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ED Golden Anniversary XT Speaker Cable
가격 그 이상의 만족을 제공하는 황금빛 케이블
사실 케이블은 참 설명하기도 쉽지 않고 그 효능에 대해 평가하는 것도 어렵다.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스피커 케이블로는 음악 신호를 더 좋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스피커 케이블이 할 수 있는 일은 손실과 왜곡을 최소화하면서 앰프에서 스피커로 전기 신호를 충실히 전달하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의 고가 제품들은 가격이 나가는 만큼 약간의 변형을 시도하고 있기도 하지만 오디오 기기를 바꾼 것 마냥 큰 변화는 어려운 만큼 그 한계는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보통의 오디오 애호가들은 소리를 훼손하지 않고 적당한 수준에서 중립적이며 맑고 다듬어진 일반적인 수준의 케이블을 라면 값으로 구했을 때 가장 행복감을 느낀다.
이번에 소개할 1973년에 설립된 영국의 케이블 제작사 QED는 그야말로 케이블계의 라면 격이다. 고가의 케이블들이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실정에서 그 틈새를 교묘히 파고든 방침으로 지금 초미의 인기 케이블 제작사로 뛰어오른 것이다. 사실 라면은 누구나 만만히 가볍게 먹을 수 있으며 한끼 때움이 주는 심리적 평온과 함께 그 이상의 안정을 우리 일상에 주고 있는데, 동사의 케이블도 오디오 사용자들에게는 그만큼, 아니 그 이상의 안도감을 주는 케이블이 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골든 애니버서리 XT 스피커 케이블 역시 요즈음 케이블 시장 시세로 볼 때 거의 헐값이나 다름없는 수준의 제품인데 세계적으로 그야말로 광풍처럼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렇다고 이 제작사가 그냥 간단하게 녹여서 철물을 만드는 그런 수준 낮은 곳이 아니다. 전설적이라고 꼽히고 있는 79 Strand 케이블을 1976년에 출시했는데, 이는 시장에 출시된 최초의 전문 케이블로 알려져 있다. 그 이후에는 케이블 설계에 대한 이론을 계속 발전시켜 왔고, 1995년에 시작해 약 30여 년간 이어져 온 QED의 연구 보고서인 Genesis라는 기술 문서를 출판하기도 했다. 그만큼 탁월한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는 곳이다.
시청기인 QED의 골든 애니버서리 XT 스피커 케이블은 동사 출범 50주년을 기념하는 제품인데, 그동안 제품을 개발해 온 엔지니어링 아이디어의 정점을 구현했다는 것이 이 제품에 대한 동사의 홍보 문구이다. 살펴보면 제품 곳곳이 스마트하고 고급품의 색깔이 짙게 느껴질 정도로 잘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내부 구조를 살펴보면 QED의 엔지니어들이 케이블의 구조와 기하학적 구조에 정성을 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케이블만의 특별한 점을 소개해 보면, 먼저 ‘X-Tube Plus’라는 특별한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고주파수의 경우 도체의 표피 부분에만 몰려 저항 값이 높아지는 표피 효과를 억제하기 위해 중앙에 속이 빈 절연 막대를 배치하고 그 주위에 케이블의 전도성 물질을 배치하는 QED의 X-Tube 테크놀로지가 탑재된 것이다. 또한 전류의 흐름에 의해 생성된 자기장의 변화에 따라 도체 근처에 와전류가 생성되어 도체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영역에서만 전류 신호가 전송되는 근접 효과를 억제하기 위해 QED의 Aircore 테크놀로지가 활용된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각 선재는 속이 빈 절연 막대 주위에 꼬인 10개의 구리 도체 가닥이 감겨 있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체 또한 특별하다. 10개의 구리 도체 가닥 중 9개는 99.999% 고순도 OFC(무산소 구리)로 만들어졌고, 나머지 한 가닥은 UPC(Ultra-Pure Ohno Continuous-Cast Copper)로 만들어졌다. 즉, 두 가지 소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의 도체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UPC의 연속 주조 공정 단결정 고유의 장점과 높은 제조 비용이라는 단점을 합리적인 방식으로 절충하고 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작비로 고급스러운 품질을 얻을 수 있었고, 타이밍과 과도 응답의 주는 악영향 또한 개선할 수 있었다.
절연체도 특별하다. 각 선재에 특별하게 낮은 상대 유전율을 가진 특수 혼합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 유전체를 사용하며, 2개의 선재 사이에는 LDPE 필러 로드를 배치했다. 최종적으로 재킷으로 PVC 소재를 사용했으며 그 안을 공기로 채워 도체의 모든 면이 공기 중에 떠 있게 했다. 또한 각 선재에는 골든/마일라 테이프 랩까지 적용했다.
단자와 단자가 결합되는 방식도 남다르다. 접촉 면적이 최대화되도록 설계하고 황동으로 만들고 고순도 금으로 도금한 QED의 Forte 바나나 단자를 사용하며, 동사의 Airloc 기술을 통해 냉간 용접 시스템으로 이 단자를 케이블에 영구적으로 부착해 도체와 단자가 접촉되는 부분을 개선하고 저항을 줄이고 있다.
이 케이블은 처음 들었을 때 거듭 놀라게 되었다. 듣는 이를 현혹시키는 불편한 부스팅이나 왜곡 같은 것 없이 정말 있는 신호 그대로, 즉 기본을 멋지게 들려주는 것이다. 기본에 충실하는 것은 사실 많은 케이블 제조사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QED는 그 어려움을 완벽하게 사운드로 증명하고 있다. 이런 점은 몇 번을 칭찬해도 부족하지 않다. 좋은 기기로 듣다가 아래 모델로 내려가면 금방 알아채는 것이 사람의 귀인데, 이 케이블은 중립적이며 상당히 깨끗하고 안정적인 소리가 계속 이어진다. 이 정도 가격의 제품에서는 찾을 수 없는 모범적 스탠더드 제품이다. 상당한 전문가 그룹에서도 케이블은 다 마찬가지라는 염세적(?) 주장이 있는 시절이지만, 이 정도 가격대에서 이 정도 소리를 들려주는 제품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런 비판자들도 더 이상의 불평은 하지 않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