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Y IN TANNOY

에디토리, 탄노이의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

2020-12-09     김문부 기자

새롭다. 마치 잘 꾸며진 미술 갤러리에 와 있는 듯하다. 기품 있는 미술 조각품을 감상하듯 이리저리 둘러보며 묘한 감상에 빠진다. 전시되어 있는 스피커 앞에 한참을 서 있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미술관의 그 분위기이다. 지금껏 오디오 관련 행사라면 진행자가 간단한 설명 후 음악 몇 곡 들려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곳은 이번 행사를 위해 하나의 미술관이자 갤러리를 만들어 버렸다. 특별한 요청이 없다면 관계자의 해설이나 설명도 없다. 그야말로 자유 관람. 제품 홍보나 판매를 위한 여러 전략들이 애초에 생략된 셈이다. 대신 곳곳에 영상물과 텍스트 패널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제품에 대한 스토리나 배경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오디오 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곳, 바로 디앤오의 역량이 빛나는 <STAY IN TANNOY>에 대한 이야기이다.

<STAY IN TANNOY>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탄노이에 대한 스토리를 담아낸 기획전이다. 이미 이전에 JBL 기획전으로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는데, 탄노이는 이들의 두 번째 기획이 되는 셈이다. 장소는 요즘 편집숍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성수동 에디토리에서 진행되었는데, 이를 위해 3층을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날짜는 10월 22일부터 11월 1일까지 진행,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면서 또 한 번의 화제를 이어갔다.

일단 입구에 들어선 순간부터 기분 좋은 미소를 감출 수 없다. 지금의 탄노이를 대표하는 레거시 시리즈와 프레스티지 시리즈를 정렬해놓았는데, 그 압도적인 장관은 이곳 아니면 느낄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각도만 잘 맞추면 한눈에 탄노이의 주력기들을 모두 볼 수 있다. 이튼, 체비엇, 아든이 크기별로 세팅되어 있고, 그 뒤로 켄싱턴 GR, 턴베리 GR, 스털링 GR이 놓여 있고, 마지막 줄에는 캔터베리 GR과 GRF가 위용을 자랑한다. 이곳을 존 1이라고 정하고 있는데, 주제는 오늘날의 탄노이이다. 탄노이 초창기 창립 당시 이야기와 국내·외 오디오파일의 사용 인터뷰를 영상으로 볼 수 있기도 했다.

다음 존 2로 넘어가면, 탄노이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웨스트민스터 로열 GR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직접 시연을 진행하여 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곳. 맨리의 스틸헤드 RC와 네오-클래식 500W 모노블록, 린 손덱 LP12 등을 동원하여 아날로그 음반들을 시연했는데, 자리를 쉽게 뜨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 뒤편에는 탄노이의 오토그라프 미니를 아기자기하게 세팅해놓았는데, 여기서는 리크의 스테레오 130을 연결해 놓았다.

존 3은 탄노이의 역사라는 주제로 꾸며놓았다. 정중앙에 후면이 개방된 탄노이 스피커를 볼 수 있는데, 듀얼 콘센트릭 모니터 골드 15인치의 멋진 자태를 자세히 감상할 수 있다. 역시 탄노이의 역사를 곳곳에 자세히 소개해놓고 있는데, 찬찬히 읽어보면 탄노이가 얼마나 대단한 회사인지 조금이나마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다.

다음 행사장도 콘셉트가 재미있다. 존 4인데, 이곳의 주제는 과거와 현재. 탄노이 과거 주력기와 현재 주력기를 함께 세팅해놓았다. 실제 이 과거 제품들을 수배하는 데 힘들었다고 하는데, 디앤오의 열정과 추진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3LZ와 이튼을, 랭커스터와 아든을, 코너 요크와 캔터베리를 조합해놓았는데, 현대 미술품을 보는 듯한 묘한 감동이 일어난다.

마지막은 비밀의 공간이다. 입구 오른쪽 부분에 실제 매칭하여 들을 수 있는 시청실을 마련해 두고 있다. 매칭에 고민 많은 사람들을 위해 앰프도 제법 다양하게 세팅되어 있는데, 네임, 패토스, 아캄, 캠브리지 오디오, 마크 레빈슨 등 여러 인기 브랜드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역시 매칭 변수를 이것저것 실험해볼 수 있는 곳으로, 관계자에게 이것저것 물으며 구매욕을 높일 수 있는 치명적인 공간이다. 참고로 스피커는 스털링과 체비엇이 세팅되어 있었다.

다음 콘셉트는 마르텐이 주인공이라고 하는데, 또 어떤 기획력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오디오 전시회가 이렇게 특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디앤오, 그들의 선한 영향력이 오디오 트렌드를 더욱 즐겁게 변화시켜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