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C SCM7 Ver.3 & Sugden A21 Signature & Volumio Primo V2

정확함과 따뜻함의 사이, 명품 사운드에 감탄

2025-08-11     김문부

오디오 시스템의 매칭 테스트에서 당연히 스피커는 늘 중심에 서 있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기준’이라 부를 수 있는 스피커를 굳이 고르라면, 역시 ATC만큼 신뢰할 수 있는 선택지도 드물다. 단순히 사운드 퀄러티를 넘어, 앰프의 구동력, 질감, 음색의 밸런스를 직관적으로 드러내주는 특유의 기본기가 앞서 말한 기준에 꽤 부합한다. 구동이 어려운 만큼 앰프의 실력을 낱낱이 드러내주며, 반대로 제대로 울릴 수 있다면, 앰프의 기본기 또한 확실하다는 나름의 기준이 되어주기도 하는 것이다. 덕분에 개인적인 매칭 테스트에 언제나 ATC를 1순위로 뽑는데, 늘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뛰어난지, 가장 선명하게 들려주는 스피커이기 때문이다.

이번 매칭의 주인공은 ATC 라인업의 막내, SCM7 Ver.3. 비록 엔트리 라인업이지만, ATC의 철학과 기술력까지 확 덜어내지 않았다. ATC의 사운드 색깔을 가장 부담 없이 체감할 수 있는 인기 스피커, 앞서 말했듯 이번 매칭의 중심이자 기준이 되어 본다.

ATC는 영국을 대표하는 스피커 메이커 중 하나로, 완전한 수제 공정과 독자 기술 개발로 명성을 쌓아왔다. 이들의 모든 제품은 인클로저 제작에서 드라이버, 크로스오버 설계, 사운드 튜닝까지 모두 자사에서 직접 수행한다. 이러한 전통은 막내인 SCM7 Ver.3에도 그대로 반영되는데, 역시 소형 엔트리라고 기본 공정에서 차이를 두는 불편한 차별점이 일절 없다. 다시 말해 상위 기종에서 쌓아올린 기술력과 음향 철학을 동일하게 적용했다는 것인데, 엔트리이지만 정말 오랫동안 사랑 받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구성은 2웨이 2스피커. ATC가 자체 제작한 12.5cm 미드·우퍼 유닛은 콤팩트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단단하고 밀도 높은 저역 재생을 그대로 구현한다. 특히 중역의 정확성과 해상력은 감탄의 수준. 일단 들어보면 안다. 고역은 새로운 세대의 ATC 트위터인 2.5cm 소프트 돔 트위터가 담당하는데, 고역의 투명도와 자연스러운 확산력, 그리고 고급스러운 디테일을 그대로 체감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유닛 전체가 자사 생산 체계로 완성되어, 드라이버 간의 시간축 정합도나 크로스오버의 완성도, 그리고 최적화까지, 이 가격에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퀄러티를 담아냈다. 주파수 응답 범위는 60Hz-22kHz,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2.5kHz로 설정되어 있다. 공칭 임피던스는 8Ω, 감도는 84dB로 다소 낮은 편이기에 구동이 막연히 쉬운 스피커는 아니다. 실제 권장 앰프 출력이 75-300W인데, 엔트리에서는 아마 제법 높은 출력을 요구하는 제품일지도 모르겠다.

이와 짝을 이룰 앰프는 바로 서그덴(Sugden)의 A21 시그니처(Signature) 인티앰프다. 클래스A 증폭 방식에 대한 이해와 전통으로 전 세계 오디오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아온 브랜드, 그 출발점이자 중심이 되는 모델이 바로 A21이다. 최초로 순수 트랜지스터 기반의 클래스A 앰프를 상용화하며, 오디오사에 한 획을 그은 A21은 지금까지도 다양한 리비전과 진화를 거쳐 브랜드의 대표 메뉴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A21 시그니처는 그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모델이다. 출력은 클래스A 특유의 낮은 수치인 25W(8Ω)이지만, 실제 체감 구동력은 일단 들어보면 놀라운 수준이다. 덕분에 ATC와의 매칭에서도 전혀 부족함 없는 에너지와 구동력으로 공간을 채워나가는데, 특유의 밀도감 및 투명함이 맞물려, 정말 하이엔드적인 사운드 색깔이 그려진다. 이러한 퍼포먼스의 비결은 서그덴의 압도적인 전원부 설계에 있다. 대형 토로이달 트랜스를 기반으로 구성된 파워 서플라이는 무게감 있는 저역 재생과 매끄러운 다이내믹 구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클래스A 증폭의 열효율을 효과적으로 극복하면서도, 음악적인 밀도와 감성적인 온기를 유지해내는 회로 설계가 그 옛날 대부분 완성되었다니 놀랍기만 하다. 입력은 아날로그 RCA 단자가 총 4개이며, 프리 아웃과 테이프 아웃을 각각 제공해 확장성도 충분하다. 포노단 역시 기본 내장되어, 아날로그 LP 플레이어와의 매칭도 직접적으로 가능하다.

