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en Mingus Orchestra Statement Edition

마르텐이 완성한 오디오 재생음의 극한!

2021-04-09     이종학(Johnny Lee)

마르텐(Marten)이라는 회사는 여러모로 이색적이다. 데뷔 때부터 줄곧 아큐톤 드라이버만 사용해왔는가 하면, 모델명에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의 이름을 쓰고 있다. 존 콜트레인, 찰스 밍거스, 찰리 파커, 오스카 피터슨 등이 그 주인공이다. 재즈를 메인으로 삼는 내게 당연히 호감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음을 들어보면 굳이 재즈에만 마르텐을 국한시킬 필요가 없다. 클래식에서 매우 감촉이 풍부하고, 고급스러운 음을 들려주며 특히 바이올린은 심장이 멎을 정도다. 여기서 스테이트먼트 에디션(Statement Edition)이 뭐냐, 라는 질문이 나올 법하다. 실은 아직도 동사는 세계 최고의 케이블 메이커 중 하나인 요르마와 협업 관계를 갖고 있으며, 당연히 내부 배선재로 사용하고 있다. 그 와중에 스테이트먼트급의 배선재를 동원한 제품을 이렇게 부른다. 케이블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이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참고로 밍거스(Mingus) 시리즈엔 오케스트라(Orchestra), 트웬티, 퀸텟 등이 있는데, 당연히 오케스트라가 톱 모델이다. 10여 년 전에 개인적으로 동사를 방문해서 취재한 적이 있는데, 두 형제에 의해 운용되는 이 회사는 마치 영화계로 치면 코헨 형제를 보는 듯하다. 형이 경영과 홍보를 담당하고, 동생이 설계를 맡는다. 둘 다 음악을 좋아하고, 악기도 연주하며, 가끔 레코딩도 실시한다. 음악 이야기를 하면 밤을 새워도 부족할 지경이다. 스피커 제조에 있어서 일체 타협 없는 완벽주의를 지향하면서도 풍부한 음악성을 갖춘 것은 바로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본 기를 대하면서 그 사이 이렇게 엄청난 메이커로 발전했구나, 새삼 감동했다.

개인적으로 이 회사의 정책 중 좋게 보는 것은 바로 크로스오버. 되도록 간략하게 설계해서 크로스오버의 간섭을 피하자는 전략이다. 즉, 퍼스트 오더로 마무리 짓는 것이다. 본 기의 경우 드라이버가 많고, 무려 4웨이 구성인데도 이런 방식을 취하는 것은, 그 부족한 부분을 캐비닛이라든가 케이블 등 여러 고안으로 대체하기 때문이다. 특히 캐비닛의 경우 풍부한 쳄버를 제공하면서 그 형상이나 소재 등이 무척 선진적이다.

예를 들어 메인 캐비닛은 25-42mm 두께의 파이버보드를 동원하고 있다. 한편 래커 칠에도 만전을 기해 무려 7회나 실시한다. 상단과 하단의 솔리드 우드는 스웨덴의 장인이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만든 것이다. 그 형상은 모서리가 각진 부분이 없이 라운드 처리해서 전체적으로 정재파를 피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피트(Feet)라 불리는 발은 정말 찬사가 나올 정도. 이를 위해 이소어쿠스틱 사와 협력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는 것이다.

이제 드라이버를 보자. 아, 아큐톤! 처음 세라믹 드라이버를 만났을 때의 충격을 나는 지금도 잊지 않는다. 일체의 디스토션 없는, 단단하면서 빠른 반응을 주는 이 드라이버는 모든 음성 정보에 정확하게 대응한다. 여기에 다이아몬드 트위터 및 슈퍼 트위터가 붙는다. 정말 말이 나오지 않는다. 셀 베이스는 일종의 허니컴 구조로 설계되어 알루미늄 샌드위치로 마무리된 형식. 아무리 강력한 파워가 몰려와도 일체 흐트러짐 없이 명료한 베이스를 들려준다. 0.75인치 다이아몬드 슈퍼 트위터에 2인치 다이아몬드 트위터, 7인치 세라믹 미드레인지로 중·고역을 처리한 가운데, 저역은 8인치짜리 알루미늄 샌드위치 셀 베이스를 네 발 장착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뒤편을 보면 10인치짜리 알루미늄 샌드위치 패시브 라디에이터를 무려 4발이나 장착해서 쓰고 있다. 그 결과 22Hz-100kHz라는 압도적인 광대역을 자랑하고 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정말 가슴이 뛰는 이 제품의 시청을 위해 동원한 것은 솔루션의 711과 725 세트에 dCS 로시니 및 클록 세트이며, 시청 공간은 신사동에 위치한 더하이파이라는 오디오숍이다.

첫 트랙은 안네 소피 무터와 요요 마 등이 함께 한 베토벤의 트리플 콘체르토. 첫 음을 듣는 순간 바로 압도되고 말았다. 무지막지한 정보량이 쏟아지는 가운데, 전 대역이 통일감을 갖고 다가온다.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 등 주력 악기들의 위치와 음색 등이 명료하고, 배후의 오케스트라는 어마어마한 기세로 몰아친다. 실제 콘서트홀에서 듣는 것보다 더 생생하고, 리얼하다. 뭐라고 표현할 길이 없다.

이어서 보자르 트리오의 슈베르트 피아노 트리오 2번 2악장. 단아하면서 정치한 울림이 시청실을 감싼다. 미세한 공기의 진동이나 파장이 남김없이 표출되어, 하모닉스가 풍부한 음이 재생된다. 피아노의 펠트 천이나 페달링, 바이올린과 첼로의 지판을 짚는 손가락의 움직임 등 미묘한 기척도 절대 놓치지 않는다. 종전의 대형기는 다소 빅 마우스 현상을 보이고, 스케일이 크면서도 공간이 빈 듯한 느낌도 주는데, 본 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엄청난 밀도감으로 완벽하게 공간을 채우고 있다. 4K, 8K를 넘어서서 16K 클래스의 영상을 본다고나 할까?

마지막으로 롤링 스톤즈의 ‘Let It Bleed’. 초반에 강력하게 스트로킹하는 어쿠스틱 기타의 에너지가 출중하고, 천둥이 치듯 두드려대는 드럼의 어택에 어안이 벙벙하다. 여러 악기가 오소독스하게 엮인 가운데, 중앙에 우뚝 선 보컬. 녹음 공간의 모습이 그대로 재현된다. 박력과 야수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인 콤비네이션과 밸런스가 탁월하다. 지금 당장 로또를 사러 가야 할 판이다.


가격 4억700만원  
구성 4웨이  
사용유닛 우퍼(4) 20.3cm 알루미늄 샌드위치, 미드레인지 17.7cm 퓨어 세라믹, 트위터 5cm 퓨어 다이아몬드, 슈퍼 트위터 1.9cm 퓨어 다이아몬드, 패시브 라디에이터(4) 25.4cm  
재생주파수대역 22Hz-100kHz(±2dB)  
크로스오버 주파수 350Hz, 3800Hz, 8000Hz  
출력음압레벨 89dB/2.83V/m  
임피던스 6Ω  
크기(WHD) 29×171×42cm  
무게 130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