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naudio Contour Legacy

품절 임박, 다인오디오 가장 특별한 한정판

2025-02-11     성연진(audioplaza.co.kr)

1990년대 다인오디오(Dynaudio)의 히트작 컨투어 1.8을 오마주하여 한정판으로 제작된 컨투어 레거시(Contour Legacy)는 한창 젊었던 시절의 오디오 취미를 떠올리게 만든다. 당시 컨투어 1.8이 지닌 훌륭한 가성비는 많은 오디오파일들에게 중급 하이파이 시스템의 레퍼런스 스피커로 꼽힐 만큼 인기 절정이었고, 다인오디오라는 덴마크 브랜드의 인지도와 명성을 쌓아 올리게 해준 핵심 제품이었다. 그런 과거의 명기를 30년 전 모습 그대로 다시 눈앞에서 만나게 되는 일은 사실 매우 즐거운 일이다.

먼저 청음실에서 만난 이 스피커의 외모와 마감은 정말 뛰어나다. 과거 컨투어 1.8은 기계적으로 다량 생산되던 일반 스피커였지만, 컨투어 레거시는 1,000조 한정판으로 이 회사의 덴마크 공장에서 캐비닛 전문 장인들이 직접 수작업으로 일일이 깎고 끼워 맞추는 조립 작업을 거쳐 최종 마감 처리를 해내는 핸드 메이드의 결정판이다. 완벽한 좌우 대칭의 미러 이미지로 구현된 아메리칸 월넛의 나무 무늬는 대단히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유럽 고급 가구와 다름없다. 그만큼 거실이든, 방이든 어디에 놓아도 공간의 분위기를 따뜻하고 우아하게 만들어주는 외모를 자랑한다.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외모 속에는 다인오디오의 플래그십에만 사용되는 기술과 소재로 가득 채워져 있다. 30년 전 에소타를 연상시키는 오리지널 에소타 T330 트위터와 똑같이 생긴 전면 플레이트로 제작된 트위터가 사용되었는데, 이는 플래그십 부품인 에소타 3 트위터로, 전면 플레이트만 오리지널의 모습으로 바꾼 것이다. 미드·베이스와 우퍼로 사용되는 18cm 유닛도 기존 다인오디오 제품들의 드라이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다인오디오의 초고가 스피커인 에비던스의 미드·베이스 드라이버를 가져온 것이다. 컨피던스와 에비던스의 드라이버를 가져와 완전히 새로 설계한 2.5웨이 사양이며, 크로스오버 쪽도 훨씬 고급 부품들로 개선되어 심플·강력의 신기술 크로스오버로 완성되었다.

고풍적인 외모, 현 시점 최신 기술, 그리고 이에 맞춰 새롭게 튜닝한 컨투어 레거시는 이전에 발매된 헤리티지 스페셜이 그랬던 것처럼, 다인오디오에서 기대할 수 있는 고차원적인 퍼포먼스를 그대로 선사한다. 크지 않은 플로어 스탠더 크기에서 감당하기 힘든, 꽤나 깊고 강력한 저음을 들려준다.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 같은 녹음의 그란카사 초 저음이 방 안을 뒤흔들 정도로 강력하고, 깊은 울림으로 재현되는데, 그야말로 하이엔드의 위상을 멋지게 보여준다. 또한 위상 반전 포트의 노이즈나 풀어진 저음의 흐릿하고 혼탁한 부밍 같은 모습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물론 구동에 사용한 그리폰의 앰프 조합이 지닌 지구력과 에너지도 한몫을 한 것이겠지만, 이 정도 스케일과 저음이라면 충분히 안정적이다. 깊고 단단한 저음은 좀더 일렉트릭한 마커스 밀러의 ‘Trip Trap’ 같은 곡에서도 인상적인 결과를 보여주는데, 베이스 기타의 저음 리듬의 정확함과 임팩트 있는 에너지에 완전히 빠져들게 만든다.

저음의 깊이와 생생한 에너지, 빠른 스피드감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확실한 중역이다. 사실 저음이 훌륭한 스피커들치고 중역대가 흐트러지거나 산만해지는 경우는 드물다. 컨투어 레거시도 그런 경우다. 베를린 필하모니에서 라이브로 녹음된 래리 코리엘의 ‘Morning of The Carnival’을 들어보면 좌우로 분리된 일렉 기타와 어쿠스틱 기타의 완연히 다른 음색을 만끽할 수 있다. 그리고 멜로디와 리듬의 구분이 대단히 사실적으로, 매우 선명한 디테일들을 하나하나 캐치할 수 있다. 홀이 지닌 약간의 건조함과 울림이 정확하게 표현되는데, 아주 사실적인 스테이징이 형성된다. 자칫 두 기타 연주에 비춰질 수 있는 기타 핑거링의 고역 경질화 모습이 나타날 법도 하지만, 컨투어 레거시에는 그런 거친 음의 입자나 에지의 굵은 두께감 같은 현상이 하나도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에소타 3 트위터가 지닌 높은 해상도와 사실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디테일 재현 능력 덕분일 것이다.

특히 이런 해상도와 색채 표현은 이 스피커의 강점인데 보컬에서 특히나 빛을 발한다. 김현수의 ‘꽃이 핀다’ 또는 정미조의 ‘귀로’ 같은 녹음을 들어보면 보컬의 개성, 색채가 사실적으로 그려지며, 그 음색의 계조라 부를 만한 변화나 질감, 텍스처 같은 것들이 그대로 살아나는 모습이다. 과거의 다인오디오에 비하면 진득함이나 다소 과장된 듯한 색채는 옅어졌지만, 다인오디오가 지닌 색채감의 개성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여기에 현대적으로 변신한 튜닝 덕분에 소리의 입자, 디테일 같은 요소는 훨씬 곱고 세련된 톤으로 바뀌어, 대단히 자연스러운 고해상도 녹음의 장점을 느끼게 만든다.

1,000세트 한정판으로 제작된 컨투어 레거시는 전작이라 부를 수 있는 헤리티지 스페셜에 비해 생산 대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크기가 커진 이유도 있겠지만, 덴마크 공장에서의 전면적인 수작업 생산으로 인해 원하는 만큼 많은 수량을 속도감 있게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높은 품질의 한정판 스피커로 탄생·판매될 수 있게 된 것이며, 그런 기획 의도에 걸맞게 대단히 인상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과거의 컨투어 1.8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외모 속에 다인오디오의 플래그십 기술과 소재, 부품을 넣어 현행 컨피던스와 같거나 그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는 스피커가 된 컨투어 레거시,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외모 위주의 이벤트성 제품이 절대 아니다. 외모와 달리 엄청난 엔지니어링의 산물인 이 하이엔드 스피커는 본격적인 하이엔드 등급의 오디오에 입문하거나 다인오디오 사운드의 매력에 큰 가치를 둔 오디오파일들에게는 가장 매력적인 최우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다만 국내에는 정말 극소량으로 많지 않은 물량만 배정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가격 2,400만원   
구성 2.5웨이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2) 18cm MSP 콘, 트위터 2.8cm 에소타 3
재생주파수대역 42Hz-29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3400Hz
출력음압레벨 90dB/2.83V/m   
임피던스 4Ω   
파워핸들링 300W
크기(WHD) 20.8×99.5×34.5cm   
무게 32.5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