소스기기로는 볼루미오(Volumio) 프리모 V2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활용했다. 프리모는 V2로 버전업된 이후, 디자인적으로 멋지게 환골탈태했는데, 특히 전면의 스퀘어 레드 버튼이 시선을 강탈한다. 스펙 역시 제법 변화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날로그 XLR 출력의 추가. 디지털 출력은 코액셜 하나, 아날로그 출력은 XLR과 RCA 각각 하나씩, USB는 2.0과 3.0 모두를 지원하는 모습. 마이크로 SD 카드 역시 지원되도록 슬롯을 제공하고 있으며, 모니터와 연결할 수 있는 HDMI 출력을 마련해두고 있다. 최신의 볼루미오 3 버전이 탑재되어 있으며, 프리미엄 기능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 네트워크 플레이어답게, 타이달, 스포티파이, 코부즈 등 인기 스트리밍 서비스와 쉽게 연동되고, 방대한 웹 라디오 역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스포티파이 커넥트/타이달 커넥트 및 룬 레디도 정식 인증 받아 좀더 간편한 연결과 자신만의 라이브러리를 활용할 수 있어, 활용도 높게 스트리밍 기능들을 즐길 수 있다. DAC는 ESS의 ES9038Q2M을 사용해 멋지고 자연스러운 하이파이 사운드를 구현해 내는데, 볼루미오 특유의 튜닝까지 더해져 한층 더 퀄러티 높은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일단 구동해보면, 편리함, 활용도, 그리고 사운드 스펙까지, 미니멀 외관에 모든 것을 담아낸 최신 스펙의 스트리머에 감탄하게 된다.

세 기기를 연결하여 실제 음악을 들어보면, 처음부터 ATC 특유의 명징하고 정확한 사운드가 전면에 펼쳐진다. 이 작고 단단한 스피커는 음의 테두리를 선명하게 그려내며, 왜곡 없는 원음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세밀한 표현력에 귀가 활짝 열린다. 엔트리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ATC 고유의 해상력과 정확함이 펼쳐지는데, 사실상 엔트리 레벨을 훨씬 더 넘어선 사운드이다. 특히 서그덴과의 매칭도 굉장히 훌륭한데, ATC의 정밀한 성향 위에 서그덴 특유의 따뜻하고 밀도 있는 질감이 입혀지며, 음악적으로 완성도 높은 아날로그적인 사운드가 이 엔트리 스피커에 터져 나온다. 확실히 ATC가 이런 클래스A나 클래스AB와 매칭적으로 좋은 상성을 보여주는데, 모니터적인 정확함에 아날로그적인 풍윤함은 실패할 수 없는 조합이다. 프리모 V2로 듣는 고음질 음원 역시, 네트워크 환경에서도 미묘한 노이즈나 거친 감이 없이, 굉장히 투명하고 청량한 사운드를 실현시켜 내는데, 무대감과 정보량의 파도는 언제 들어도 만족스럽다. 특히 악기의 디테일이나 보컬의 미묘한 변화들을 정확히 캐치해 내는데, 이 생생함 때문에 하이파이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할 정도. 시청 내내 매력적인 사운드에 한없이 파묻히게 되는 순간이다. 음악 듣는 시간이 참으로 즐거워지는 그런 시스템들의 조합, 늘 그렇지만 서그덴이 확실히 매칭의 ‘킥’이 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ATC SCM7 Ver.3
가격 275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밀폐형   사용유닛 우퍼 12.5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60Hz-22kHz(-6dB)   크로스오버 주파수 2.5kHz   출력음압레벨 84dB/W/m   임피던스 8Ω   권장 앰프 출력 75-300W   크기(WHD) 17.4×30×21.5cm   무게 7.5kg

Sugden A21 Signature
가격 600만원   실효 출력 25W(8Ω)   아날로그 입력 RCA×4, Phono×1   아날로그 출력 RCA×2   주파수 응답 10Hz-20kHz(±1dB)   S/N비 83dB 이상   입력 감도 170mV   크기(WHD) 43×9.2×35cm   무게 11kg(Ship)

Volumio Primo V2
가격 140만원   DAC ESS ES9038Q2M   디지털 입력 USB A(2.0)×1, USB A(3.0)×1, Net×1, Micro SD×1   디지털 출력 Coaxial×1   HDMI 지원   아날로그 출력 RCA×1, XLR×1   출력 레벨 2V(RCA), 4V(XLR)   블루투스 지원(Ver5.0)   룬 레디 지원   에어플레이 지원   네트워크 지원   전용 어플리케이션 지원(Volumio)   크기(WHD) 33.5×11×20.5cm   무게 2.25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