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wers & Wilkins Pi8
무선 이어폰 끝판왕의 귀환, 한층 더 음질 업
오래 기다렸다. 드디어 Pi7 S2의 후속작을 만날 수 있게 된 것. 이미 PX에 이어 PX7까지 하이파이 스피커 제조사가 만든 코드리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 첫 작품치고 대중들과 오디오파일들의 반응도 굉장히 좋았던 기억이다. 연이어 Pi7 이어폰도 성공시키며, 오랜 하이파이 스피커의 전통 강호가 좀더 가격대 높은 프리미엄 노이즈 캔슬링 무선 제품으로 본격 경쟁에 돌입했다. 그리고 이제 다음 세대의 숫자 하나를 더 키운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화제의 Px8 헤드폰에 이어, Pi8 이어폰까지 새롭게 선보이게 된 것이다. 바로 바워스 앤 윌킨스(Bowers & Wilkins, B&W)가 의욕적으로 선보인 새로운 플래그십 무선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Pi8을 빠르게 받아들였다.
사실 숫자 하나의 차이인 만큼, 헤드폰 때처럼 막연히 디자인적으로 별다른 변화가 없겠지 생각했는데, 이어폰 쪽은 의외로 스타일 자체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사실 이전 Pi7의 그 800 시리즈 다이아몬드의 후면 디자인 포인트가 생각나는 독특한 원형 레이아웃이 인상 깊었는데, 이번 Pi8은 Px8의 헤드폰과 디자인적 통일성을 보여주는 타원형 스타일로 변화했다. 하우징의 B&W 로고 스타일을 보면 더 확실히 확인할 수 있는데, 커다란 Bowers & Wilkins 마크가 디자인 포인트로 강조된 것이 비슷하다. 실제 헤드폰 디자인 팀이 Pi8 쪽 개발을 맡았다고 하는데, 여러 쪽에서 B&W 헤드폰 스타일을 이어폰에 심어 놓고자 하는 의욕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새롭게 변화된 충전 케이스 역시 묘하게 Px8의 휴대용 케이스와 닮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케이스 쪽은 사실 이전보다 훨씬 더 심플한 디자인을 보여주지만, 그에 따라 크기 역시 작아져 좋은 면으로는 휴대하기에 더욱 부담 없어졌다.
이전 Pi7 S2는 캔버스 화이트, 미드나이트 블루, 새틴 블랙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이번 Pi8은 안트라사이트 블랙, 미드나이트 블루, 도브 화이트와 더불어 영롱한 색감의 제이드 그린을 새롭게 제공한다.
사실 제품 디자인도 크게 변화했지만, 유닛 구성 형식은 아예 다른 제품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모든 것을 새롭게 개발했다. 이전 Pi7은 9.2mm 사양의 다이내믹 유닛과 고성능 BA 유닛의 듀얼 하이브리드 구성이었는데, 이제는 12mm 카본 콘 유닛으로 통합된 모습이다. 카본은 B&W 하이파이 스피커 쪽에서 즐겨 사용한 소재인데, 그 노하우들이 헤드폰 쪽으로 흘러갔고, 이제는 Pi8 이어폰에까지 흡수된 모습이다. 아마도 헤드폰 개발진들이 이어폰 쪽을 개발하면서, 헤드폰 개발에서 얻었던 기술들을 효율적으로 녹이고자 한 것 같은데, B&W로서는 나름 과감히 선보였던 듀얼 하이브리드 유닛을 포기할 만큼, 카본 콘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이 새로운 카본 콘의 성능, 굉장히 훌륭하다.
B&W 전용 앱인 Music | Bowers & Wilkins을 지원한다. 간단한 회원 가입 및 메일 인증 절차가 필요하지만, 전용 기능들과 EQ 설정 등을 맞추려면 당연히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앱에서는 노이즈 캔슬링, 패스 스루, 끄기를 시각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5밴드를 조절할 수 있는 어드밴스드 EQ를 제공하고, 완전히 중립적인 트루 사운드까지 세팅할 수 있다. 또한 이어 버드 하우징 터치 컨트롤의 탭 및 홀드 기능을 설정할 수 있고, 착용에 따라 일시 정지되는 기능을 켜고 끌 수 있다. 그 외에도 시스템 업데이트 및 공장 초기화, 스트리밍 링크 서비스, B&W 컬렉션인 팟캐스트를 플레이할 수도 있다.
