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do Signature S950

그라도의 새로운 메뉴, 브라질 월넛으로 잘 차려놓다

2025-08-11     김문부

가장 특색 있고 매력 있는 우드 하우징 헤드폰 제조사 중 하나이다. 우드 소재에서 오는 감성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실제 사운드에서도 우드 소재의 묘한 맛들을 멋지게 잘 살려 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마호가니, 메이플, 코코볼로, 그리고 헴프까지 독특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목재를 정말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에는 단연 업계 최고이다. 특히 모든 것이 수공 공정, 조금은 느리지만, 장인 정신이라는 철학을 지금까지도 철저히 지키고 있는 곳이다.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브랜드적 색깔이 가득한 곳, 바로 그라도(Grado)가 이번 소개의 주인공이다.

그라도는 사실 라인업 추가에는 큰 변화가 없었는데, 오랜만에 새로운 라인업을 탄생시켰다. 이름부터 브랜드의 새로운 대표 메뉴라는 의지가 가득한데, 바로 시그니처(Signature)라는 이름을 정말 호기롭게 내걸었다. 시그니처 시리즈의 우드 헤드폰, 시그니처 S950을 소개한다.

시그니처 시리즈의 콘셉트는 꽤 흥미롭다. 우선 먼저 출시된 HP100 SE의 개발 배경을 알아볼 필요가 있는데, 일단 제품 자체가 창립자인 조셉 그라도에 대한 오마주 성격이 강한 모델이다. 조셉 그라도가 최초로 만든 헤드폰인 HP1000 시리즈의 HP1, 그리고 살아 있었다면 맞이했을 조셉의 100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의미가 사실상 포함된 것. 하우징 역시 알루미늄으로 설계하여, 그때 그 초기작의 느낌을 어느 정도 반영한 모습이 제법 재미있다. S950은 그 반대 개념으로 우드 하우징을 전면에 내세웠는데, 그라도의 또 다른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우드 소재에 대한 특별함을 부여하고 있다.

그라도는 그동안 마호가니, 메이플, 코코볼로, 노르웨이 소나무, 그리고 헴프까지 나뭇결이 잘 살아난 퀄러티 높은 목재를 정말 잘 활용했는데, 이번에도 특이하게 새로운 소재인, 브라질 월넛을 발굴한 모습이다. 이 브라질 월넛은 한눈에도 초콜릿처럼 진하고, 매력적인 줄무늬 패턴을 갖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중후하게 변한다고 하니 세월과 함께 익어가는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또한 내구성이 뛰어나, 온도나 습도 변화에 따른 팽창이나 수축이 적다는 것도 강점이라 한다. 매우 높은 밀도와 경도를 가진 것도 장점이고, 거기에 가볍기도 하니, 음향기기 쪽으로 부각될 장점이 꽤 많아 보인다.

HP100 SE와 S950의 스펙을 보면 제법 재미있다. 사실상 완전히 똑같은 사양이다. 근데 또 소리를 들어보면 성향 자체가 다르게 드러난다. 결국 하우징 소재로 사운드 튜닝을 했다는 것인데, 이 절묘한 포인트는 언제나 그라도가 가장 잘 해내는 것이다. 결국 HP100 SE가 메탈 하우징, S950이 우드 하우징으로 소재 구분을 하고 있는데, HP100 SE 쪽이 선명함과 깔끔함에 주목하고 있다면, S950은 한층 더 부드러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이해하면 가장 정답에 가깝다.

유닛은 52mm 사양을 채택했다. 이 크기는 이전 상급기에도 제법 선보인 바 있는데, 그라도의 레퍼런스는 52mm라는 나름의 공식이 지켜진 셈이다. 물론 이번에 시그니처 시리즈를 위해 완전히 새롭게 튜닝되었다고 하는데, 그라도가 새로운 세대로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준 것이 기억나는데, 꽤 많은 변화가 사운드에서 드러난다. 이번에는 x 마크가 붙어 있지는 않지만, 그때와는 또 다른 선행 지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방향으로 튜닝된 모습. 추후 시그니처 시리즈의 방향성에 따라 하위 기종들도, 또 새로운 마크가 붙어 나올지도 모르겠다.

