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beth P3ESR XD & Triode TRV-88XR

기풍의 브랜드, 하베스와 트라이오드가 만나다

2024-12-09     김문부

기풍 있는 두 브랜드가 만났다. 고전적인 모습을 하면서도, 또 요즘의 사운드를 멋지게 들려주는 곳이다. 특별한 모델 체인지 없이 오랫동안 스테디셀러를 유지해오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실제 함께 놓고 보면, 서로를 위해 탄생한 제품처럼 디자인적으로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일본을 대표하는 진공관 앰프와 영국을 상징하는 북셀프 스피커가 만났다. 하베스 P3ESR XD와 트라이오드 TRV-88XR의 매칭기를 소개한다.

우선 P3ESR XD. 역시 하베스의 인기 엔트리로서 오랜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제품이다. 정말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을 정도로, 메인 스피커든, 서브 제품이든 어디서든 활약하는 북셀프의 기준이 되는 제품이다. LS3/5a의 풍모를 멋지게 담아내고 있는데, 이 멋진 레이아웃은 언제 보아도 황금 비율의 근사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특히 이번 로즈우드 마감은 그야말로 예술인데, 레드 톤의 진한 색감과 멋진 나뭇결은 고급기의 면모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색감 때문에 붉은 색의 트라이오드와는 정말 잘 어울리는 한쌍이다. 특유의 나사 패턴이나 그릴을 홈에 꽂는 구조 등 하베스를 상징하는 많은 것들이 이 작은 제품에 내포되어 있는데,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클래식 디자인의 레퍼런스가 여기에 있다.

우퍼는 하베스 특유의 래디얼2 사양으로 11cm 유닛이 장착되어 있다. 비교적 작은 크기이지만, 그 저역을 들어보면 의외로 정말 꽉 차 있다. 더구나 고전 LS3/5a처럼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이 아닌 밀폐형 설계인데, 앰프만 잘 받쳐준다면, 밀도감 있는 중·저음의 매력을 탐닉할 수도 있다. 트위터는 1.9cm로 1인치에 약간 못 미치는 사양인데, 20kHz까지 뻗어내는 고역의 가치는 쉽게 볼 수 없는 수준이다. P3ESR XD, 기본적으로 고역 쪽 사운드가 정말 매력적이다. 이를 통한 주파수 응답은 75Hz-20kHz로 LS3/5a 라인업들과 비슷한 평균치를 보여준다. 실제 사운드는 음원에 담긴 녹음 하나하나 모든 것을 집어낼 만큼 깨끗하며, 질감 좋은 어쿠스틱 음원은 악기 통 울림의 자연스러움까지 완벽한 배음으로 표현해내는데, 밀폐형인 듯 아닌 듯한 절묘한 사운드 컨트롤이 굉장히 매력 있다.

다음으로 트라이오드 TRV-88XR. 역시 P3ESR XD처럼 오랜 스테디셀러로 활약해온 모델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전작 TRV-88SER의 업그레이드 버전인데, 하베스의 업그레이드 버전 XD와 닮은 XR이라는 이니셜은, 왠지 모를 천생연분임을 암시한다. 디자인은 트라이오드 특유의 붉은 색 마감이 인상적인데, 색감 자체가 선명하여 아스라이 빛나는 진공관 불빛과 멋진 시너지 효과를 내준다. 그릴 품질도 좋으며, 상단의 바이어스 미터가 추가되어 편의성도 좋아진 모습.

출력은 KT88 기준으로 35W(8Ω)를 완성하는 제품인데, 진공관 특유의 풍윤하고 부드러운 음색이 아주 일품이다. 하베스의 상급기도 제법 울려낼 만큼, 구동력의 결점을 찾을 수 없으며, 은은하고 색감 있는 특유의 무대는 굉장히 중독성 높다. KT88 특유의 힘과 다이내믹도 잘 드러나는데, 압도적인 근력으로 무식하게 밀어붙이기보다는 부드러운 완력으로 영리하게 음을 끌어내는 것이 꽤 흥미롭다. 아날로그 입력은 RCA 3조, MM 포노 하나를 담아낸 모습. 전면에 헤드폰 출력도 있어서, 헤드폰도 간단히 운영할 수 있다.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 사실 이전에도 이들 조합은 몇 번 들어봤는데, 들을 때마다 크기 대비 최고의 품격을 들려준다. 음악적인 뉘앙스가 정말 좋은데, 밀폐형임에도 유려하게 울려내는 트라이오드의 능력이 매번 감탄을 자아낸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층 더 예열된 사운드는 또 다른 세계인데, 특유의 영롱한 끝 음 처리와 서서히 사라지는 음의 여운은 오랜 시간 음악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왜 이 제품이 진공관 앰프의 오랜 스테디셀러가 되었는지, 실제 가격과 사운드를 잠깐만 확인해도 쉽게 공감할 수 있을 정도. 특히 하베스 P3ESR XD는 앰프 능력에 따라 굉장히 재미있는 사운드를 내주는데, 들을 때마다 ‘이런 대편성도! 이런 저음도! 이런 스피드감도?’ 할 정도로 정말 의외의 능력치를 임팩트 있게 보여준다. 특히 기본적으로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이 깔려 있는 제품으로, 오랫동안 함께 들어도 결코 피곤하지 않다. 또 하나, 진공관 앰프와 굉장히 잘 맞는데, 트라이오드 이외에도 싱글 구동의 진공관만 아니라면, 꽤 아름다움 중·고음의 마법을 즐길 수 있다. 이제 막 귓불의 온기가 사라지는 시기, 따스한 진공관의 온기와 하베스의 담백함이 그리워질 계절이다. 당신의 음악 온도를 높여줄 베스트 매칭, 하베스와 트라이앵글의 하모니를 즐겨보길 바란다.  


Harbeth P3ESR XD
가격 517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밀폐형   사용유닛 우퍼 11cm RADIAL2, 트위터 1.9cm   재생주파수대역 75Hz-20kHz(±3dB)   출력음압레벨 83dB/2.83V/m   임피던스 6Ω   권장앰프출력 15W   파워핸들링 50W   크기(WHD) 19×30.6×18.4cm   무게 6.1kg

Triode TRV-88XR
가격 380만원   사용 진공관 KT88×4, 12AX7×1, 12AU7×2   실효 출력 35W(8Ω)   아날로그 입력 RCA×3, Phono(MM)×1   주파수 응답 10Hz-90kHz(-4dB)   S/N비 90dB   입력 감도 340mV, 2.5mV(MM)   입력 임피던스 100㏀, 47㏀(MM)   바이어스 미터 지원   헤드폰 출력 지원   크기(WHD) 34.5×18.5×32cm   무게 17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