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Fi SourcePoint 10
동축 스피커의 완성형을 만나는 시간
놀라운 스피커이다. 너무나 굉장하다. 나로서는 가격 불문, 현존하는 스피커 중 갖고 싶은 기종을 10개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기꺼이 이 스피커도 지목할 것이다. 몇 억대 제품까지 모두 총망라했을 때도 말이다. 그리고 거실이 아니라 침실에 두고 들을 것이다. 가장 편안하게, 그리고 가장 많이. 며칠이 지났는데도 지금도 이 소리가 귓가에 쟁쟁하다.
턴테이블 같은 아날로그 제품들과 하이엔드급 리마스터링 LP 음반으로 유명한 모파이(MoFi)에서 스피커를 만들었는데, 동축형으로 좀 덩치가 큰 북셀프라고 분류하면 되겠다. 겉모양이 수수하고 가격도 튀지 않는, 그래서 한껏 기대치가 높은 분들은 그냥 스쳐가 버리기 딱 알맞은 제품이다.
모파이가 스피커 전문 업체가 아니면서도 이 제품이 업계의 대단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설계하고 내놓은 사람이 앤드류 존스이기 때문. 그는 지난 40여 년 동안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유명 스피커들을 내놓은 장본인이다. KEF, 인피니티, 파이오니아/TAD, 그리고 엘락에 이르기까지 세계적 스피커 업체들의 명 기종들이 그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2021년 봄을 끝으로 기존 제작사들과 결별, 비로소 자신만의 스피커에 몰두, 2년여에 걸쳐 치열한 연구 개발 끝에 탄생시킨 것이 바로 이 제품이다. 평생 스피커에 투혼을 불살라 왔던 명장이 노년이 되어 자신이 진정 만들고 싶어 한 귀결은 페이퍼 콘과 동축형! 실로 경이롭다. 평생 종교에 몸 바쳐 연구해 봐도 결론은 착하게 살아라, 한 구절로 끝난다.
앤드류 존스는 시청기 소스포인트 10을 모든 장르의 음악들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음악적 퍼포먼스 모델로 기획했다고 밝히고 있다. 고가의 오디오파일급 스피커들도 특정 장르, 특정 음악에서는 탁월하지만, 보편적 음악에서는 평이한 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이겠다. 당연히 시청기는 어쿠스틱한 클래식 녹음에서부터 록, 메탈 같은 일렉트릭 사운드에 이르기까지 음악의 순수성을 그대로 생생히 전달할 수 있다. 세계적인 평가이다. 스피커의 가능성을 위해 캘리포니아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다양한 연구과 실험으로 2년 넘는 시간을 투자한 결과물인 시청기는 10인치 콘센트릭 드라이버가 핵심으로 우퍼의 정중앙에 1.25인치의 소프트 돔이 탑재되어 있다. 여기까지는 평범하다. 모든 동축형 스피커도 그런 방식이니까. 그렇다면 어떤 점이 다를까?
동축형 스피커는 우퍼가 중심부 트위터의 웨이브가이드 역할을 해 음의 분산 특성을 잡아 주기 때문에 말 그대로 한 점에서 모든 소리가 발생, 완벽한 음색 밸런스, 정확한 사운드 이미징, 그리고 정교한 사운드 컨트롤이 모두 가능해지는 장점을 가졌다. 또한 트위터의 저주파 효율을 최대 10dB까지 향상시키는 결과도 가져 온다. 그래서 정확한 보컬과 타이트하고 빠른 응답의 낮은 저음으로 강력한 다이내믹을 소화해 내는 반면 주파수 대역이 보통의 2웨이, 3웨이에 비해 폭이 줄어든다. 그렇다고 우퍼 사이즈를 키우면 과거 탄노이처럼 피아노 등의 악기에서는 벙벙거리는 약점이 드러난다. 이렇게 의외로 제작이 어렵고 동축형 스피커로 명기가 별로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앤드류 존스는 이런 모든 장점과 약점들을 설계 단계부터 고려, 트윈 드라이브라 부르는 마그넷 모터 시스템을 개발했다. 엄청난 자력을 지닌 네오디뮴 마그넷으로 트위터와 우퍼를 구동하는데, 리니어 로우-디스토션의 구동력을 자랑하다. 외주부의 우퍼가 10인치 크기의 페이퍼 콘인 것도 지나친 움직임 없이도 저음을 낼 수 있는 높은 효율을 위해서인데, 이는 우퍼 콘이 움직일 때 트위터 응답에 변화를 일으켜 생기게 되는 혼변조 왜곡, 명료도 감소, 그리고 특히 보컬에서 소리가 거칠어지는 현상을 제어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주름 잡힌 우퍼의 에지는 우퍼의 리니어한 동작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트위터에서 방사된 사운드들이 에지에 부딪혀 재방사를 유발해 10-20kHz 영역에서 응답에 딥과 피크를 생성하는 것을 최소화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스피커 캐비닛도 1인치 두께의 MDF로 몸체를 만들었고, 전면 배플은 2인치 두께로 제작되었으며, 10인치 우퍼를 위해 내부 캐비닛 용량이 50리터에 달하게 했다. 또한 배플을 다양한 각도로 굴곡을 줘서 음의 회절을 제거했다. 풍부하고 정확한 저역을 위해 후면 덕트도 정교하게 설계했다.
이런 단순한 설명만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이렇게 청량하면서도 상냥하고 강력한 울림인가? 실로 의문이다. 보통 북셀프 스피커의 장점인 높은 디테일과 명료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3웨이에 필적하는 거침없는 스케일과 저역이 밀려나온다. 피아노 독주곡의 깊은 밀도, 대편성의 정확함, 사운드의 투명함이란 무엇인가를 이렇게 정확하게 표출해 내다니. 실로 오디오 마니아들은 괴로울 것이다. 잠들기 전 오랫동안 떠오르는 이 소릿결을 어떻게 지울 수가 있으랴.
가격 700만원(스탠드 포함)
구성 2웨이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콘센트릭 드라이버(우퍼 25cm·트위터 3.1cm)
재생주파수대역 42Hz-30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1.6kHz
출력음압레벨 91dB/2.83V/m
임피던스 8Ω
최소권장앰프출력 30W
크기(WHD) 36.8×57.2×42.2cm
무게 21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