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do The Hemp Headphone

시선을 사로잡는 하우징 안에 담긴 탄탄한 밸런스

2024-11-08     이승재

대마는 마약으로 이름높아서 우리에게 거부감을 가지게 하지만, 사실 오래전 구석기 시대부터 섬유를 이용하기 위해 재배해 온 식물이다. 대마의 줄기를 채취해 만든 섬유가 바로 삼베인데, 여름에 제격인 섬유로 널리 알려져 있는 삼베는 지금도 전국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고, 그 외에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대마의 씨앗은 식용으로 쓰인다. 또한 농약이 없어도 빠르게 자라며 탄소 흡수량이 나무의 두 배이고 활용폭도 굉장히 넓어서 기후 위기 문제에도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렇게 대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이번에 소개할 헤드폰에 대마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물론 마약이 들어갔다는 것은 아니다.

대마가 영어로는 여러 가지 단어가 있지만 그중에 헴프(Hemp)라는 단어가 있다. 그 단어가 제품명인 것이 바로 그라도(Grado)의 리미티드 에디션 ‘The Hemp Headphone’이고, 하우징에 대마 소재를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1990년대 초부터 헤드폰을 만들어 온 그라도는 그동안 플라스틱과 금속, 그리고 마호가니, 메이플, 코코볼로, 노르웨이 소나무, 브루클린 선셋 파크의 메이플 등 여러 가지 목재를 사용해 하우징을 만들어 왔다. 이번에는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그동안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대마를 사용한 것인데, 고도로 압축된 대마를 소재로 삼았다. 이 특별한 하우징은 여러 시행착오와 실험을 통해 단풍나무와 조합되어 있는데, 서로 가장 좋은 밸런스를 만들어 내는 조합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마 하우징은 특유의 섬유질이 댐핑 효과를 만들어 내 사운드적인 부분에서 크게 만족했다고 하며, 눈에 띄는 저음과 부드럽게 한계까지 확장되는 고음 등 지금껏 경험할 수 없었던 풍부한 사운드가 탄생했다고.

디자인 그 자체는 바뀐 부분이 없지만 대마 하우징 고유의 질감과 색상, 무늬를 통해 대마의 그 오묘하고 몽환적인 이미지를 표현해서 한눈에 다른 모델들과 큰 차이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헤드폰 중앙에는 대마 잎과 ‘Grado Hemp’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어 멋스럽게 보이는 효과를 함께 거두고 있다. 이런 점이 리미티드 에디션다운 한정판의 묘미라 할 수 있다. 그 외의 요소는 동일한데, 특유의 가죽 헤드 밴드와 독특한 이어 패드(F-쿠션), 그리고 프로용 장비 같은 두툼한 8컨덕터 케이블이 그라도의 헤드폰임을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한다.

이 헤드폰은 하우징만 특별한 것이 아니다. 이와 함께 하우징 안에 들어가는 유닛 역시 완전히 새롭게 설계·튜닝되었는데, 그라도의 X 시리즈의 밸런스 튜닝의 출발점이 사실은 이 헴프부터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펙상으로의 주파수 대역은 13Hz-28kHz, 감도는 98dB, 임피던스는 38Ω으로 세팅되어 있는데, 일단 기본적인 대역 수치만 봐도 기대되는 제품이다.

그라도의 헤드폰은 각 모델에 따라 소리의 차이가 잘 느껴지는 것으로 유명한데, 헤드폰 모델에 따라 하우징의 모양도 다르고 사용하는 소재도 각기 다르며 또한 동사에서 튜닝도 각기 다르게 하는 것 같다. 이번에 소개한 더 헴프 헤드폰은 한정판 중에서 가장 좋은 소리를 내는 제품 중 하나이며, 들을 때마다 끊임없이 더 좋아지는 헤드폰이라 동사에서 자평하고 있는 특별한 아이템. 파격적인 외모 때문에 자극적인 맛을 들려줄 것 같지만, 누구나 직접 들어보면 밸런스가 뛰어나 올라운드로 활용할 수 있는 순한 맛의 그라도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라도의 매력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특유의 감칠맛과 중·고음의 매력은 살리면서도 밸런스를 잘 잡았다. 그래서 이 헤드폰이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은 것 같다. 그라도 홈페이지의 사용자 리뷰를 보면 찬사가 연속으로 이어진다. 


가격 82만8천원   
구성 오픈형   
주파수 응답 13Hz-28kHz   
감도 98dB   
임피던스 38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