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rit Lumina AES/EBU Cable

디지털 케이블이 오디오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력

2021-03-10     이현모

20여 년 전에 리처드 세사리가 프랑스에서 창립한 케이블 전문 업체 에스프리(Esprit)는 극도로 정교한 케이블을 제작하기 위해 남다른 정성을 쏟아 왔으며 수작업으로 다채로운 케이블을 만들어 오고 있다. 특히 그들의 케이블은 다른 여러 오디오 제조사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에스프리라는 브랜드명은 프랑스어로 ‘정신, 사유, 마음’을 뜻하는데, 이 이름은 아마 오디오의 정신, 즉 음악 재생을 제대로 한다는 생각을 잊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에스프리는 케이블 제조 시 도체와 차폐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으며, 상위 라인의 케이블에는 배터리 팩을 채용하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은과 구리를 사용하며 금과 로듐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도체로는 주로 5N과 6N 급 OCC 구리 도체를 사용하는데. 5N 급은 입문기부터 중급기까지 사용하며, 6N 급은 상급기에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도체는 대칭 구조, 절연체는 비대칭 구조를 이루고 있는 특징이 있고, 모든 커넥터는 두터운 은도금 처리를 하고 있다.

필자가 시청한 케이블은 동사의 상위 라인에 속하는 루미나(Lumina) 시리즈의 110Ω AES/EBU 디지털 케이블이다. 홈페이지에 정보가 없어서 본 제품에 대한 내용을 알 수 없으나 루미나 인터커넥터 케이블의 경우 도체는 여러 겹의 20 미크론 은도금을 한 6N OCC 구리를 사용하고 있으며, 대칭 스타 어셈블리 구조로 되어 있다. 절연체는 비대칭 구조를 이루고 있고, 두 극성에 서로 다른 두 가지 재질(PVC 및 실리콘)을 사용한다. 그리고 RF 효과를 줄이기 위해 페라이트를 적용했다. AES/EBU 디지털 케이블 역시 이와 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루미나 AES/EBU 디지털 케이블의 본격적인 시청을 위해서 CD 트랜스포트와 홀로 오디오 KTE May DAC를 동원했고, 둘 사이에 이 케이블을 연결한 경우와 시청실의 중·저가 케이블을 연결한 경우를 비교하며 시청했음을 미리 밝혀 둔다. 그리고 트라이곤 에필로그 인티앰프와 다인오디오 컨투어 20i 스피커를 동원했다.

피아니스트 마르크-앙드레 아믈랭이 연주하는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제2번 3악장 장송행진곡(Hyperion)을 들어 보았다. 루미나 AES/EBU 디지털 케이블이 투입되자, 전체적으로 피아노 소리가 명료해지고 배경이 정숙해졌다. 정트리오가 연주하는 차이코프스키의 유명한 피아노 트리오 ‘위대한 예술가를 회상하며’(EMI)의 앞부분을 들었다. 루미나 AES/EBU 디지털 케이블은 맑은 배경에서 첼로와 바이올린의 음색과 질감을 더 선명하게 표현해 낸다. 첼로 소리가 더 까슬하고 바이올린은 더 매끄럽고 촉촉해진다. 조수미가 부른 비발디의 ‘이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 RV630’ 중에 나오는 ‘라르게토’(Warner Classics). 루미나 AES/EBU 디지털 케이블은 반주 악기인 저음 현악기의 사실적인 에너지를 잘 표현할 뿐만 아니라 조수미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를 더 돋보이게 들려준다. 첼리비다케가 지휘하는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EMI) 제4악장 합창 부분에서 루미나 AES/EBU 디지털 케이블은 더 넓은 음향 무대와 사실적인 관현악 악기 연주와 목소리를 그려 낸다.

프랑스에서 수작업으로 정성 들여 만든 루미나 AES/EBU 디지털 케이블은 오디오 시스템에 투입되자마자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다. 우선 배경이 정숙해지고 소리를 하나하나 선명하게 들려준다. 이 정도면 루미나 AES/EBU 디지털 케이블이 음질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오디오 시스템의 소리의 배경이 약간 산만하고 소리가 불분명한 느낌이 든다면 에스프리의 루미나 AES/EBU 디지털 케이블은 좋은 대안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가격 400만원(1.2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