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oon Products AMP-5522
언제나 대만족, 다시 빠져드는 마성의 바쿤 앰프
필자는 지금까지 바쿤 프로덕츠(Bakoon Products) 제품을 여럿 구매해 써봤다. 시작은 2013년의 SCA-7511 MK3으로 샘물 같은 음의 촉감과 짱짱한 스피커 구동력이 인상적인 파워 앰프였다. 이어 2014년에는 상급 5 시리즈의 PRE-5410 MK3, AMP-5521 조합에 DAC-9730을 사용하며, 한 차원 높은 바쿤 사운드를 만끽했다. 특히 파워 앰프 AMP-5521이 펼쳐내던, 그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스테레오 이미지에는 그야말로 엄지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리뷰의 주인공은 바로 그 AMP-5521의 후속인 AMP-5522다. 일본 내수용은 RCA 입력 단자가 4조, BNC 단자가 2조인 AMP-5522M, 대한민국 수출용은 XLR 입력 단자 1조, RCA 입력 단자 1조, BNC 단자 1조로 이뤄진 AMP-5522P다. 전면에 조그만 디스플레이가 생기고 방열판이 상판 가운데에 노출되는 등 섀시 디자인이 완전 달라졌고, 출력도 35W에서 70W로 크게 늘었다. 게인은 23.5dB(15배), 무게는 11kg이다.
AMP-5522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전면 우측 상단에 프린트된 것처럼 HBK(I) 회로를 채택했다는 점. HBK(I) 회로는 바쿤 사운드의 근원인 사트리(SATRI) 회로의 진화형으로, 일본어로 ‘울림’을 뜻하는 히비키(Hibiki)에서 ‘HBK’, 히비키 단어에 들어간 3개의 ‘i’에서 ‘(I)’를 따왔다. 괄호안의 I는 또한 히비키 회로 자체가 전류(I) 입력, 전류(I) 출력 회로인 사트리 회로임을 웅변한다.
사실 바쿤 특유의 순결하고 왜곡 없는 사운드는 사트리 회로 덕분인데, 사트리 회로 자체가 ‘전류 입력 → 커런트 미러 회로 → 전류 출력’ 설계이며, 증폭은 리니어리티가 떨어지는 트랜지스터가 아니라, 커런트 미러 앞뒤에 있는 두 저항(R1, R2)의 저항비로 이뤄진다. R2 저항값이 높을수록 증폭률이 높아지고, 게인 노브는 바로 이 R2 저항값을 조절한다. 바쿤 앰프가 낮은 볼륨(게인)에서도 S/N비가 높은 것은 이처럼 입력 신호를 깎지 않고 증폭에 100% 활용하기 때문이다.
사트리 회로는 이처럼 전류 신호가 입력되는 구조상 입력 임피던스가 낮기 때문에, 통상의 XLR/RCA 단자를 통해 높은 임피던스의 전압 신호가 들어오면, 이를 낮춰줄 입력 버퍼 회로가 필요하다. 바쿤에서는 이 입력 버퍼 회로가 사트리 회로의 순도를 낮춘다고 판단, 지난 2018년 미국 에어 앰프 등에서 적극 활용했던 다이아몬드 회로를 사트리 회로와 결합해 버퍼 회로가 필요 없는 HBK(I) 회로를 개발했다.
이에 비해 BNC 단자를 통해 전류 신호가 들어오면 전류 신호는 임피던스가 낮기 때문에 입력 버퍼 회로가 따로 필요 없다. 바쿤 CAP-1002 포노 앰프에서 임피던스가 수 Ω에 불과한 MC 신호를 전류 입력시킨 이유이자, 파워 앰프 등에서 BNC 단자(SATRI-LINK) 사용을 권장하는 배경이다. CAP-1002 등에는 HBK(I) 회로가 칩 형태였지만, AMP-5522에서는 채널당 1회로씩 디스크리트로 풀었다.
이 밖에 게인 노브가 기존 23스텝 아날로그 어테뉴에이터에서 67스텝 디지털 어테뉴에이터로 바뀐 점, 전원부가 기존 리니어 타입에서 채널당 1개씩 투입된 SMPS로 바뀐 점도 빅 뉴스다. 특히 전면 디스플레이와 디지털 어테뉴에이터 작동을 위한 SMPS를 별도로 마련, 디지털 신호에 의한 아날로그 신호의 오염을 전원부 단계부터 차단시켰다. 출력단에는 푸시풀로 작동하는 MOSFET을 좌우 채널당 2개씩 투입했다.
필자의 시청실에서 이뤄진 AMP-5522 시청에는 패스의 프리앰프 XP-12와 B&W의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 801 D4를 동원했다. 인터 케이블은 A/B 음질 비교 끝에 RCA 인터 케이블을 썼으며, 음량은 AMP-5522의 게인 노브를 -2dB로 놓은 상태에서 XP-12로 볼륨을 조절했다.
첫 곡으로 네나드 바실릭의 ‘Bass Drops’를 들어보면 왼쪽 무대에 등장한 더블 베이스가 역대급으로 뒤에 자리한다. 잡티 하나 없는 음은 바쿤 사운드 그 자체인데, 여기에 저음의 풍성한 양감과 단단한 무게감이 예전 AMP-5521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801 D4의 10인치 우퍼 2발을 너끈하게 드라이빙한다.
웅산의 ‘Yesterday’에서는 기타와 보컬 모두 싱싱하게 살아 있는 음을 들려준다. 이 과정에서 앰프와 스피커 모두 사라지게 만드는 바쿤의 기세는 여전하고, 일체의 엇박이나 머뭇거림 없이 음악을 쏜살같이 토해내는 모습 또한 대단하다. 역시 트랜지스터를 증폭에 활용하지 않은 앰프, 이로 인해 네거티브 피드백을 걸지 않은 앰프의 맛이다.
메가데스의 메탈곡 ‘Skin O' My Teeth’를 재생하자 음악의 열기는 뜨거워지고 무대는 견고해진다. 바위처럼 단단한 음들이 시청실을 마구 흔들어댄다. 조성진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에서는 피아노가 내는 음 하나하나가 이토록 깨끗하고 선명할 수가 없다. S/N비도 최고조. 다시 한번 바쿤 앰프의 마성에 푹 빠져드는 순간이었다.
가격 940만원
최대 출력 70W(8Ω, 10% 왜곡), 58W(무 왜곡)
아날로그 입력 XLR×1, RCA×1, SATRI-LINK×1
주파수 특성 20Hz(0-0.14dB)-100kHz(0dB)
입력 환산 노이즈 -105dB
왜율 0.054%(RCA, 1W), 0.18%(RCA, 10W)
댐핑 팩터 16(50W), 13.3(10W), 12.2(1W), 13.42(1mW)
게인 15(23.5dB)
입력 임피던스 10㏀(XLR), 100㏀(RCA), 25Ω(BNC)
게인 컨트롤 10비트 릴레이에 의한 디지털 컨트롤
원격 제어 적외선 리모컨(애플 리모컨 사용)
크기(WHD) 44×17×36cm
무게 11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