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inius Reference M-10
플리니우스가 보여준 프리앰프에 대한 완벽 해답
1억 이상의 가격표를 지닌 제품들을 흔하게 볼 수 있는 요즘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에서, 플리니우스(Plinius)의 플래그십 프리앰프와 파워 앰프 같은 제품을 만나면 그 반사 효과로 굉장히 저렴하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물론 저렴함과는 거리가 먼 제품들이지만, 플리니우스의 레퍼런스(Reference) M-10 프리앰프와 A-300 파워 앰프의 조합은 시각적으로나 만듦새 및 스펙 등 모든 면에서 가격 이상의 내용물을 지녔음에 감탄하게 된다. 끊임없이 가격을 올리는 유럽이나 미국의 하이엔드 업체와 달리 뉴질랜드의 플리니우스는 1980년에 설립되어 지금까지 40여 년 동안 탁월한 가성비의 높은 품질과 음질로 자신들의 제품 철학을 유지해 왔다.
실제로 프리앰프인 레퍼런스 M-10은 일반 앰프의 표준 크기보다 훨씬 넓은 51cm 폭에, 깊이도 48cm나 되며, 높이도 17cm라서, 웬만한 오디오 랙에는 버겁게 들어갈 체급을 가지고 있다. 이런 육중한 체구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 것은 ‘플리니우스 빈티지 실버’라 불리는 마감인데, 실제 보면 두껍고 단단한 알루미늄 섀시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대개 전면 패널을 제외하고는, 철판 소재에 푸른색 마감의 포인트를 입힌 이 회사의 중급 제품들과 달리 풀 알루미늄으로 플래그십다운 디자인의 차별성을 보여준다. 그래도 디스플레이나 각종 컨트롤들을 화려하게 배치하는 타사 제품들과 달리 플리니우스 고유의 미니멀한 디자인은 변함없다. 전면 중앙에는 음각으로 새겨진 플리니우스 로고가 있고, 좌우 2개의 노브 중 좌측은 L/R 밸런스이며, 우측은 볼륨이다. 별도의 입력 선택 실렉터 노브가 없고, 좌·우 밸런스를 대형 노브로 배치한 점이 이색적이다. 대신 각각의 입력에 전용 버튼을 배치하여, 좀더 직관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미니멀한 전면 디자인과 달리 제품 뒷면에는 꽤 많은 입·출력 단자들과 스위치가 있다. 포노를 비롯한 6개의 입력이 있는데, 포노부터 입력 3번까지는 RCA와 XLR을 스위치로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포노 입력이 별도로 분리되어 있긴 하지만, 실제 포노 앰프가 내장된 것은 아니고, 입력 표기만 따로 했을 뿐이다. M-10을 위한 포노 옵션도 없으니 오해는 말자. 이 외에도 HT BYPASS로 명명한 바이패스 입력을 별도로 제공하며, RCA와 XLR 중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용도에 맞춰 A/V 프로세서나 리시버와 연동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갖추었다.
기능적으로 특별한 점이라면 신호 그라운드를 섀시 그라운드로 붙이거나 플로팅 상태로 띄울 수 있는 그라운드 스위치가 있다. 이는 신호 그라운드를 섀시로부터 분리하여 가급적 타 기기들과의 연결 시 노이즈 혼용을 피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 옆에 있는 게인 스위치는 기본은 HIGH 상태로 사용하도록 권장하는데, LOW로 할 경우 출력이 다소 줄어들어 매칭할 파워 앰프에 따라 약간의 볼륨 조정의 호 불호를 나눌 수 있다. 대신 LOW에서는 전체적인 노이즈 플로어가 한층 낮춰지는데, 더 정숙한 재생을 얻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 외에도 트리거 입·출력 단자를 제공하여 파워 앰프와 자동 온·오프를 연동할 수 있고, 적외선 리모컨 수신부를 추가로 연결할 수도 있는 편의성을 제공한다.
이름에 있는 레퍼런스가 암시하듯, 이 제품은 이 회사의 최고급 모델이다. 내부를 열어보면 그에 맞게 플리니우스다운 정통파 최상급 설계가 엿보인다. 물론 타 하이엔드 제품들이 보여주는 회로 이외에 화려한 내부 레이아웃 연출과 비교한다면, 다소 소박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플리니우스의 설계 목표는 오직 최단 거리의 고순도 신호 전송을 목표를 두고 있다. 이른바 정통파 풀 디스크리트 회로 설계. 전원부에서부터 최종 프리아웃 출력에 이르기까지 좌·우 채널이 100% 분리된 듀얼 모노 구성으로, 사운드의 일관성과 뛰어난 스테레오 이미징 형성을 목표로 했다. 클래스A, 클래스AB 또는 커런트 모드 같은 회로 설계의 방식에 대한 정보는 별도로 제공하지 않고 있지만, 제조사에 따르면 가장 투명하고 높은 충실도를 자랑하는 하이 스피드 사운드를 목표로 노이즈 수준을 극도로 낮추고 왜곡율 또한 최소화하기 위한 설계가 레퍼런스 M-10의 주제라고 밝혔다. 설계 담당자인 브라이언 윌러비(Brian Willoughby)에 따르면 ‘레퍼런스 M-10은 완전히 새로운, 완전히 분리된, 듀얼 모노 프리앰프로, 백지 상태에서 설계되었다. 매우 낮은 오차율의 오디오용 저항 같은 부품을 사용하여 노이즈를 최소화하도록 했으며, 게인 스위치를 적절히 사용하면 놀라운 수준의 디테일들을 들을 수 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뛰어난 프리앰프 중 하나라고 자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요즘 출시되는 인티앰프나 프리앰프들이 디지털 입력이나 스트리밍 기능을 당연하다는 듯이 탑재하고 있는데, 플리니우스는 더 높은 사운드 퀄러티를 위해 디지털 회로를 완전히 배제하고, 오직 아날로그 입력만 갖춘 순수 아날로그 프리앰프로 만든 것이 그를 대변하는 증거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만한 점은 역시 리모컨이다. 과거 플리니우스의 리모컨은 상당한 크기와 육중하고 단단한 만듦새로 유명했는데, M-10 프리앰프의 리모컨은 그와는 좀 다른 콘셉트로 훨씬 더 세련되고 아름답게 변화하였다. 검은색 금속 케이스 위에 우아하게 휘어진 솔리드 실버 알루미늄 섀시가 더해졌는데, 특유의 큼지막한 버튼들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이전과 좀 스타일이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플리니우스의 리모컨답게 거대함과 육중함을 보여준다.
고가의 하이엔드 프리앰프임에도 여전히 가성비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만드는 크기와 만듦새, 그리고 현대적인 사운드로 한층 더 진화한 사운드를 완성해낸 레퍼런스 M-10 프리앰프. 또 한 번 오랜 스테디셀러로 장시간 오디오 시장을 집권하게 될 플리니우스의 멋진 쇼케이스를 즐겁게 경험한 시간이었다.
가격 2,100만원
주파수 응답 20Hz-20kHz(±0.1dB)
아날로그 입력 RCA×6, XLR×3
HT 바이패스 지원(RCA/XLR)
프리 아웃 지원(RCA/XLR)
라인 아웃 지원(RCA)
최대 출력 레벨 7V(RCA), 14V(XLR)
디스토션 0.001% 이하
입력 임피던스 7.5㏀(RCA), 47㏀(XLR)
게인 12dB(High, 4×), 0dB(Low, 1×)
크기(WHD) 51×17×48cm
무게 16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