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 Miracle
MRCD2412(180g LP) 녹음 ★★★★★ 연주 ★★★★★
2025-06-09 신우진
흔히 1990년대를 록 음악의 쇠퇴기라 한다. 80년대 말부터 서서히 인기가 빠지기 시작했고, 점점 강한 사운드를 내던 메탈 음악은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 극한으로 가면서 대중의 외면을 받게 된다. 그런데 모든 것에는 마지막 불꽃이 있다. 다른 의견이 많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록 음악의 마지막 불꽃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너바나가 아닐까 싶다. 이번에 소개할 LP는 우리나라 록 음악의 마지막 불꽃같은 록 그룹 블랙홀이다. 1989년 발매된 1집 앨범으로 당시 비교적 히트하였던 ‘깊은밤의 서정곡’을 시작으로 강렬한 기타 속주를 보여 주는 ‘야간비행’ 등 정통 록 음악이 실려 있다. 마지막은 대부분의 록 음반처럼 록 발라드인 ‘겨울풀잎’으로 끝나는데 이 곡도 좋다. 80년대 초반의 국내 록 그룹의 실망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확실히 외국 그룹에 비해 손색없는 연주이지만 아쉽게도 이미 유행이 지나가는 시점이었다. ‘깊어가는’ 으로 시작되는 샤우팅에 나의 젊었던 시절 그냥 잘 하네 정도로 지나친 그룹인데 지금 다시 들어 보니 아쉬움을 더한다. 그 시절 나도 아마 발라드를 듣고 있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은 큰 변동 없이 아직도 블랙홀은 음악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 음반을 통해 한국 메탈의 마지막 화려한 연주를 들어볼 수 있다. 그 마지막의 시작이 되는 음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