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inius Hautonga
오랜 기간 사랑받아 온 스테디셀러 인티앰프
이 제품의 설명서를 읽으면서 한 구절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다름 아닌 포노 앰프에 대한 설명이다. 기존 대부분의 인티앰프 제품들은 MM 카트리지에만 대응하는 포노단을 내장하고 있다. 반면 이 제품에는 MM은 물론 MC까지 대응하는 포노단이 내장되어 있다. 그러나 MC를 사용할 때 스위치를 돌리든지, 아니면 별도 전용 단자에 연결하는 매우 간단한 방식이 아니라 상판 뚜껑을 열고 포노 기판에서 점퍼 연결 방식을 바꿔야 된다. 즉, 다소 귀찮다. 그러나 사실은 이것이 정답이다. 보통 대부분의 인티앰프들은 그저 뭉뚱그려서 MM 포노단만을 내장해 놓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 세상에는 MM 카트리지 외에도 수많은 MC 카트리지가 있고, MC 카트리지는 수치가 섬세해 제품마다 소리가 다르기 마련인데, 대부분 MM으로 통일을 시켜놨으니 아쉬울 수밖에. 대부분의 제조사는 이런 모순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보통 제품은 그저 그거 별거 아니다 라는 식으로 넘어가고 있다.
플리니우스는 특이하게 뉴질랜드에서 만들어진다. 뉴질랜드는 지구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를 꼽으면 한 손에 들어가는 나라로, 국토가 그림처럼 깨끗하고 아름답고 인구는 적다. 북쪽은 온화하지만 남쪽은 빙하가 있을 정도로 특이하며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그리고 과학이 특별하게 발달한 국가도 아닌 터에 1990년대 초반에 플리니우스라는 이름으로 앰프가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당시 첫 인상은 어디까지나 목가적인 인상인 국가의 제품 수준으로 다소 신뢰가 가지 않았다. 가격도 보통 수준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알루미늄 섀시가 주는 단순함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냥 성실하게 만든 아마추어 취향 제품, 아마 대부분 그런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나쁘지도 않고 특별하지도 않은 플리니우스는 시간이 지나도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소박, 검소했지만 차츰 평균을 뛰어넘는 우량한 성능, 과묵한 남자들이 보여 주는 신뢰성 같은 것이 점차 알려지면서 지금은 특별한 홍보나 공치사 없이 당당하게 남반구 앰프의 대표 기종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모범 제품의 산지로 자리 잡았다. 그 후 국내에 여러 기종이 선을 보이고 있지만 한결같이 성능의 편차가 거의 없으며, 뛰어난 내구성과 가성비, 기술적으로 클래스AB이면서도 클래스A 영역으로 소리를 근접시키는 동사의 특별한 기술력을 보여 준다.
시청기인 플리니우스의 하우통가는 동사의 스테디셀러 인티앰프로, 이 제품의 설계는 실용적인 클래스AB이면서도 아이들 전류를 많이 흘려 동작의 대부분이 클래스A 구간인데, 아이들 전류 구간이 400mA, 92W에 달할 정도라 가청 대역 대부분이 고급 설계인 클래스A의 매끄럽고 섬세함, 따스함과 중후함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하우통가라는 이름은 남쪽에서 부는 바람을 뜻하는 마오리어 단어를 합친 것으로, 강하고 깨끗한 바람 또는 신선한 공기의 숨결을 의미한다. 그 이름의 의미처럼 제어, 해상도, 그리고 힘을 위해 과도한 전력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높은 투명성, 낮은 노이즈와 왜곡 등을 갖춰 과연 이름에 정직하게 어울리는 제품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동의하리라 믿는다.
외관이 소박하면서도 미려한 플리니우스의 절제된 스타일의 알루미늄 섀시는 강도도 높아 무겁고 견고하기 짝이 없으며, 발열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일반적이지 않을 정도로 깊이가 깊다. 이 깊이감 하나만으로도 제품의 신뢰도는 어림할 수 있을 정도. 그리고 전면 패널도 볼륨 조절용 노브와 여러 개의 푸시 버튼만 배열된 단순, 명쾌한 디자인이다.
입·출력단은 디지털 입·출력이 없는 순수 아날로그로 구성되어 있는데, 5조의 RCA 입력과 1조의 XLR 입력, 포노 입력이 있다. 그리고 프리 아웃과 라인 아웃, 홈시어터와 통합을 위한 HT 바이패스를 갖춰 이 앰프의 프리앰프부와 파워 앰프부를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스피커 단자는 2조로 구성되어 바이와이어링을 할 수 있는 점도 눈에 띄는 배려이며 스페이드와 바나나 단자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점을 보면 본 기는 순수 음악 용도의 제품으로 분류할 수 있다. 또한 큼직한 리모컨을 통해 원격으로 볼륨 조절, 음 소거 및 스탠바이, 입력 전환, HT 바이패스, LED 밝기 조절 등 여러 가지 유용한 기능을 조절할 수 있으며, 동사의 CD 플레이어도 이 리모컨으로 컨트롤할 수 있다. 특히 메인 온·오프 스위치를 후면 패널에 배치하는 반면, 리모컨의 버튼으로 이 기기를 스탠바이(대기 모드)로 전환할 수 있어 회로의 전원을 차단해 전력 소비를 줄이면서도 중요한 구성 요소는 충전 상태로 유지해 다음 청취 시 장시간 워밍업이 필요하지 않도록 하는 점은 본 기의 두드러진 합리적인 기능.
시청기 하우통가의 설명서에는 회로에 대해서는 별도로 공개하고 있지 않다. 노하우의 영역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소리는 실로 품위가 만점. 리뷰를 쓰면서 초고가 제품은 제외하고라도 하이엔드라는 호칭을 쓰지 않으려 하고 있지만, 이 시청기는 가격대를 뛰어넘는 그야말로 인티앰프의 하이엔드 기종이라는 평가가 적합할 것 같다. 근래 이만한 품위 있는 소리를 들어 본 것 같지 않다. 기쁠 때나 우울할 때나 피곤할 때를 막론하고 들으면 위안이 되는 그런 경우가 있기 마련인데, 시청기에서는 그런 포용성이 두드러진다. 쉽게 만날 수 없는 우량기이다.
가격 790만원
실효 출력 200W(8Ω), 280W(4Ω)
아날로그 입력 RCA×5, Phono×1, XLR×1
프리 아웃 지원
라인 아웃 지원
홈시어터 바이패스 입력 지원
주파수 응답 20Hz-20kHz(±0.2dB)
디스토션 0.05% 이하
험&노이즈 90dB
게인 40dB(라인)
입력 임피던스 47㏀
크기(WHD) 45×12×40cm
무게 14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