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피온의 정점, Amphion Krypton3X를 들어보다

2025-06-10     김문부 기자

개인적으로 이들 스피커 브랜드를 참 좋아하는 편이다. 북구 특유의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일단 소리 자체를 너무도 예쁘게 잘 만들어낸다. 특히 중·고음의 그 깨끗함과 선명함은 일단 한 번 경험하면 잊을 수 없다. 이들 북셀프를 처음 듣고, 디자인도 예쁜데 소리까지 매력적이라며, 주위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확실히 브랜드 자체의 매력이 있는 곳은 쉽게 잊을 수 없다. 그때 아마 처음 들었던 것이 헬륨과 아르곤 시리즈였던 기억인데, 가성비 면에서도 출중하여, 지금도 줄곧 기억에 남는 제품들이다. 핀란드의 대표 스피커 브랜드이자, 프로와 하이파이를 오고가며 엄청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 바로 암피온(Amphion)에 대한 이야기이다.

암피온은 1998년 창립 초기부터, 정직한 사운드, 정확한 재생을 목표로 두고, 스피커를 줄곧 생산해왔다. 사실 이들 제품이 예쁜 북구 디자인을 품고 있어서, 디자인 때문에 소리 쪽에서 많은 것을 포기한 것은 아닌가 의심할 수 있지만, 오히려 사운드 쪽으로 진심인 회사이다. 특히 시간축 및 정위감에서 예술 영역을 만들어내는데, 일단 한 번 들어보면, 감탄의 무대에 환호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들의 철두철미함은 그 옛날 첫 히트작 아르곤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해상력 높은 세밀함과 정확함, 그리고 북구의 환경을 그대로 닮은 깨끗함까지 담아내며, 핀란드 최고의 명문 스피커 브랜드로 급부상하게 된다. 그 후로도 하이파이뿐만 아니라 프로 쪽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가장 믿을 수 있는 레퍼런스 모니터 제품으로도 크게 각광 받았는데, 정직한 사운드, 정확한 재생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어떤 분야에서도 통하게 된 셈이다.

현재 암피온은 헬륨, 아르곤, 크립톤이라는 3가지의 하이파이 라인업을 꾸려오고 있는데, 네이밍 패턴이 제법 재미있다. 화학 공부를 좀 했으면, 익숙한 원소들일 텐데, 주기율표 맨 오른쪽 층별로 그레이드가 나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참고로 이전에는 네온도 있었으니, 헬륨, 네온, 아르곤, 크립톤으로 4층이 딱 맞아 떨어지기도 한다. 크립톤은 첫 출시 이후 줄곧 플래그십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X라는 새로운 세대의 마크를 붙이며, 한층 더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실제 암피온의 한국 디스트리뷰터인 기어라운지에서 이들 제품을 적극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이번에 크립톤(Krypton)3X 시청회를 마련하며,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플래그십 청음 기회를 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이 제품을 몇 번 들을 기회를 놓쳐 아쉬웠는데, 이번에 또 기회가 찾아왔다. 바람이 선선하게 불던 날, 크립톤3X가 세팅되어 있는 하이탑AV를 기쁜 마음으로 방문했다.

암피온 크립톤3X 청음회는 5월 17일, 하이탑AV에서 마련되었다. 사전 예약으로 청음 신청을 받아서, 크립톤3X를 제대로 들을 수 있게 세팅해 놓았는데, 플래그십 이외에도 암피온 주력 제품들을 따로 설치해둔 모습이었다. 오디오 평론가 김편 씨가 진행하고, 암피온의 APAC 총괄 매니저 스타시오(Michael J. Di Stasio) 씨가 직접 참석하여 질문 시간도 마련되었다. 매칭 앰프는 매킨토시 C55 프리앰프 및 MC462 파워 앰프가 동원되었고, 요즘 화제 되는 스트리머 실력기, 캠브리지 오디오 EXN100을 만날 수 있었다. 매킨토시표 450W 출력으로 담아낸, 암피온의 플래그십, 단연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크립톤3X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이어진다. 역시 첫 시작은 웨이브가이드이다. 암피온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트위터를 움푹 들어가게 설계한 독특한 웨이브가이드 구조, 당연히 여기에는 이렇게 제작할 수밖에 없는 기술적 배경이 숨어 있다. 트위터와 미드레인지의 보이스 코일을 정렬하여, 타이밍 및 시간축을 일치시킨다는 음향적 기본기에서부터 출발한다. 거기에 트위터의 지향성 및 균일성, 그리고 효율까지 높이고, 주변의 영향을 최대한 억제시키는 것이 포인트이다. 특히 이들의 크로스오버 포인트는 일반적인 2000-5000Hz보다 더 낮게 설계되어 있는데, 이 부분이 오히려 사람들이 오류를 가장 잘 감지할 수 있는 대역이라서, 이 부분을 피한 낮은 1600Hz에 설정되어 있다는 이야기도 이어진다. 웨이브가이드 효과로 크로스오버 포인트 전환을 더 부드럽게 만들 수 있게 된 것도 핵심 중 하나. 암피온은 이 기술을 U/D/D(Uniformly Directive Diffusion)라고 부르는데 어느덧 발전되어 5세대에 이르렀다.

또한 MTM 방식이 적용되었다. 미드레인지, 트위터, 미드레인지 구성으로, 당연히 완벽한 시간축 정렬을 보여주는 이상적인 레이아웃이다. 이 쪽은 크로스오버 세팅이 꽤 까다롭지만, 앞서 말했듯 크로스오버 설계에 정평 난 곳도 바로 암피온이다. 굉장히 독특한 텍스처의 8인치 페이퍼 콘 2개를 적용했는데, 여기서 나오는 중음은 정말 예술이다. 더구나 측면에 카디오이드 디자인이라는 독특한 패턴의 구멍을 뚫어두고 있는데, 이 또한 중음역대의 반사음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비기로 통한다. 우퍼는 측면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 쪽 소재는 또 알루미늄이다. 티타늄, 페이퍼, 알루미늄으로, 각 대역에 최적으로 맞춘 소재를 각각 다르게 가져가고 있는 것도 이들이 얼마나 철두철미한지 알 수 있다. 10인치 사양을 숨겨두고 있으며, 환경에 따라 좌·우 위치를 바꾸어 세팅하면 된다.

이처럼 말도 안 되게 완벽 계산된 시간 정렬과 정확한 위상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는, 지금까지 경험한 암피온과는 또 다른 세계이다. 시종일관 전해지는 완성형 중·고음의 그 투명함과 아름다움은 정신을 못 차릴 정도. 깊게 떨어지는 콘트라베이스의 울림은 자연스러움의 미를 바탕으로 멋진 잔향과 떨림을 들려주며, 정확한 레이어로 쌓아 올린 대편성의 무대도 너무나 사실적이고 극적이다. 그동안 암피온이 중·고음에만 특장점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저음 그레이드는 확실히 더 높은 세계의 하이엔드를 들려준다. 네나드 바실리치의 꽉 찬 더블 베이스를 듣고 있으면, 특유의 유니크한 리듬감과 독특함을 이렇게까지 초 저역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묘한 쾌감이다. 존 페트루치가 긁어주는 드림 시어터의 ‘Pull Me Under’를 넘어, 마이클 잭슨과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가 함께한 ‘Will You Be There’에서 시작부 환희의 송가가 페이드 아웃되면서 터져 나오는 잭슨의 목소리는 감동 그 자체. 암피온에서 크립톤3X를 25년의 프로젝트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이유, 일단 들어보면 안다. 음향을 가장 하이엔드적으로 요리한, 암피온 기술력의 정점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