52mm 드라이버를 통한 주파수 응답은 3.5Hz-51.5kHz인데, 확실히 HP100 SE와 같은 모습이다. 유닛 쪽 스펙을 더 보면, 페이퍼 합성 콘과 희토류 합금으로 제작된 고 유속 자기 회로가 사용되었고, 경량 구리 도금 알루미늄 보이스 코일을 사용하여 완성도를 좀더 높였다고 한다. 확실히 훨씬 더 강한 다이내믹스와 빠른 응답, 그리고 공간감, 사운드 스테이지, 디테일을 경험할 수 있는 유닛이다.

분리형 케이블을 적용했다. 6.3mm 단자가 탑재된 4핀 미니 XLR 규격인데, 이제 단선 걱정의 해소뿐만 아니라, 케이블 업그레이드도 본격 꾸려볼 수 있게 되었다. 착용감도 제법 개선되었는데, HP100 SE에 처음 적용된 새로운 헤드 밴드가 장착된 모습이다. 압박감을 최대한 해소시키기 위해, 이전 모델보다 50% 더 많은 패딩을 제공했다는데, 진짜 좀더 편한 느낌. 그라도의 상징 같은 스테인리스 스틸 밴드와 높이 조절이 가능한 로드는 여전한데, 큼지막하게 있던 R·L 마크 쪽은 디자인적으로 확실히 개선한 모습이다. 이어 패드는 센스 있게도 기본 G 쿠션 이외에 F 쿠션을 하나 더 제공하는데, 그라도가 또 패드에 따라 소리가 많이 변화하니, 이런 추가품은 언제나 환영이다.

일단 처음 듣자마자 우드 하우징 특유의 잔향감과 따스한 질감이 굉장히 인상 깊다. 중·고음의 까실함도 특유의 매력으로 전해지는데, 개인적으로 그라도 사운드를 좋아하는 부분도, 사실 여기에 있을 만큼, 이런 매력적인 부분을 확실히 잘 살려냈다. 이전 상급기의 제품들이 좀 묵직하고 어두운 느낌이었던 것 같은데, 이번 새로운 시그니처 버전부터는 확실히 선명도나 생동감이 훨씬 더 부각된 모습이다. 특히 부드러움 속에서 음의 풍부함이 더해진 느낌이라, 음악 듣는 맛이 확실히 잘 살아난다. 역시 그라도답게 록·메탈에서도 장기를 보여주는데, 우드 하우징인데도, 정말 이 쪽 감각을 잘 몰아붙이고 있다는 것이 꽤 인상 깊다. 땀내 나는 속도감이나 사실감 있는 디스토션, 후려 패는 듯한 킥 사운드는 진짜 오랜만에 도파민을 제대로 충족시켜 주었다. 물론 재즈나 클래식 쪽의 품격도 남다르다. 특히 현악 쪽에서 확실히 두각을 나타내는데, 일단 52mm 유닛에서 터져 나오는 음 자체가 해상도, 선명도, 공간감, 입체감, 잔향감 등 플래그십의 면모를 가지고 있어, 느릿한 그루브나 대편성의 레이어를 최적으로 경험하기에도 제격이었던 모습. 듣는 내내 하나 가지고 싶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을 만큼, 우드 헤드폰은 그라도 하나로 끝낼 수 있을 듯하다. 사운드적 매력, 디자인, 그리고 성능까지 뭐 하나 빠질 게 없는 레퍼런스의 출현이다. 


가격 360만원   
트랜스듀서 타입 다이내믹   
구성 오픈형  
유닛 크기 52mm    
주파수 응답 3.5Hz-51.5kHz   
THD 0.1% 이하 
감도 117dB   
임피던스 38Ω   
이어 패드 G 쿠션, F 쿠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