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oon Products AMP-8510A

바쿤, 꿈의 앰프를 완성하다

2025-08-11     코난

최근 클래스A 증폭 앰프를 만났다. 바로 바쿤이다. 바쿤이라면 아키라 나가이 씨가 이끄는 일본 브랜드로, 오직 순수한 음질 하나로 승부하는 메이커다. 네거티브 피드백이 음질을 왜곡, 저하시킨다는 생각에 자체적으로 전류 증폭 회로 SATRI를 개발해 파란을 일으킨 브랜드. 이들은 동경 오디오 쇼에서 그 회로를 처음 도입한 SCA-7511을 출품하면서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오직 음질 중심의 회로를 연구하면서 회사 이름이 심지어 ‘SCL(Satri Circuit Laboratory)’인 메이커가 바로 바쿤이다.

필자에게 배달되어 온 박스를 풀자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대체로 클래스A 증폭 앰프라면 거대한 섀시를 자랑하는 경우가 많다. 증폭 회로 특성상 대용량 전원부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바쿤의 클래스A 증폭 신제품은 가로 32cm, 깊이 32cm, 높이 13cm 정도로 DAC-9740보다 약간 큰 사이즈에 머물고 있다. 또한 무게도 9.7kg으로 그리 무겁다고 볼 수 없었다. 모델명은 AMP-8510A. 과연 바쿤은 어떤 방식으로 설계했기에 이렇게 가볍고 작은 사이즈로 클래스A 증폭을 달성할 수 있었을까?

결론적으로 해외에서 발견한 스펙과 간단한 설명을 통해 설계의 비밀을 알 수 있었다. 우선 이 앰프는 클래스A 증폭 앰프가 맞다. 그러나 8Ω 기준 채널당 단 10W만 내주는 소출력이다. 궁금한 마음에 상판을 열어 보니 증폭 소자는 채널당 MOS-FET을 단 한 개씩만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요즘처럼 저능률에 드라이빙이 어려운 수지 계열 진동판을 사용하는 드라이브 유닛이 트렌드인 시절에 겨우 10W라니. 왜 이런 식으로 설계한 것일까?

바쿤은 오로지 순수한 음악 시그널을 왜곡 없이 싱싱하게 뽑아내기 위해 클래스A 증폭 방식을 택했다. 그리고 +와 -신호를 별도의 트랜지스터로 증폭해 합산하는 것이 아니라 단일 트랜지스터가 전체 파형을 모두 일괄 증폭하는 방식을 택했다. 즉, 클래스A 증폭으로 디스토션을 최소화한 것도 모자라 푸시풀(Push-Pull)이 아닌 싱글 엔디드(Single-Ended)로 설계한 것이다. 싱글 엔디드는 +와 -신호를 따로 증폭하는 푸시풀 증폭에 비해 크로스오버 왜곡이 낮아 매우 자연스럽고 섬세한 사운드를 만들 수 있는 설계 방식이다.

이러한 설계 방식은 작은 출력에서 매우 순도 높은 사운드를 얻기 위해 사용한다. 그러나 고출력으로 설계하기 어렵고 당연히 감도가 낮은 스피커의 드라이빙 능력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짝수차 하모닉스가 많아 배음 측면에서 푸시풀보다 강점이 있다. 말 그대로 매우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사운드를 재생한다. 고능률의 풀레인지나 혼 스피커에 300B 싱글 앰프를 주로 매칭해 사용하는 빈티지 마니아가 많은 이유가 있다. 필자 또한 좀더 나이가 들면 그런 시스템을 하나 운영하고 싶다.

AMP-8510A를 세팅하는 건 무척 쉬운 일이다. 여러 디지털 관련 기능 등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하나의 섀시 안에 넣어 출시하는 게 요즘 트렌드지만 바쿤은 그런 유행에 관심이 없다. 이 앰프 또한 오직 앰프 기능에만 충실하다. 전면에는 입력 선택 및 전원 ON/OFF 기능을 맡은 토글 스위치가 위치하며 중앙에는 이제 바쿤의 전매특허가 되어 버린 오렌지 빛 게인 노브가 영롱한 느낌을 준다. 한편 중앙에 디스플레이 창을 통해 볼륨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게인은 19.4dB로 파워 앰프치고는 낮은 편이며, 입력 임피던스는 100㏀으로 충분하다. 입력은 RCA 단자로 일반적이 전압 입력을 받을 수 있으며 BNC 단자로 전류 입력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이번 테스트에 사용한 제품들을 살펴보면, 일단 소스기기로는 오렌더 A1000을 네트워크 플레이어로 사용하고, DAC는 반오디오 제품을 사용했는데 필자가 오랜 시간 사용 중인 R2R DAC Firebird MK3 Final Evo 버전이다. 프리앰프는 같은 바쿤 제품을 사용했다. PRE-5440이라는 제품이다. DAC에서는 XLR 출력을 사용해 프리앰프와 연결했고, 프리, 파워 앰프 사이에는 RCA 케이블을 연결해 셋업했다. 한편 스피커는 최근 필자의 또 다른 레퍼런스 스피커로 영입한 스텐하임 Alumine Two.Five를 사용했다.

