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eath of Frederic Chopin

권요안(피아노) AGCD0132 녹음 ★★★★★ 연주 ★★★★

2020-04-12     이익상

피아니스트 권요안의 새 앨범이 발매되었다. 이번 앨범은 재킷 제목대로 전곡이 쇼팽의 피아노 음악으로 이루어져 있다. 음반 콘셉트도 특이한데, 최근의 연주 경향과는 결이 다르다고나 할까, 쇼팽이 작곡 당시에 중요하게 생각했던 감성과 소규모 연주회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섬세한 뉘앙스의 표현 등에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녹음 장소를 신중하게 정하고, 피아노도 그 구조적 특징으로 인해 다른 현대 피아노보다 울림이 풍부한 뵈젠도르퍼(Bosendorfer Concert Grand 290 Imperial)를 선택했다. 쇼팽이 작품 활동 시 사용한 피아노인 플레옐(Pleyel)은 울림이 좋은 가문비(Spruce)나무를 사용하는데, 뵈젠도르퍼가 이 전통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실제 연주를 들어 보면,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착색되지 않은 자연스런 음색을 경험할 수 있다. 첫 곡인 소나타 3번 1악장의 격정적인 부분에서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절제미를 느낄 수 있고, 6곡 마주르카 No.4나 7곡 녹턴 No.20에서처럼 느리거나 여린 부분에서도 지나치게 연약하지 않은 음상을 전달한다. 음 하나하나 정성을 다하는 권요안의 타건은 섬세하면서도 쇼팽 시절의 어느 살롱에 앉아 있는 듯한 편안함을 준다. 다소 심심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오히려 화려함이나 과장을 배제한 자연스러운 감동을 선물 받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