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uve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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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uve L
  • 김남
  • 승인 2016.03.02 00:00
  • 2016년 3월호 (52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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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이 쉬운 범용 스피커로 재탄생한 아큐브의 신작

파워 트랜스의 코어부터 새롭게 개선하고, 하우징의 분석과 재설계, 모든 원자재 가공 과정의 개선과 인클로저의 프레임도 신 설계를 적용했다. 감도도 3dB 이상 증가해 87dB까지 올라갔다. 그 결과 하이엔드의 대출력 파워 앰프를 써야 제 소리가 나던 것이 놀랍게도 거의 앰프를 가리지 않는 범용성으로 다시 태어났다.

우리나라에서 전통의 한지를 진동판으로 제작해 태어난 이 정전형 스피커는 태동한 지 두어 해가 지났지만, 그동안 논란이 분분해 인터넷을 검색하면 찬반이 비등하다. 평론가들의 찬사와 다르다는 것에서부터 현과 기타의 음색은 뛰어나지만 저역이 부족하고 소리가 가늘고, 입체감이나 해상력은 뛰어나지만 풍요하지 않고, 도대체 어떤 앰프를 써야 한단 말이냐는 등의 소감이 충돌해 왔다. 나 역시 그런 쌍방의 의견에 모두 공감을 한다. 그런데 놀랐다. 마침내 그런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만한 신제품이 태어난 것 때문이다. 마침내 아큐브 스피커에서 그간 지적되었던 약점을 해소한 새 시리즈가 등장했다.
그동안 아큐브 스피커를 들을 때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앰프 매칭이었다. 제작자도 그것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근자에는 직접 특화되어 있는 자체 앰프까지 제작을 해서 원가에 공급하는 대책까지 내놨다. 그래도 본연의 컬러는 별로 변하지 않았고, 그동안 이 제작사의 제품들을 들을 때마다 이 앰프가 제짝이구나 했던 것은 고가의 솔루션 프리·파워 앰프 정도였다. 그런데 너무나도 고가이기 때문에 권장하기가 어렵다. 억대에 육박하는 제품인 탓이다.
됨됨이는 분명히 최고인데 소리내기가 어렵다, 마치 영화 <굿 윌 헌팅>에서 천재였던 맷 데이먼이 연상된다. 수학의 천재이지만 대학의 청소부로 일하면서 세상을 냉소하고 있는 한 청년을 소재로 한 이 시나리오는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무명 시절 직접 쓴 것인데, 영화사에 번번이 딱지를 맞다가 가치를 알아본 유명 제작자에 의해 영화로 태어나면서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 등에서 시나리오 상을 탔고 베를린 영화제에서도 은곰상을 받았다.

아큐브 스피커는 분명히 그런 천재성을 지녔다. 한지를 진동판으로 한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그 진동판을 만들기 위한 수많은 각고, 전국의 한지 제조 장인들을 수없이 만나는 과정, 한지는 한 번 만들려면 백번의 손질 과정을 거쳐야 하며, 10개를 만들어도 겨우 한 개 정도만 합격품이 나오는 까다로움, 겨울철에 만들어야 하는 한계,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책 한 권 분량은 될 것이다. 그런 지난한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아크릴 인클로저에 창호지 몇 장을 걸쳐 놓은 것으로 보이는 이 스피커가 왜 이렇게 비싸단 말인가 하는 불만이 당연히 나올 것이다.
이 신제품이 달라진 것은 파워 박스가 중점이다. 종래에는 이 내장 파워 트랜스 때문에 역시 트랜스를 쓰는 진공관 앰프와는 생태적으로 상생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대출력의 반도체 앰프라야 한다는 권장이 있었다. 그런데 신제품은 파워 트랜스의 코어부터 새롭게 개선하고, 하우징의 분석과 재설계, 모든 원자재 가공 과정의 개선과 인클로저의 프레임도 신 설계를 적용했다. 감도도 3dB 이상 증가해 87dB까지 올라갔다. 그 결과 하이엔드의 대출력 파워 앰프를 써야 제 소리가 나던 것이 놀랍게도 거의 앰프를 가리지 않는 범용성으로 다시 태어났다. 중국산 저가의 진공관 인티앰프부터 시작해 몇 십 W의 평범한 인티앰프로도 소리가 잘 울리게 된 것이다. 진정으로 범용 스피커로 재탄생한 셈이다.
시청 시 사용 앰프는 사제품의 평범한 반도체 프리앰프에 파워 앰프는 지금으로서는 거의 골동품이나 다름없는 마크 레빈슨의 초기 모노블록 제품인데 체구도 작고 출력은 A급 30W 정도다. 소스는 노트북에 역시 평범한 DAC로 연결을 했다. 이 정도라면 어디서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 외에 KT88 인티앰프로 울려 본 소감으로는 구동은 문제없으나 5극관 앰프의 속성상 투명한 소리는 나오지 않더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정전형 스피커의 특성은 투명성에 있는 만큼 그 본성을 살리려면 앰프 선택은 다소 가릴 필요가 있다. 몇 십 W의 반도체 인티앰프라면 대부분 문제가 없다.

소리는 역시 놀랍도록 선열하다. 그 뛰어난 입체감과 함께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해체되는 듯하지만, 종래처럼 과잉하게 날카롭거나 따갑지 않으며, 윤기와 밀도가 충분하다. 그리고 마리아 칼라스의 보컬이 가슴을 헤집고 관통하는 듯한 느낌은 종전과 다름이 없다. 생생하면서도 전혀 거부감 없이 편안하고 상쾌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이보다 약간 진동판이 넓은 F로 옮기니 음장감이나 저역의 풍윤함이 증가하면서 좀더 느긋해진다. 그리고 동사가 개발한 전용 앰프를 사용해 영화도 보았는데, 무엇보다도 요즘 AV에서는 수많은 채널로 녹음과 재생도 가능한 때이지만 굳이 그런 번거로운 멀티채널이 아니더라도 이 스피커의 2채널로도 마치 멀티채널 같은 효과를 거둘 수가 있다. 이 스피커의 장점이 그런 것이며, 듣고 있노라면 마치 귀가 펄럭이는 듯한 환각을 느끼게도 되는데, 이쯤 되면 세계 최고의 입체 사운드라고 할 만하다. 한 가지 주의 점은 정전형 스피커인만큼 너무 건조한 공간에서는 전류 흐름이 끊길 수가 있다는 점. 보통 공간에서는 영향이 없다. 조선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제작 협조를 받고 있으며, 중기청에서도 우수 제품으로 선정해 후원을 해 주고 있는데, 국산 오디오로서는 유일한 듯싶다. 

제조원  Accuve (070)8807-8216
가격 3,300만원
사용 유닛 28×98.5cm, 퓨어 풀레인지 ESL
재생주파수 대역 20Hz-20kHz(-6dB)
정격 허용 입력 500W
크기(WHD) 37.4×125.8×32.1cm

524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6년 3월호 - 5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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