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에츠(Koetsu) 롱 바디 로즈우드 스가노 요시아키 시그너처 카트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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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에츠(Koetsu) 롱 바디 로즈우드 스가노 요시아키 시그너처 카트리지
  • 김기인
  • 승인 2019.05.01 00:00
  • 2019년 5월호 (562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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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이가 들다 보니 얼굴 피부에도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수년 전부터 얼굴 피부 보호용 에센스라는 화장품을 아내에게 선물 받아 쓰기 시작했는데, 얼굴에 바르면 확실히 피부의 느낌도 좋고 기분도 좋아 그 후 아내에게 구매를 부탁해 지금까지 계속 쓰고 있다. 그런데 이게 양은 적아도 상당히 비싸서 녹두알만큼씩 덜어 아껴 쓰다 보니 얼굴 전체에 마음대로 바르지도 못하고 대충 펴서 생략되는 곳은 생략되는 대로 지나갈 정도이다. 하루는 거울 앞에서 문득 내 얼굴을 보았다. 주름이 자글자글하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내 얼굴을 아껴야 하는데 에센스를 아끼고 있잖아…. 참 너털웃음이 나왔다. 내 인생을 아껴야 하는데 돈을 아끼는 것처럼…. 그때부터 얼굴을 위해 마음껏 에센스를 바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심지어 콧구멍 속까지 면봉으로 찍어 바르기 시작했는데, 콧구멍 속에 에센스를 바르면 시원하기도 하고 콧속 피부에 영양을 주는 것 같아 여간 기분이 좋은 게 아니었다. 그런데 아차 마누라에게 그 장면을 들키고 말았다. ‘아니 콧구멍에 그 비싼 에센스를 바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라는 호통에 노발대발이다. 내 돈으로 내 콧구멍 내가 아끼겠다는데 뭐가 어때서, 에센스 한 번 실컷 써 보겠다는데 그것으로 집안 기둥뿌리 뽑히는 것도 아니고…. 그 후부터 콧구멍에 바르면 에센스 안 사다 주겠다고 난리다. 사실 돈은 내가 버는 데도 말이다. 과유불급인가….



그런데 필자에게는 이 에센스 같은 물건이 하나 있다. 바로 카트리지다. 지금까지 안 써 본 카트리지가 없을 정도로 수많은 카트리지를 경험했다. 오디오 평론가로서 또한 아날로그 마니아로서 세계 누구보다도 많은 카트리지를 섭렵했다고 자신한다. 그런데도 욕심은 끝이 없다. 문제는 초 고가에다 소모품이라는 단점으로 새로 구입하고 싶은 카트리지가 있어도 망설이게 되고 자금을 아끼다 그만두기도 했는데, 에센스 사건 이후부터 큰맘 먹고 ‘내가 듣는 게 중요하지 돈 아끼는 게 중요한가!’ 주의로 마음을 바꿔 먹었다. 그리고 첫 번째 들여온 것이 바로 스가노 요시아키, 즉 아버지 스가노가 만든 롱 바디 로즈우드 시그너처 카트리지다. 이 카트리지는 아버지 유품으로 아들 스가노 후미코가 보관해 오던 것을 사정사정해 결국 손에 넣은 명작이다. 아시다시피 아버지 요시아키의 카트리지를 아들 후미코 작품보다는 선호하는 것이 국제 추세다. 특히 롱 바디 버전의 신품은 세계적으로 남아 있는 게 없는데, 이것을 손에 넣게 되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행운이라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요시아키가 수펙스(Supex) 사에서 카트리지 엔지니어로 있다가 나오면서 자신의 이름으로 고에츠 사를 설립했을 당시 수펙스 카트리지 바디를 기준으로 더 많은 양의 알니코 자기 회로를 구성하기 위한 방책으로 롱 바디 버전이 출시되었다. 자석 양이 많아지면 그만큼 출력을 올릴 수 있어 유리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기로 들어오면 사마륨 코발트(이하 사마코) 또는 백금 자석을 사용하게 된다. 물론 이 자기 회로를 사용하면 단위 면적당 포화 자기 밀도가 높아 많은 양의 알니코 자석을 사용한 것 같이 출력은 높아진다. 그러나 자기 평행력이라는 측면에서는 알니코를 따를 수 없고, 결국 튀어나오는 이탈감이나 투명성은 좋아지지만 피어오르는 듯한 음장감과 음악성 면에서 알니코 자기 회로를 따를 수 없다. 특히 필자 경험으로 음에 대한 실증감도 사마코나 네오디뮴 자기 회로가 알니코보다 빠른 부작용도 있다.



