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Wave Acoustics Alethe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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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Wave Acoustics Aletheia
  • 김편
  • 승인 2018.11.01 00:00
  • 2018년 11월호 (55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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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 인클로저에서 뛰쳐나온 싱싱한 음

바이올린이 이렇게나 표정이 풍부한 악기였나 싶다. 현의 미세한 떨림, 바디의 목질감, 내부 빈 공간을 이러저리 돌아다니는 공기의 울림까지 모조리 잡아낸다. 칠흑 같은 배경 덕분이다. 이 밖에도 여러 곡을 들었는데 어느 경우에나 음은 엉키지 않았고 나왔다가 재빨리 사라졌다. 재생 대역 어디에서도 롤 오프 따위는 없었으며 저역에서도 극강의 해상도를 자랑했다.

기존에 습관적으로 알고 있던 소리가 아니었다. 강건하면서도 디테일이 살아 있는 음이었고, 웅장한 에너지를 분출하면서도 부드럽고 폭신폭신한 음이었다. 무엇보다 악기들이 음악을 연주하기 전 스스로 내는 바스락바스락 소리까지 들려 깜짝 놀랐다. 이번 시청기인 시웨이브 어쿠스틱스(SeaWave Acoustics)의 스탠드 마운트 스피커 알레테이아(Aletheia)였다.
시청을 위해 시웨이브 시청실을 찾은 날 일명 스님이 필자를 반갑게 맞이한다. 잘 아시는 대로 시웨이브 어쿠스틱스는 1983년부터 PA와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활동해온 일명 스님이 제작자다. 스님은 그동안 수도자의 마음가짐으로 삼사라, 플루티누스, 보산, 알레테이아 등 여러 스피커를 만들었다. 이번에 시청한 알레테이아는 업그레이드 버전인데, 무엇보다 기존 에소타 트위터를 아큐톤 트위터로 바꾼 점이 눈길을 끈다.
일단 외관을 보면, 인클로저 덩치가 상당히 큰 2웨이 스피커다. 고역은 아큐톤 세라믹 트위터, 중·저역은 17cm 이톤 헥사콘 미드·우퍼가 책임진다. 인클로저는 알루미늄 재질이며, 뒤쪽에 포트가 있는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 스탠드 마운트 타입인데도, 주파수 응답 특성이 28Hz-22kHz(±1dB)나 된다. 공칭 임피던스는 8Ω, 감도는 90dB, 크로스오버는 2kHz에서 이뤄진다. 무게는 23kg.
하지만 세상은 역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알레테이아가 들려준, 전혀 차원이 다른 소리의 비결은 이렇게 겉으로 드러난 유닛과 스펙에 있지 않았다. 인클로저 재질부터 시작해, 내부 설계, 부품 선택, 배선 방식, 최종 튜닝까지 거의 모든 것을 일반 스피커와는 격이 다르게 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때문에 ‘스님이 만든 스피커’라는 데서 섣부른 편견과 선입견을 갖고 있다면 일단 내려놓으시길. 필자가 들은 알레테이아는 한마디로 하이엔드 스피커였던 것이다.

우선 인클로저. 유닛이 장착된 전면 패널을 제외하고는 모든 곳이 곡면으로 돼 있다. 내부 정재파를 없애기 위한 설계다. 놀라운 것은 알루미늄 인클로저를 주물 방식으로 만들었다는 것. 제작 자체가 어렵고 비용 또한 엄청나지만 스피커의 최대 적인 진동을 없애기 위해서는 이 방법 외에는 다른 길이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알루미늄에 실리콘을 투입, 금속 특유의 공진까지 잡아냈다.
스피커 인슐레이터로 세계 최초로 하이 댐핑 메탈을 쓴 것도 철저한 제진 대책의 일환. 하이 댐핑 메탈은 한치의 흔들림도 용납되지 않는 입자 가속기 센서의 인슐레이터로 쓰이는 물질인데 0.01Hz-10MHz라는 초 광대역에서 제진 효과를 발휘한다. 완성된 스피커를 반도체 산업에서 사용되는 수십억원짜리 이온 주입 설비(쳄버)에 24시간 집어넣는 것도 마지막 남은 진동을 잡기 위해서다. 물질을 이루는 원자, 그중에서도 불필요한 진동의 원천인 자유 전자까지 제대로 컨트롤하겠다는 생각은 정말 아무나 못한다.

네트워크 회로에 투입된 부품의 호화로움과 만듦새 역시 대단하다. 코일의 경우 하이엔드 제품이라 해도 선재 자체가 얇기 때문에 이 코일을 직선으로 펴면 길이가 무려 65m에 이른다. 음질에 좋을 리 없고 스님이 이를 그냥 지나칠 리 없다. 공심 대신 투자율이 좋은 니켈 계열 합금 퍼멀로이를 코어로 쓰고, 6N 선재 두께를 파워 케이블 수준인 12AWG로 늘려 길이를 10분의 1로 줄였다. 알레테이아가 들려준 엄청난 저역의 펀치감과 에너지는 이렇게 내부 저항값을 대폭 낮춘 코일이 일등공신인 셈이다.

배선에는 일체의 납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는 납이 구리나 은에 비해 전도율이 떨어지고 신호가 납땜을 통과할 때 음질에 치명적인 전압 강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신에 순은과 실리콘을 결합한 방식을 채택했고, 스님이 직접 만든 저항의 경우 순은 리드선을 은 접착제로 일일이 붙였다. 스님에 따르면 저항을 대덕연구단지에서 테스트해봤는데 L, C값이 ‘측정 불가’를 기록했다.
알레테이아를 8Ω에서 100W를 내는 바쿤 앰프 AMP-5570에 물려 들었다. 찰스 게르하르트가 지휘하고 내셔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몬티의 차르다시를 들어보면, 처음부터 기존 스피커와는 소릿결 자체가 다르다. 묵직하면서도 낭랑하고, 멀티 유닛 대형기 같으면서도 풀레인지 스피커 같은 섬세함이 배어 있다. 무엇보다 생기가 돌고 살아 있는 음이다. 스피커가 살아 있는 생명체 같아서 순간 흠칫했을 정도다.
살바토레 아카르도가 연주한 파가니니의 카프리치오에서는 바이올린이 이렇게나 표정이 풍부한 악기였나 싶다. 현의 미세한 떨림, 바디의 목질감, 내부 빈 공간을 이러저리 돌아다니는 공기의 울림까지 모조리 잡아낸다. 칠흑 같은 배경 덕분이다. 이 밖에도 여러 곡을 들었는데 어느 경우에나 음은 엉키지 않았고 나왔다가 재빨리 사라졌다. 재생 대역 어디에서도 롤 오프 따위는 없었으며 저역에서도 극강의 해상도를 자랑했다. 이날 필자는 또 하나의 하이엔드 스피커 소리를 들었다.

 

제조원 시웨이브어쿠스틱스 (02)859-1950
가격 1,550만원(스탠드 별매)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7cm 이톤 헥사콘, 트위터 아큐톤   재생주파수대역 28Hz-22kHz(±1dB)   크로스오버 주파수 2kHz   임피던스  출력음압레벨 90dB/W/m   크기(WHD) 30×46.5×37.5cm   무게 23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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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8년 11월호 - 5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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