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ndor A7
순수했던 청춘의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스펜더
스펜더 스피커들을 보면 고교생이었을 때 길 건너의 여고가 떠오른다. 지난 청춘의 그 시절 여고생은 하얀 칼라가 부착된 검정이나 감색의 교복을 입었다. 그래서 더욱 그 시절의 소녀들은 더 순결하고 청아한 이미지로 추억이 굳는다. 감상적인 추억이지만 그런 순수한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소리가 스펜더이다. 언제부터인가 대부분 스펜더의 소리를 들을 때마다 항상 감미롭고 새벽녘 햇살처럼 마음이 깨어나는 듯하다.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오직 스피커 일변도의 길을 걸어 온 강직한 제조업체인 동사의 스피커는 클래식 라인, D 라인, A 라인이 주력기인데, 아래로 갈수록 가격이 싸진다. 당연히 A 라인이 가장 많이 보급되었는데 이유는 사실 단순하다. 실용기이면서도 소리는 상위 시리즈와 대등하다는 것이 잘 알려졌기 때문.
스펜더의 세 라인 스피커들은 모두 겉치장을 화려하게 꾸미며 덩치를 부풀리는 근래 스피커 흐름과는 거리가 멀다. 그냥 소박하고 외관도 전혀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 봤을 때 시각의 흥미를 유발하는 데 뒤떨어지지만, 한참을 보고 있노라면 드디어 머릿속에서 청춘의 해맑음이 나타나는 그런 제품이기도 하다.
A 시리즈 역시 상위 시리즈와 공통의 만듦새. 시청기 A7은 그 A 시리즈에서 톨보이 기종이지만 그냥 소박한 외모를 가졌으며 멋진 치장 대신 요즘 보기 힘든 원목 마감의 인클로저이다. 이 제작사는 자신들의 스피커는 물론이고 영국 여러 군데 스피커 제조사의 인클로저도 제작해 주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래서 얼마든지 화려 무쌍한 외형을 갖출 수가 있지만 소박함의 아름다움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인클로저를 제외하고서도 이 제작사는 전 부품을 직접 설계하고 전 제작 과정을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마 그러한 방식이 아니라면 제품을 이런 방식으로는 만들지 않을 것이다.
유닛은 동사에서 새롭게 개발한 18cm EP77 폴리머 콘 미드·우퍼와 와이드 서라운드가 특징인 22mm 폴리아미드 돔 트위터를 투입했으며, 트위터에는 금속제의 보호용 그릴이 부착되어 있어서 전면에서 제품을 보면 마치 갑옷을 입은 소년 장군처럼 단단하고 듬직해 보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주력 상급 모델인 D7의 드라이버 서스펜션, 크로스오버 부품과 거의 동일한 수준.
그 외 이 제작사의 독특한 개성은 후면의 포트 방식이다. 4세대를 거쳐 진화한 리니어 플로우 포트(Linear Flow Port)가 그것인데, 단면이 비대칭인 직사각형 베이스 포트를 바닥에 최대한 가깝게 위치하도록 설계되었다. 이 포트는 초 저음을 깔끔하게 뽑아내는 역할을 하는데, 인클로저 내부, 특히 베이스 포트 주변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명(Internal Port Resonance)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데 일조한다. 또한 벽에 가까이 배치하거나 작은 방에서 사용하더라도 지장 없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내부 흡음재 배치에 있어서 일반적인 스피커들과 상당히 다르다. 스펀지를 적당히 채우는 일반적 방식이 아니라, 단순한 폼 재질이 아닌 약간 고무에 가깝기도 하고 발포 우레탄 느낌 같기도 한 특수한 고 댐핑 계수 폴리머 댐핑 블록을 여러 개 조합시켰다. 가령 큰 블록 한두 개 정도로 커버될 면적을 굳이 작은 블록 여러 개로 덧대어 붙여 놓는 식이다. 심지어 각각의 블록 모양이나 크기도 제각각이다. 이런 방식으로 채워진 시청기의 사운드는 당연히 개성 만점. 그 외에도 스피커 단자가 싱글이라 간편하고 바닥에는 철재 받침대가 부착되어 있고 스파이크도 제공된다.
다소 왜소해 보이는 2웨이 톨보이지만 그 음장감은 거대하고 순수하며 번득이는 듯한 선명도는 그야말로 스펜더가 아니면 들을 수 없는 독특한 울림. 스피커의 장점은 사실 2웨이에 있다. 저역을 확장하고 음장감을 넓힌다는 이유로 3웨이도 지천으로 등장했지만, 2웨이야말로 전혀 혼탁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순수한 소리를 내주는 데 가장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운드는 그야말로 막강. 거대하다고 평가할 만한 스케일이다. 다이내믹도 뛰어나다. 모든 악기와 보컬 소리가 전 대역을 막론 생생하기 짝이 없다. 저역도 뭉그러지지 않고 탄력적. 그러면서도 묵직하기 짝이 없다. 앰프 매칭에 있어서는 의외로 폭이 넓어서 심지어 자그마한 WiiM 앰프 프로로도 충분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며, 국산 인티앰프인 하이파이 로즈와 매칭은 최상급의 소리를 내준다. 아마 스펜더 스피커로는 가장 실용기이며 실속기로 꼽히게 될 것이다.
가격 620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8cm EP77 폴리머 콘, 트위터 2.2cm 폴리아미드 돔
재생주파수대역 32Hz-25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3.7kHz
출력음압레벨 88dB/W/m
임피던스 8Ω, 6Ω(최소)
권장앰프출력 25-200W
파워핸들링 150W
크기(WHD) 18×93.4×30.5cm
무게 17.7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