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nic M-10000 Signature
현 시점 최고의 진공관 파워 앰프가 탄생하다
시청실에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올닉(Allnic)의 새 플래그십 모노블록 진공관 파워 앰프 M-10000 시그니처(Signature)다. 두 사람이 겨우 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덩치와 무게를 자랑하는데, 빼곡히 박힌 출력관과 드라이브관, 초단관, 초크 트랜스, 전원 트랜스, 출력 트랜스 위용이 대단하다. 출력 역시 빔관 KT170을 채널당 총 8개를 투입, 푸시풀 구동해 무려 500W를 뿜어낸다. 그야말로 몬스터다.
하나하나 따져봤다. 우선 두 손잡이가 달린 전면은 전원 스위치와 함께 오롯이 출력관 바이어스 세팅 인터페이스로 채웠다. 노브로 V1-V8 출력관을 선택한 뒤 커런트 미터를 보면서 해당 진공관의 포텐셔미터를 돌리면 된다. 상판 메인은 올닉 시그니처인 폴리카보네이트 침니 안에 수납된 총 11개의 진공관이 장식했고, 후면은 RCA/XLR 입력 단자와 8Ω/4Ω 출력 임피던스 선택 토글 스위치, 스피커 케이블 바인딩 포스트, 전원 인렛이 마련됐다.
400W를 내는 기존 플래그십 M-5000 타이탄과 결정적 차이는 출력관이 KT150에서 KT170으로 바뀌었다는 점. KT170은 스테레오 파워 앰프 A-2000 MK3에서도 출력관으로 사용됐을 만큼 최근 올닉이 애정하는 빔관인데, 모양 자체가 KT150과는 다르고, 덩치도 커졌으며, 출력을 가늠할 수 있는 플레이트 손실도 70W에서 85W로 늘어났다. 올닉 박강수 대표에 따르면 진공관이 커지면 커패시턴스가 늘어나 고음이 안 예쁜데, KT170은 그런 약점을 극복한 데다 작동이 무척 안정적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KT170을 드라이빙하는 것은 가운데 초크 트랜스 앞에 위치한 2개의 3극관 12A4. 플레이트 손실이 6W에 이를 정도로 높아 출력관으로도 쓸 수 있는 파워 드라이브관이다. 전압 증폭률(뮤) 역시 이상적인 수치라 할 20을 보인다. 뮤가 너무 높으면 음들이 찌그러지고 너무 낮으면 힘이 없게 된다. 12A4 1개가 KT170 4개를 각각 푸시풀로 드라이빙한다. 참고로 M-5000 타이탄에서는 이 역할을 3결 접속한 5극관 E55L이 맡았었다.
초단관으로는 5극관인 5654W가 나섰다. 밀리터리 스펙의 GE JAN(Joint Army-Navy) 진공관으로 특유의 따뜻한 음색과 안정적인 작동으로 인기가 높다. 뒤에 붙은 W는 내구성을 높인 버전이라는 뜻. 5극관은 통상 내부 저항이 높기 때문에 M-10000 시그니처에서는 3결 접속했을 것으로 보인다. 3결 접속을 하면 증폭의 선형성도 좋아지고 저음의 충실도도 높아진다.
이 밖에 올닉에 따르면 앰프의 출력과 소릿결의 키맨 역할을 하는 출력 트랜스와 전원 트랜스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올닉 출력 트랜스는 니켈 계열 합금인 퍼멀로이를 코어로 써서 스피드와 광대역 특성이 뛰어나고, 전원 트랜스는 전압 변동률이 0%에 가까워 각 진공관들이 안정적이고, 정확한 증폭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깨끗한 평활 전원을 만들어내는 큼직한 초크 트랜스와 대용량 파워 커패시터, 진공관 보호 및 마이크로포닉 노이즈 유입 방지 역할을 겸한 폴리카보네이트 침니도 눈에 띈다.
소리를 들어봤다. 필자의 시청실에서 진행한 M-10000 시그니처 시청에는 프리앰프로 패스 XP-12, 스피커로 B&W 801 D4를 동원했다. 스피커 케이블은 필자가 몇 년째 애용하고 있는 올닉 ZL-3000. 첫 곡으로 존 아담스의 ‘Bohemian Rhapsody’를 들어보면 완전 적막한 배경에 또렷하게 맺힌 음상이 기막히다. 500W라고 해서 과하다거나 거칠다는 느낌이 1도 없다. 오히려 클래스A 작동 구간이 아주 넓기 때문에 음의 입자들이 곱고 진득하다. 모노블록 특유의 견고한 사운드 스테이지도 눈에 띈다.
더 웰러맨의 ‘Hoist The Colours’에서는 중간중간 ‘어이쿠’ 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묵직한 팀파니의 타격이 워낙 강렬하고 매서웠기 때문이다. 801 D4의 10인치 우퍼 2발이 비로소 봉인 해제되고, 기동했다는 느낌. 넉넉한 헤드룸은 근래 보기 드문 수준이다. 각 보컬 이미지는 색 번짐 없이 선명하고 목소리 톤의 미세한 변화도 잘 포착된다. 시청 내내 진공관 대출력 파워 앰프가 어쩌면 이렇게 노이즈가 한 방울도 느껴지지 않을까, 감탄 또 감탄했다.
티에리 피셔가 유타 심포니를 지휘한 말러 교향곡 1번 4악장은 처음부터 스케일 크고 위엄 가득한 음과 무대가 펼쳐진다. 특히 예비 동작 전혀 없이 크고 묵직한 저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인상적. 지금까지 KT170은 여러 앰프에서 들어봤지만 이 정도로 기민하고 일사불란한 모습은 처음 봤다. 네나드 바실릭의 ‘Bass Drops’는 무대에 등장한 2개의 더블 베이스가 시청실 바닥을 푹 파고 들어간 듯했고, 소니 롤린스의 ‘I'm An Old Cowhand’는 나오는 음들이 저마다 깨끗하고 선명했다. M-10000 시그니처, 현 시점 최고의 진공관 파워 앰프라고 확신한다.
구성 모노블록
실효 출력 500W(8Ω)
아날로그 입력 RCA×1, XLR×1
사용 진공관 KT170×8, 12A4×2, 5654×1
주파수 응답 20Hz-20kHz
소비 전력 800W
크기(WHD) 48×25×82cm
무게 65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