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gers LS3/5A SE 15 Ohms

영원한 스테디셀러 LS3/5A, SE 버전으로 탄생

2023-01-06     성연진(audioplaza.co.kr)

로저스의 LS3/5A는 BBC 모니터 스피커의 아이콘과 같은 존재다. 발매된 역사를 떠올려보면 50년 정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이 스피커를 신제품으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한마디로 컬트이자 스테디셀러의 성공 사례가 아닐까. 본래 작은 공간이나 중계차 같은 곳에서의 목소리 위주의 모니터링을 위해 개발된 소형 스피커로 이 분야에서 이 스피커를 능가할 만한 존재는 현재로서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첫 발매 이래로 지금까지 바뀌거나 업그레이드된 버전 없이 오리지널 그대로 그 역사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이 스피커가 얼마나 훌륭한지를 대변하는 증거인 셈이다. 

그런 만큼 이 스피커의 표준 스펙은 BBC의 신성불가침적인 존재라서 업그레이드나 변형은 아예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LS3/5A의 어머니라 불리는 로저스가 SE 버전을 내놓았다는 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사건이다. BBC가 묶어 놓은 테두리 안에서 절대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음에도 오리지널과 다른, 한층 개선된 사운드를 들려주는 SE 버전이라니 로저스가 개발 과정에서 엄청난 고통이 있었음을 예상할 수 있다. 리메이크로 생산되는 현재 모델은 신형 1.9cm 마일러 돔 트위터와 11cm 벡스트린 미드·베이스 콘을 사용하여, 모두 오리지널 LS3/5A의 것을 그대로 살려냈다. 크기도 디자인도 모두 LS3/5A 사양과 동일한, 물리적 스펙 변경 없이 오리지널 LS3/5A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SE 버전은 무엇이 다르기에 SE라는 접미사를 붙였을까? 본래 로저스는 SE 버전을 기획한 것이 아니라 이 스피커를 위한 스탠드 제작을 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아이디어를 고안해냈다. 로저스는 전용 스탠드 제작을 위해 팬저홀츠(Panzerholz)라는 합판 소재를 찾아냈다. 소위 ‘탱크우드’라 부르는 이 합판은 고강도 목재와 페놀 레진을 혼합하여 만든 합판으로, 말 그대로 탱크처럼 단단한 고강도의 합판이면서도 나무가 지닌 어쿠스틱한 개성과 장점을 동시에 지닌 소재이다. 나무 소재의 팬저홀츠로 스탠드를 만들면 철제로 된 스탠드가 지닌 자기 관련 현상들과 메탈이 지닌 공진의 문제가 아예 사라지기 때문에 고강도 스탠드로 최적의 소재로 선택되었다.

로저스는 단순히 스탠드 제작에서 멈추지 않고 이 소재가 지닌 장점을 파악하고 이를 LS3/5A의 캐비닛에 직접 적용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캐비닛의 측면, 전면, 뒷면, 상하판 등에 각각 팬저홀츠를 적용해보면서 가장 우수한 음질을 내는 캐비닛 설계를 찾은 것이다. 본래 LS3/5A는 BBC 기준의 스펙이 정해져 있고, 캐비닛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기 때문에 팬저홀츠 적용이 가능한 경우의 수를 모두 테스트해 본 결과, 가장 좋은 음을 들려주는 것은 팬저홀츠를 전면 배플에 사용했을 때라는 사실을 찾아냈다. 

특별한 에디션을 만들려는 노력은 캐비닛뿐만이 아니었다. 오리지널 모델이 개발되던 시절이 1970년대임을 고려하면 50년 동안 진화한 회로와 부품 기술은 크로스오버에 대한 개선점을 충분히 찾아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크로스오버에 대한 분석을 통해 로저스는 크로스오버의 저항을 오리지널에 사용되던 저항보다 훨씬 비싼 고급 부품으로 교체했다. 물론 BBC가 설계한 오리지널 저항값은 그대로라서 라이선스 규정을 어기는 일 없이 성능 개선을 추가한 것이다. 저항의 교체뿐만 아니라 기존 철심 코일의 인덕터 또한 오디오용 고급 사양의 인덕터로 교체하여 저항과 마찬가지로 스펙은 BBC 규정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으면서 음질적인 개선을 이루어냈다. 그리고 이런 성능적 업그레이드를 이루어낸 LS3/5A를 SE이라는 이름으로 또 하나의 상위 버전으로 발매하게 된 것이다. 로저스는 이 특별한 LS3/5A SE를 위해 스피커 뒷면에는 금색으로 인쇄한 골드 라벨지를 붙이고, 전면에도 로저스 로고를 금장으로 새긴 골드 배지를 장착했다. 

테스트를 위해 마스터 사운드의 제미니 인티앰프를 준비하고 소스기기는 루민의 T2 스트리밍 플레이어를 사용했다. 로저스의 일반 버전과 1:1 비교는 아니지만 일전에 들었던 로저스 LS3/5A의 사운드를 떠올려보면 확실히 더 선명하고 단단한 음을 들려준다고 느낄 수 있었다. 좀더 선명하고 또렷한 사운드 스테이지를 그려내며 무대의 좌우 폭도 넓어진 느낌이며, 무대의 전면과 후면의 거리감 또한 훨씬 깊게 바뀐 듯하다. 

기본적으로 통의 울림을 활용한 스피커라서 중·저역의 선명성이나 음악의 리듬감 같은 부분은 약간의 타협점이 있었지만 팬저홀츠가 지닌 고강도 전면 패널과 기존 캐비닛 간의 조화 덕분에 저음의 깊이감이나 탄력, 빠르고 정교한 리듬 재현 등이 확실히 개선된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스피커가 자랑하는 중역의 사운드들, 예를 들어 보컬이나 악기들의 또렷한 음색 등은 변함없이 훌륭하다. 여기에 피아노 같은 사운드는 펠트와 나무 건반의 목질감 같은 요소도 잘 살려주면서도 번짐이 없는 명료한 터치의 사운드를 있는 그대로 재현해준다. 

로저스의 LS3/5A SE는 오리지널 스펙과 사양은 그대로지만 부품과 소재의 개선으로 이 역사적인 스피커가 지닌 잠재력을 한 차원 더 높여, 아이콘을 기념비적인 스피커로 끌어올린 역작이다. 


가격 690만원(월넛)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밀폐형   
사용유닛 우퍼 11cm 벡스트린 콘, 트위터 1.9cm 마일러 돔 
재생주파수대역 80Hz-20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3kHz   
출력음압레벨 82.5dB/W/m   
임피던스 15Ω   
권장앰프출력 30-80W   
크기(WHD) 19×30.5×16.5cm   
무게 4.9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