결국 카트리지 자기 회로는 스피커와 같이 알니코가 정답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출력을 높이기 위해 알니코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대부분 사마코나 네오디뮴을 사용하는 것이 추세다. 그러다 보니 자꾸 구형 카트리지로 회귀하는 것이 최근의 필자 경향이다. 그 일환으로 알니코 자기 회로의 롱 바디 고에츠 로즈우드 시그너처를 들여오게 된 것이다. 가격 면에서 신형 오닉스 바디에는 못 미치고 로즈우드 플래티넘 시그너처를 약간 웃도는 가격으로 인수 받았는데 적절한 가격이라 생각한다.
출력은 0.2mV에 임피던스 3.6Ω 정도이며 보론 캔틸레버에 일립티컬 초 타원 스타일러스인데, 내부 알니코 자석 양이 많아 무겁고 사이즈가 크다. 셸에 고정하려고 드라이버를 접근시키면 철썩 달라붙는 정도다.



맨 처음 장착시키고(SME V 암) 그래험에 장착된 탑윙 주작과 비교 시청했다. 저역은 양이 많고 고역의 뻗침은 부족한 느낌이어서 잠깐 실망했다. 그러나 계속 듣는 매 십 분마다 음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피어오르는 음의 발산과 알니코 자기 회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임장감이 어느 카트리지에서도 볼 수 없는 희열을 안겨다 주었다.
요시아키가 현장음을 기준해서 튜닝한 음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네 시간 정도의 에이징으로 처음과는 전혀 다른 디테일과 음장감, 저역의 에지감 등이 튀어나왔다. 특히 성악과 피아노는 콘서트홀 현장에서 듣는 디테일을 가지고 있었으며 상위 고역이 약간 누그러들어 있지만 우아함과 고풍스러움, 투명감 등이 그 부분을 충분히 메워 주고도 남음이 있다. 마치 르네상스 시대의 우아한 궁전홀에 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탑윙 주작이 스튜디오의 해상력과 음장감, 투명도라면 롱 바디 로즈우드 시그너처는 현장음 중심의 사실적 해석을 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레코드의 녹음 상태를 여지없이 드러내 주는 모니터적 성격도 강하다. 즉, 나쁜 레코딩은 나쁘게, 좋은 레코딩은 좋게 솔직하게 표현해 레코드 간의 음질 격차가 심하다. 이것은 카트리지 자체의 솔직함을 드러내는 특징으로 스스로 버릇이 스며든 착색 현상은 없다는 뜻이다. 솔직 담백한 자연스러움이 이 카트리지의 가장 큰 장점이며 또한 단점이기도 하다.
초기작 두랄루민 캔틸레버의 로즈우드 스탠더드는 더욱 부드럽고 중립적이며 시그너처 버전의 후기작은 보론 캔틸레버를 쓰고 있는데, 음의 탄력성과 해상력이 증가되었다. 오닉스와 같은 이시(보석, 돌) 버전은 롱 바디가 없고 요시아키 버전도 후기 후미코 버전과 같은 숏 바디다. 가끔 오닉스 롱 바디는 없냐고 질문하는 사람이 있어 밝혀 둔다. 어떻든 롱 바디 버전의 고에츠 카트리지는 모두 스가노 요시아키 작으로 고에츠 마니아라면 한 번 구입 대상으로 목록에 올려놓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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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9년 5월호 - 5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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