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naudio Evoke 20 & Plinius Hautonga

다인오디오와 플리니우스, 음악을 더욱 음악적으로

2025-01-08     성연진(audioplaza.co.kr)

일전에 발매된 헤리티지 스페셜이 과거 컨투어 1.3을 되살린 스페셜 모델이지만, 사실 모양만 컨투어의 형태를 지녔을 뿐 기술이나 만듦새, 가격은 완전히 급이 다른 스피커이다. 오히려 가격적으로 본다면, 당시 컨투어 1.3에 근접한 모델이 현재의 이보크(Evoke) 20이 될 것이다. 세월에 따른 물가 변화가 고려되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500만원 미만의 북셀프 스피커는 언제나 오디오 시장에서 초심자와 하이엔드를 향하는 중급 오디오파일들의 인기 높은 선택지이다.

이보크 20은 그에 가장 잘 맞춘 기획과 제품 설계로 자신들이 잘하는 이 카테고리에 최적화시킨 북셀프 스피커라 할 수 있다. 외형적으로는 2015년 이후 등장한 다인오디오의 새로운 디자인에 맞춘, 전면 나사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모던한 디자인을 최초로 적용한 모델이 바로 이보크 시리즈이며, 기술적으로도 컨피던스, 컨투어 i 시리즈를 낳은 오리지널 기술 베이스가 바로 이보크 시리즈이다. 다인오디오에서 최초 등장한 세로타 트위터는 헥시스 돔이라는 실크 돔 뒤에 숨겨진 이너 돔이 트위터 내부 배압을 제어·소멸시켜 효과적으로 음의 명료도와 반응을 개선시키고, 대역 확장과 스피드까지 더했다.

또한 전통적인 다인오디오의 미드레인지와 우퍼의 소재 MSP를 사용한 미드·베이스는 두께의 변화와 새로운 페라이트+세라믹 소재의 마그넷과 알루미늄 보이스코일 설계와 아라미드 소재의 스파이더로 힘과 다이내믹에서 큰 개선을 이루어냈다. 이는 역시 나중에 등장한 컨피던스와 컨투어 i, 그리고 엔트리 모델인 이미트 시리즈로 이어졌다. 새로운 자본이 인수한 뒤, 지난 10년 동안 다인오디오는 기술적으로나 사운드적으로나 모두 환골탈태 변신·진화를 일궈냈는데, 그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이 바로 이보크 시리즈인 셈이다.

이보크 20은 그런 변화를 잘 보여주는 증거로 사운드 면에서 매우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이전의 다인오디오 스피커들과 다르게 중역의 두께감이 다소 슬림해진 느낌이 있고, 고역의 디테일이 훨씬 더 미립자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저음 또한 빠르고 예리해진 면모를 들려준다. 따라서 사운드 스테이지는 훨씬 더 입체적이고, 음의 울림, 잔향 같은 요소가 더 좋아졌다. 또한 크지 않은 북셀프의 체구에서 뿜어 나오는 저음도 꽤나 인상적인데, 작지만 깊은 저음을 내는 북셀프 스피커라는 장점은 다인오디오의 전통적인 특징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과거에 비하면 양적인 저음의 확장이 확실히 이전 세대의 스피커들보다 덜하지만, 이는 양감보다는 저음의 질적인 개선을 추구한 새로운 다인오디오 사운드의 특징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이보크 20에 어울리는 앰프 매칭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86dB로 감도는 높지 않지만, 생각보다 고출력 앰프가 아니더라도 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이 전혀 없다. 가격을 고려하면 비슷한 가격대에서 뮤지컬 피델리티의 M5si나 엔트리급 앰프의 명작인 A1도 있다. 출력은 작지만 A1은 클래스A 방식으로 특유의 온도감이나 매끄러움을 잘 살려내고, M5si는 채널당 150W 출력으로 이보크 20을 꽤 안정감 있게 울려준다. 실제 구매 가격을 고려하면, 꽤 합리적인 가성비의 선택이다. 트랜지스터와 달리 진공관으로 눈을 돌리면 마스터 사운드의 BoX가 있다. EL34를 사용했지만 6개의 관을 투입하고, 이 회사 특유의 고집인 클래스A 패러럴 싱글 엔디드로 35W 출력을 낸다. 사운드는 수치보다 훨씬 파워가 느껴지며, 진공관 특유의 매끄러운 질감과 색채미를 잘 그려낸다. 마스터 사운드 특유의 합리적이고, 음악 즐기기를 쉽고, 편하게 만들어주는 앰프로, 이 가격대에 꽤 추천할 만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이보크 20과 비슷한 가격대의 선택은 합리적인 음악 즐기기에는 충분할지 모르겠지만, 좀더 적극적인 오디오파일의 접근이라면 결국 스피커보다 한 단계 위의 앰프가 필요하다. 특히 작은 북셀프에서 더 큰 다이내믹과 더 강력한 저음을 이끌어 내려면, 앰프의 힘이 필수적이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오디오넷의 SAM G2나 플리니우스(Plinius)의 하우통가(Hautonga)가 적합하다. 레퍼런스적인 브랜드 조합이라면 오디오넷이 1순위이며, SAM G2는 이보크 20의 모든 것을 끄집어내준다. 저음, 스케일, 디테일, 입체감 등 모든 면에서 훌륭하다. 다만 가격이 부담스러울 뿐. 그런 면에서 플리니우스의 하우통가는 가장 적절한 밸런스를 제공한다. 물론 스피커보다는 비싼 가격을 지녔지만, 플리니우스 특유의 안정감 있는 스피커 구동력으로 이보크 20을 여유 있게 리드하며, 앰프가 지닌 색채와 온도감, 그리고 질감까지 살려주는데, 다인오디오의 전통적인 개성들도 이보크 20에서 잘 뽑아내준다. 그렇다고 너무 무겁고 둔중하게 치우치지 않는 것도 이 매칭의 장점이다. 요란한 화려함이나 자극적인 고역의 강조 없이 오래 들어도 피곤하지 않고, 깨끗하고 정보량이 많으며, 안정감 있는 사운드는 이 매칭의 미덕일 것이다. 오디오파일과 음악 애호가들에게 가장 잘 맞는, 음악을 음악적으로 듣게 만드는 유기적인 조합의 매칭이다.


Dynaudio Evoke 20
가격 410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8cm MSP, 트위터 2.8cm Cerotar(Hexis)   재생주파수대역 40Hz-23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3200Hz   출력음압레벨 86dB/2.83V/m   임피던스 6Ω   크기(WHD) 21.5×38×30.7cm   무게 9.9kg

Plinius Hautonga
가격 880만원   실효 출력 200W(8Ω), 280W(4Ω)   아날로그 입력 RCA×5, Phono×1, XLR×1   프리 아웃 지원   라인 아웃 지원   홈시어터 바이패스 입력 지원   주파수 응답 20Hz-20kHz(±0.2dB)   디스토션 0.05% 이하   험&노이즈 90dB   게인 40dB(라인)   입력 임피던스 47㏀   크기(WHD) 45×12×40cm   무게 14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