블루투스 사양은 최신 스펙인 Ver5.4를 탑재했다. 이전 Pi7 때도 aptX 어댑티브를 빠르게 채용한 모습이었는데, 이번 Pi8부터는 aptX 어댑티브는 물론 최신의 aptX 로스리스까지 채택하여 스펙 경쟁을 하는 모습이다. 참고로 aptX 로스리스는 무손실 CD 음질을 구현한다는 것이 핵심인데, 음질로서 늘 평가절하 당하던 블루투스의 음질적 진보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사실 오디오 쪽 기반 회사들이 이런 최신 스펙에 좀 무딘 면이 있어 왔던 것이 사실인데, B&W는 확실히 이쪽으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물론 우리가 흔히 접하는 폰들이 aptX 로스리스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 DAP가 없다면 아무래도 동글 쪽을 활용할 수밖에 없긴 하다. 전작에서 호평 받았던 충전 케이스의 블루투스 동글 역할도 여전하다. 충전 케이스 아래 USB C 단자에 케이블을 연결하고 해당 디바이스에 꽂으면, 멋진 무선 장치로 변신한다. PC에 블루투스가 없다면, 굉장히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케이블 역시 C to C와 C to 3.5mm를 제공한다.
실제 사용에 대한 이야기. 우선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확실히 파워업되었다. 불쾌한 소음을 굉장히 잘 커버하는데, 역시 어색하지 않게 처리하는 것이 가장 큰 핵심이다. 실제 노이즈 캔슬링에 3개의 마이크를 활용하는데, 소음 분석 및 상쇄에 대한 퀄러티가 더욱 높아진 듯하다. 패스스루 역시 외부 소리를 어색하지 않게 들려주는데, 이전 세대의 어색한 웅얼거림에서 크게 벗어난 느낌. 특히 통화도 굉장히 자연스러운데, 역시 전화 통화할 일이 많으면, 반드시 챙겨야할 성능이다. 착용감도 큰 부담이 없이 정확히 밀착되는 감각이며, 살짝 튀어나온 윙 부분 덕에 격한 움직임에도 벗겨지지 않는다. 방수 등급은 IP54로 이어 버드를 생활 먼지나 작은 물기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재생 시간은 노이즈 캔슬링 활용 시 6.5시간을 커버하고, 충전 케이스를 활용하면 13.5시간으로 더욱 늘어난다. 충전 시간은 대략 2시간 정도 소요되며, 15분 충전 시 2시간을 구동할 수 있다. 스펙 자체가 전작보다 확실히 높아진 모습.
사운드는 사실 이전 Pi7도 멋진 그레이드를 들려주었는데, 이번 Pi8은 거기서 더 발전한 모습이다. 우선 이 작은 이어폰에 헤드폰을 담아낸다는 프로젝트로, 북셀프에서 톨보이로 변화한 것처럼 무대의 그레이드 자체가 확연히 달라졌다. B&W 700 시리즈에서 느끼던 그 중·고음의 화려함이 그대로 느껴지는데, 아마 하이파이 쪽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든 좋아할 만한 그 소리를 즐길 수 있다. 저음의 다이내믹과 양감도 훨씬 더 파워업되었는데, 깊은 저역대와 중·고음의 깨끗함이 맞물려 소위 말하면 끝판왕급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 해상력 수준도 굉장히 높은 편이며, 공간감이나 입체감 역시 넓게 쓰는 스타일이라서 클래식 쪽도 굉장히 듣기 좋게 만들어준다. 중역대의 질감도 칭찬하고 싶은데, 이어폰 쪽에서 이 정도 깊이감과 사실감을 만들어내는 제품이 있었나 생각될 정도로, 음색 자체가 음악의 그레이드를 훨씬 더 높여주는 인상이다. 오랜만에 큰 고민 없이 추천할 만한 이어폰을 발견했다. 만점의 음질, 역시 B&W가 해냈다.
가격 64만8천원
사용 유닛 12mm 카본 콘
노이즈 캔슬링 지원
블루투스 지원(Ver5.4/aptX 로스리스)
구동 6.5시간(노이즈 캔슬링), 13.5시간(충전 케이스 사용)
충전 시간 2시간
방수 IP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