청음은 먼저 앨런 테일러의 ‘Colour to the Moon’을 들어 봤는데, 한여름에 마시는 냉수처럼 목을 타고 내려가는 시원한 느낌이 느껴진다. 싱싱하고 너무나 생생한 소리. 이런 소리는 들어 본 바 있다. 바로 300B나 지금도 시스템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845의 소리와 유사하다. 뭔가 이물질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소릿결로, 일반적인 클래스AB 앰프 소리에서 단단한 껍질을 한 꺼풀 벗겨낸 듯한 소리다. 참고로 AMP-8510A의 게인은 2시 방향을 넘지 않게 고정하고 프리앰프에서 볼륨을 조절할 때 가장 좋은 소리를 들려주었다.

다음은 아르네 돔네러스의 ‘Sometimes I Feel Like a Motherless Child’이다. 혹자는 클래스A 소리를 따스하고 질감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단순히 몇 마디로 압축하기 어렵다. 되레 무척 깨끗하고 싱싱해 서늘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무대를 가로막고 있던 붉은 커튼이 열리고 뮤지션의 연주 소리를 바로 앞에서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 지배적이다. 화장기가 걷힌 민낯이란 이런 것이다. 소리의 실체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소리에서는 실체감이 더욱 증폭되어 들린다.

이번에는 핑크의 ‘Perfect Darkness’다. 소리의 두께는 얇아서 흩날리지도, 그렇다고 너무 굵어 둔중하며 굼뜬 느낌도 아니다. 중간 정도의 두께와 묵직한 동적 움직임을 보여 준다. 중고역만 아름답고 저역은 느리며 왜소한 싱글 엔디드, 클래스A 앰프를 상상하면 곤란하다. 선도를 최고조로 올려서 표현하면서도 핵이 뚜렷하다. 저역은 우렁차다기보다는 옹골차다. 리듬 악기가 마치 맥박 소리처럼 가슴 깊은 곳을 툭툭 울린다.

알렉상드르 타로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에서는 단독으로 사용할 때도 훌륭하지만 볼륨 조정이 가능한 네트워크 플레이어와 사용할 때 더 나은 소리를 얻을 수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장 확실한 매칭은 바쿤 프리앰프를 사용하는 것이다. 작은 볼륨에서도 디테일, 다이내믹스 표현이 뛰어나며 무대의 깊이를 넘어 레이어링 표현이 더 잘 살아난다. 작은 사이즈와는 달리 넓은 공간에서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를 마음껏 울려도 좋을 만큼 힘과 질감을 양립한 앰프다.

이제 단 몇몇 하이엔드 브랜드만 고집하고 있는 클래스A 증폭, 그리고 싱글 엔디드 설계를 2025년에 보란 듯 재현한 바쿤의 AMP-8510A의 가치는 남다르다. 열이 펄펄 끓는 클래스A, 게다가 작은 출력은 스피커 제어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선입견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직 좋은 음질에 대한 천착은 이런 선입견과 정면 승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보란 듯 바쿤은 순도와 힘을 양립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모든 음악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가장 아름다운 소리 또한 스피커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바쿤 AMP-8510A는 입력된 음악 신호가 가진 가장 깊은 내면의 목소리까지 길어 올려 생생하게 뿌려 준다. 스피커는 그저 바쿤 AMP-8510A가 완성한 소리의 통로일 뿐이라는 듯 바쿤의 소릿결이 스피커를 통해 짙은 그림자처럼 묻어났다.


가격 666만원   
실효 출력 10W(8Ω)   
아날로그 입력 RCA×1, SATRI-LINK×1
고역 주파수 특성 100kHz(0dB, 1W)   
입력 임피던스 100㏀   
게인 19.4dB 
댐핑 팩터 89.8(1W)   
THD 0.03%(1mW)   
크기(WHD) 32×13×32cm(앞·뒤 돌출부 제외)
무게 9.7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