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C CD2 · SIA2-100 · SCM7 Ver.3

가장 저렴하게 ATC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합리적인 시스템

2020-04-12     김남

ATC 스피커를 오디오 초심자거나 아마추어들에게 추천하기는 어렵다. 아무래도 여러 스피커를 사용해 본 경력이 있거나 소리의 감별력이 다소 있는 분들에게 더 어울린다. 그 특이한 개성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초보 감독들이 만든 작품들은 공통점이 있다. 그냥 한 신을 수십 개 콘티로 나누고 별의별 앵글로 찍고 배경을 어두컴컴하게 해서 뭔가 예술적인 분위기를 만들려고 애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몇 해를 쉬다가 모처럼 영화를 만드는 감독, 처음으로 해외 영화 제작을 의뢰받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모처럼 기회이니 어떻든 시선을 끌어 보려는 고육지책인 셈인데, 영원한 명작으로 대접받는 <벤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타이타닉> 같은 그런 영화들은 그런 점이 전혀 없다. 그냥 평범하게 스탠더드 촬영으로 쉽게 화면을 풀어 나간다. 복잡하고 화려한 테크닉으로 만든 영화나 드라마는 싸구려 눈속임이 몇 분간은 통하지만 결국 10분도 가지 못해 하품이 나오고 만다.

오디오 제품도 그렇게 테크닉 위주로 만든 제품이 꽤 있다. 그 테크닉이라는 것은 해상도를 꼽을 수 있다. 당연히 규모가 축소되는 대신 명확하게 들린다. 음촉이 생생해서 첫인상이 좋지만, 얼마간 듣다 보면 빈약하며 좁고 거친 고역 등이 점점 귀에 들어오게 된다. 해상력 아무리 좋아 봐야 음악의 감동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다.

1974년에 창립한 ATC는 그 우직하고 변함없는, 무뚝뚝하고 촌스럽기까지 한 스타일을 유지해 오고 있지만 오디오 마니아들에게 선망의 이름이 된 지 오래된다. 특유의 끈적끈적해 보이는 드라이버에서 쏟아져 나오는 동굴처럼 깊고 사람의 가슴을 관통시키는 듯한 음장감은 세계 어떤 스피커로도 범접하기가 힘들다. 자연스러움과 정확성 등에서 장점이 있어 어떤 상황에서도 음을 왜곡시키는 경우가 없고, 세계의 녹음 스튜디오에서도 가장 사용 빈도가 높기도 하다.

ATC 스피커에 대한 가장 많은 불만은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라는 그런 평판이 있지만, 근래 들어 가격을 확 낮춰 그야말로 아무나 구입할 수 있는 염가 시리즈도 등장했다. 시청기인 SCM7 Ver.3이 그중 가장 엔트리급이다. 이 시리즈는 디자인이 예전보다 좀 부드러워졌고, 자사에서 직접 개발한 네오디뮴 마그넷과 합금 웨이브 가이드가 채용된 신형 소프트 돔 트위터가 투입되었으며, 그 외의 모든 드라이버도 역시 정통적인 ATC 제품이다.

ATC 스피커는 공통적으로 사용하기가 까다롭다. 밀폐형이라 감도가 낮아 앰프 매칭이 어려운 점이 가장 큰 이유이며, 당연히 소출력의 싱글 진공관 앰프는 사용할 수 없다. 가정에서 음악을 듣는 데는 3W의 출력도 많고, 그래서 10W 정도의 출력이면 못 울리는 스피커가 없다고 말하는 그런 해괴한 분의 호언장담을 믿고 80년대 당시에 ATC의 스탠더드 명기 20SL을 300B 싱글로 매칭했다. 그래서 한 달도 못돼 두 기기 모두 방출하고 말았던 어리석은 전력이 내게도 있지만, 이제 그런 실수는 근본적으로 피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자체 제작한 앰프가 나왔기 때문이다. 매칭이 어렵다는 지적을 뒤늦게 받아들인 셈이다.

스피커와 함께 시청한 ATC의 SIA2-100은 디스크리트 방식으로 구성된 MOSFET 출력단으로 최대 100W 출력을 내는 인티앰프로, 보수적인 ATC답지 않게 서비스(?)로 아사히 카세이의 AKM 32비트 DAC가 내장되어 있고, USB B, 코액셜, 옵티컬 디지털 입력을 갖추고 있으며, USB B 입력으로 PCM 384kHz, DSD 256까지 재생할 수 있다. 그리고 디스크리트 출력단의 헤드폰 앰프가 내장되어 있고, RCA 아날로그 입력 외에도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을 연결하기 위한 3.5mm Aux 입력도 포함하고 있다.

SIA2-100의 위 모델인 SIA2-150은 미국의 오디오 전문지 스테레오파일에서 클래스A에 선발되기도 했고, 영국의 오디오 전문지에서는 별 5개를 받은 바 있다. 결코 상술만으로는 그런 평가가 나오지 않는다.

ATC에서 SIA2-100과 함께 콤팩트한 크기의 CD 플레이어 CD2도 함께 출시했는데, CD2는 고성능의 AKM 32비트 DAC와 티악 CD 트랜스포트를 사용하며, 디스크리트 클래스A 출력 버퍼가 적용되어 있다. RCA, XLR 아날로그 출력과 코액셜, 옵티컬 디지털 출력을 갖추고 있다.

이 기종들과 노도스트의 화이트 라이트닝 케이블을 접속했다. 이 앙증맞은 스피커에서 쏟아져 나오는 음장감은 가히 3웨이 대형 스피커에 지지 않는다. 놀라울 정도. ATC 특유의 거대한 근육질 사운드가 듣는 이를 포용하며, 밀도와 자연스러움이 두드러지고, 음의 전부를 포용하면서도 해상력도 수준급이다. 확실히 이 시스템은 소리를 좀 들어 본 계층에서 더 폭넓게 이해가 될 것이다. 가장 저렴하게 ATC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모범 시스템의 탄생이다.


CD2
가격 270만원   트랜스포트 티악   디지털 출력 Optical×1, Coaxial×1   아날로그 출력 RCA×1, XLR×1   주파수 응답 20Hz-20kHz(±0.2dB)   최대 출력 레벨 9.2V(RCA), 18.4V(XLR)   출력 임피던스 10Ω   디스토션 0.0015% 이하(1kHz)   크기(WHD) 31.5×7.7×31.5cm   무게 4.2kg

SIA2-100
가격 450만원   최대 출력 100W(8Ω)   디지털 입력 Optical×1, Coaxial×1, USB B×1   USB 지원 PCM 32비트/384kHz, DSD 64/128/256   아날로그 입력 RCA×2, Aux(3.5mm)×1   아날로그 출력 RCA×1   주파수 응답 2Hz-250kHz(-3dB)   입력 감도 500mV   출력 임피던스 10Ω   크로스토크 80dB 이상   크기(WHD) 31.5×11.3×31.5cm   무게 9.7kg

SCM7 Ver.3
가격 190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밀폐형   사용유닛 우퍼 12.5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60Hz-22kHz(-6dB)   크로스오버 주파수 2.5kHz   출력음압레벨 84dB/W/m   임피던스 8Ω   권장 앰프 출력 75-300W   크기(WHD) 17.4×30×21.5cm   무게 7.5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