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nic D-15000 OTL/OCL Signature DAC
I²S 시대를 위한 풀 진공관 DAC의 정점
디지털 음원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DAC(Digital to Analog Converter)는 더 이상 단순한 변환 장비가 아니게 되었다. 오늘날의 DAC은 오디오 시스템의 사운드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이며, 음향 철학과 회로 기술, 디지털 신호 처리 역량이 집약된 오디오 시스템의 두뇌 역할을 한다.
최근 DAC 기술의 발전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하나는 ESS, AKM 등 첨단 칩셋을 중심으로 한 초고해상도/고 샘플링 기반의 정밀한 디지털 처리, 다른 하나는 진공관과 출력 트랜스포머 설계 등을 활용해 아날로그 감성의 재해석을 추구하는 방향이다. 여기에 클록 정밀도, 전원부 구조, 출력단 설계, I²S 등 차세대 인터페이스 지원 여부가 결합되면서, DAC는 기술적 정밀성과 감성적 음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경쟁에 돌입했다.
올닉(Allnic) D-15000은 바로 이 경쟁의 중심에서, 두 축을 가장 정교하게 융합한 대표적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진공관 설계의 전통성과 I²S 기반 고해상도 디지털 입력 대응이라는 새로운 흐름이, 이 제품 안에서 놀라운 균형을 이룬다.
고음질 음악 감상을 위해 2.8MHz 혹은 5.6MHz로 샘플링된 DSD(Direct Stream Digital) 포맷을 가진 SACD(Super Audio CD)가 있다. 이론상 CD를 넘어서는 해상도와 아날로그에 가까운 자연스러움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SACD는 소니와 필립스가 설정한 폐쇄적인 라이선스 구조로 인해 오디오파일이 사용하기 어려운 구조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오포의 플레이어를 개조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내부 DAC로 전달되는 신호를 추출해 외부 DAC로 전달하는 I²S(Inter-IC Sound) 기술을 이용해 이 SACD의 고음질 음악을 재생할 수가 있다. 문제는 I²S 신호를 받아줄 수 있는 DAC의 존재 여부다. I²S는 이론상 가장 원음에 가까운 신호 전달 방식을 제공하지만, 장거리 전송에 취약하고 차폐와 클록 동기화 문제, 통일된 단자 규격 부재로 인한 호환성 이슈와 같은 단점도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하이엔드 제조사들은 I²S 입력을 지원하지 않거나, 지원하더라도 PS Audio 방식의 HDMI 포맷을 채택해야 했다. 그리고 이는 다시금 소수의 제품으로 선택지를 제한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던 중 드디어 등장한 것이 바로 올닉의 D-15000이다.
올닉은 그간 D-5000, D-10000 등을 통해 풀 진공관 DAC의 미학을 일관되게 보여 준 브랜드다. 특히 OTL(출력 트랜스포머 없음) 및 OCL(출력 커패시터 없음) 설계를 통해 진공관의 성향을 순수하게 이끌어 내는 독보적인 철학을 견지해 왔다.
D-15000은 D-10000의 정통 후속기다. 단순한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I²S 시대를 맞아 아예 설계 철학 자체를 디지털 대응형으로 재구성했다. 외형만 보더라도 차별점을 알 수 있는데, 대형 방열판, I²S 입력 스위치, 외부 클록 선택 스위치가 전면에 배치되어 있는 등 기능성과 사용성을 모두 고려했다. 무엇보다 디지털 섹션에는 최신의 Hyperstream IV 아키텍처를 구현한 ES9039PRO 칩을 듀얼 모노 방식으로 완성했으며, 아날로그 섹션은 전면 진공관 설계로 구성되었다.
기기를 처음 연결하고 음악을 재생했을 때, 필자는 그 사운드에 압도되었다. D-10000에서 이미 올닉 특유의 아날로그적 음색을 경험했던 만큼 기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D-15000은 완전히 다른 클래스의 표현력을 보여 주었다. 해상도는 극도로 정밀하며, 다이내믹 레인지는 확장되어 있고, 음상의 밀도는 실체감마저 느껴질 정도다. 특히 오포 개조 기기에서 I²S를 통해 네이티브 DSD로 재생했을 때, 그 사운드는 그야말로 디지털의 해방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빠른 템포의 곡조차 음이 흐트러지지 않고, 힘 있게 돌진한다. 이 반응성과 속도는 트랜스 출력이 없는 구조에서만 가능한 미덕이다. D-15000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클래식에서도, 재즈에서도, 심지어 전자 음악에서도 음악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투명함과 감성의 결을 동시에 구현했다.
D-15000의 디자인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 아니다. 철학을 담은 외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양쪽에 큼직하게 배치된 방열판은 단순 냉각 기능을 넘어, 발열에 민감한 ES9039PRO 칩의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설계이다. 그리고 전면 패널에는 입력 선택과 외부 클록 선택 스위치, 입력과 연관된 LED가 직관적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후면 단자 구성은 하이엔드 사용자들이 가진 다양한 기기들과의 연결을 고려한 여유로운 배치를 보여 준다. 마감은 올닉 특유의 중후한 질감과 메탈릭 텍스처를 유지하고 있으며, 대형 섀시는 전자기적 안정성까지 고려한 설계다.
결론을 내면, 올닉 D-15000은 단순히 D-10000의 진화형이 아니다. 이것은 하나의 도착점이자 새로운 출발점이고, SACD의 진정한 해방자이자 I²S 기반 시스템의 완성자다. 또한 디지털 처리에 있어 최고 수준의 정확도와 투명도를 자랑하면서도, 진공관 특유의 감성을 그대로 전달하는 아날로그적 품격은 이 기기를 특별하게 만든다.
I²S 기반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오디오파일, 특히 오포나 PS 오디오 등을 통해(물론 적당한 개조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SACD 재생의 본질에 다가서고 싶은 사용자라면, D-15000은 더할 나위 없는 선택지다.
올닉 D-15000는 기술과 감성, 정밀도와 예술성 사이의 완벽한 균형을 자랑하는 이 시대 가장 설득력 있는 풀 진공관 DAC다. 이와 같이 D-15000은 단순히 진공관 DAC이라는 특성에 머물지 않고, 고해상도 디지털 호환성과 정밀한 클록 설계, 그리고 I²S 전송 기반의 네이티브 DSD 대응까지 갖춘 균형 잡힌 하이브리드 DAC라 할 수 있다.
가격 2,800만원
DAC 듀얼 모노 ESS ES9039Pro(32비트 하이퍼스트림 Ⅳ 아키텍처)
디지털 입력 AES/EBU×1, Optical×1, Coaxial×1, USB B×1, I2S×1
USB 지원 PCM 32비트/768kHz, DSD 512
아날로그 출력 RCA×1, XLR×1
클록 지원(내부 OCXO, 외부 10MHz)
크기(WHD) 43×17×32cm
무게 13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