 순도의 실버 와이어를 사용하면서 본격적인 실버 케이블을 양산, 그때부터 본격적인 G1 시대의 막을 열었다. 실텍은 실버 테크놀로지의 줄임말이기도 하다. 그 후 실텍은 세계 케이블 시장을 점령하면서 획기적인 발전을 거듭, 기술, 디자인, 음악성을 결합한 제품이 본격적으로 발표되었는데, 1997년 G3부터 금 원자가 은 격자의 미세 공극을 해결하는 실버 골드 합금 도체를 개발해 케이블에 적용했고, 매 단계마다 은·금 합금의 수준을 향상시켜 G9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클래식 레전드 시리즈에 더욱 안정된 G9 은·금 합금 도체를 적용해 30년 이상 축적된 도체 소재 연구의 정수를 보여 주었다. 지금은 진화를 거듭해 S10 모노 크리스털(단결정) 실버로 최고급 라인을 완성했다. 그리고 시청기 마스터 크라운 파워 케이블은 이보다 한참 더 진화된 최고 수준의 전도성과 제로 결정립계 산란을 제공하는 S10+ 단결정 은 도체를 사용한다. 이 시리즈에는 스피커, 인터커넥트 케이블도 포함되어 있다.
실텍 마스터 크라운 파워 케이블의 핵심 기술은 전원 왜곡 제거로, 오디오 시스템을 오염시키기 전에 AC 전원에서 발생한 왜곡의 모든 흔적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10년 동안 COMSOL Multiphysics에서 모델링하고 초고감도 계측기를 사용한 벤치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밝혀진 것이 자기장 왜곡(MFD)과 전류 차폐 왜곡(CSD)이다. 먼저 자기장 왜곡은 라이브 및 뉴트럴 도체 주변의 표류 자기 누설이 인접 케이블과 부품 섀시에 저전류를 유도하는 것인데, 이 케이블의 정교하게 대칭적인 다중 도체 구조는 반대되는 자기 벡터를 상쇄해 MFD를 지금까지 측정된 것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낮췄다. 그리고 전류 차폐 왜곡(CSD)은 순간적인 피크 전류가 유전체와 차폐를 포화시켜 임피던스를 변화시키고 소리에 색을 입히는 것인데, 이 케이블의 18개 도체 구조를 통해 여러 병렬 경로에 걸쳐 과도 부하를 공유해 순간 전류 밀도를 극히 작게 유지하게 한다. 그 결과 전력 무결성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이 케이블의 구조는 라이브용 S10+ 단결정 은 도체 6개, 뉴트럴용으로 동일한 S10+ 6개, 정전기 차폐막 역할도 하는 복합 그라운드(S10+와 G9 합금) 6개의 3중 코어로 되어 있으며, 이는 넓은 전류 헤드룸과 자체 차폐 대칭성을 제공한다. 그리고 세 개의 번들 모두 케이블 축을 따라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감겨 있는데, 서로 반대되는 나선의 각도는 전자기장을 상쇄하고 오디오 대역에서 기계적 공명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절연체 역시 최고의 기술력을 담고 있는데, PTFE-테플론, 캡톤, 천연 실크, 에어 튜브, 그리고 특허받은 진동 감쇠 복합 소재로 구성된 5중 구조로 되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임피던스를 고정하는 동시에 도체에서 발생하는 미세 진동을 배출한다. 또한 외부의 저공진 폴리머 재킷은 미세 유리 비드를 함침시켜 놓았다.
단자의 경우도 보통이 아니다. 모든 커넥터는 CNC 밀링, 극저온 처리 후 연마 과정을 거쳐 거울처럼 매끈하게 마감 처리하며, 다이렉트 플라즈마 24캐럿 금도금 처리로 표면 산화 및 와전류 발생을 방지한다.
본격적으로 소리 듣기는 꽤 시간을 들여서 에이징이 필요하지만, 몇 분 만에 사실상 플래그십의 위용이 느껴지며 그야말로 마스터 크라운이라는 이미지가 선명하게 그려진다. 사실 오래 들을 필요도 없이, 케이블로 이 정도까지 사운드가 변화할 수 있을까, 감탄과 환호를 멈출 수 없을 정도로, 그레이드 자체가 말도 안 되는 무대를 그려 준다. 저 깊숙한 끝에서 그려지는 저음의 밀도감은 지축을 흔들 정도고, 음의 선명함이나 디테일, 아스라이 사라지는 잔향의 아름다움도 너무나 강렬하게 다가온다. 왜 많은 하이엔드 애호가들이 실텍을 일단 꽂고 보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하이엔드 시스템의 완벽한 마무리를 멋지게 책임져 준다. 녹음에 담긴 그대로 모든 음의 표현들이 가감 없이 전달되는 음의 파도가 강렬하게 몰아친다. 이것이 광대역 증폭의 힘인가 체감될 정도로, 고음질 음원이라면 더 높은 세계를 그려 준다. 명확하고 정확하고, 또 세밀하고, 세련되게 음이 정돈된다. 전원 케이블 하나로 이렇게까지 많은 부분이 달라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 것, 정말 흔치 않은 기회이다. 왜 실텍에서 마스터 크라운이라는 다소 자신감에 찬 이름을 내걸었는지 알 수 있는, 진정한 왕좌의 플래그십 케이블이다. 하이엔드의 끝판왕, 일단 경험해 보면 안다. 그 세계가 얼마나 거대하고 명확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