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안정과 휴식을 제공하는 특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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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안정과 휴식을 제공하는 특효약
  • 월간오디오
  • 승인 2008.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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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류지윤 씨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취미 생활만큼 그 사람의 생활의 질을 높이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그 중에서도 오디오는 다른 취미에 비해 오랫동안, 아니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로 여겨진다. 오디오를 하다보면 어떤 소리가 좋은 소리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개인적인 편차가 매우 클 것이다. 그렇지만 공통적인 것은 들어서 편안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소리라면 가장 이상적인 소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이를 위해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 나름대로 자신의 오디오 철학이 생긴다. 그리고 오디오라는 공통 관심사로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직업·연령을 초월하는 교류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도 오디오가 가지는 매력이 아닐까?"

인생에 있어서 취미 생활만큼 그 사람의 생활의 질을 높이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그중에서도 오디오는 다른 취미에 비해 오랫동안, 아니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로 여겨진다. 내가 오디오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초등학교 시절 우연히 친구 집을 방문하였을 때 은행에 다니시던 친구 부친이 외국에게 구입한 오디오를 접한 이후라 생각된다. 매킨토시 앰프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는 순간 세상에 이런 기계가 있다니 하며 감탄을 하게 되었고, 특히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라디오 선국이 되어서 나오는 명료한 스테레오 사운드를 들으면서 나도 언젠가는 이 기계를 꼭 가지리라 다짐하였다. 매킨토시의 푸른빛은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다. 중고등학교 시절 포터블 전축과 복사판(일명 백판)을 들으면서 아버지께 대학에 입학하면 오디오를 사달라고 수차례 요구한 후 확답을 받았다.
대학에 입학한 1979년 여름 방학에 아버지께서 세운상가에 있는 오디오 숍에서 오디오를 구입해 오셨다. 파이오니아 리시버 1250, 테크닉스 턴테이블 1200 MK2, AR3a 스피커였다. 파이오니아 리시버는 전원을 켜면 방의 형광등이 껌뻑일 정도로 전력 소비가 심한 것이 지금도 기억 난다. 이때부터 복사판을 버리고 라이선스 음반을 사서 듣기 시작하였다. 주로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등의 교향곡을 위주로 들었다. 교향곡은 크게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볼륨을 크게 올리다가 여러 번 어머니한테 주의를 받곤 하였다. 학교 다니면서 몇몇 클래식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사귀게 되어서 그들의 집을 방문하였는데 그들이 가진 오디오 시스템이 내 것보다 좋다고 생각되면 괜히 심술이 나서 며칠 간 음악을 듣지 않고 있다가 그래도 내 것도 좋다고 위안하면서 또 다시 음악을 듣곤 하였다. 시내에 나가면 자연히 오디오 가게 앞을 기웃거리길 수차례. 오디오는 중고 보상 판매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오디오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돈을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부모님께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을 받으면 그 돈으로 오디오를 바꾸겠다고 허락을 받은 후 학교 재학 중 받은 장학금으로 수차례 오디오 기기를 교환할 수 있었다. 스피커는 AR3a에서 보스 901, 탄노이 골드 모니터, 셀레스천 디튼 44로 바뀌었고, 앰프는 파이오니아 리시버에서 쿼드 44+405, 럭스만, 그리고 그렇게 사고 싶었던 매킨토시 C502+MC504 분리형으로, 턴테이블은 테크닉스에서 토렌스 124 MK2, 린 액시스로 바뀌었다. 또한 친구들과 클래식 음악 감상회라는 동아리를 만들었고, 매달 자신이 추천한 음반을 가지고 와서 음악을 감상하면서 서로의 느낌을 교류하였다. 특히 축제 때에는 각자 자기 시스템 중 하나씩을 가져와서 새로운 시스템을 구성하였고, 다른 손님들을 초대해 음악 감상회를 개최하였다. 그리고 자주 클래식 전용 음악 감상실이나 다방에서 신청곡을 감상하면서 각각의 시스템에서 나오는 소리를 비교하였다. 당시 명기로 알려진 탄노이 오토그라프, JBL 하츠필드를 보면서 미래의 나의 시스템을 상상해 보기도 했다. 또한 LP판 수집에도 열을 올려 단골 LP 가게를 만들어서 시간이 나는 대로 LP판을 구입했다. 아마 500장 정도였던 것 같다. 대학 졸업쯤에 CD가 나오기 시작하였는데 CD에 대한 반응은 극명하였다. LP의 단점인 잡음, 먼지, 수록곡의 양 등에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획기적이어서 많은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너무 잡음이 없는 소리는 차갑다고 느껴져서 LP의 따뜻한 소리에 익숙한 당시 많은 애호가들에 의해 배척되는 양극화 현상도 보였다.

대학 졸업 후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는 5년간은 거의 오디오와 멀어진 기간이었다. 특히 흉부외과 수련을 받는 4년간은 더더욱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오디오는 먼지만 쌓여가고, 그래서 오디오는 본가로 방출되고 말았다. 다시 가지러 올 때까지 잘 보관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그 후 군복무 3년이 지나고 대학병원에 취직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시점에 그동안 접었던 오디오에 대한 열망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전에 사용하던 매킨토시 분리형 앰프와 린 액시스 턴테이블을 본가에서 가져 왔고, 모던쇼트 M5 스피커를 전에 거래하던 단골 숍에서 구입하여서 다시 오디오를 시작하였다. 이 당시는 CD가 비교적 많이 보급이 되어서 CD를 주로 구매하였고, 군 제대 시 사두었던 아남 LD 플레이어를 연결하여서 CD를 청음하였다. 그러던 중에 정기적으로 구매하던 스테레오 뮤직이라는 잡지에서 2년 정기 구독 시 진공관 앰프를 사은품으로 준다는 기사가 나왔다. 평소 진공관 앰프를 한 번 사용하고 싶은 생각에 정기 구독을 신청하고, 사은품으로 받은 진공관 앰프를 구동해 보니 생각보다 소리가 부드럽고 온화하였다. 이때부터 진공관 앰프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씩 시스템을 교체하였다. 앰프는 SIS사의 마에스트로 V2, V3로 교체하였다. 2003년에는 1년간 미국에 교환교수로 가게 되었다. 이때 AV 시스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서 미국에 있는 동안 보스 701-Ⅱ, 301-Ⅴ, VCS 10, 161, 141 스피커와 소니 CD 체인저, 그리고 지인으로부터 양도받은 소니 AV 리시버로 시스템을 구성하여서 듣다가 전부 가지고 귀국하였다. 기존에 가진 하이파이 시스템에 AV 시스템이 하나 추가된 셈이었다.
CD 플레이어를 업그레이드할 생각으로 여러 제품을 검색하던 중 익스포저 2010이라는 제품이 눈에 들어왔고, 이를 구입한 후 사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하나를 업그레이드하게 되면 나머지 부분이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생각에 또다시 눈을 돌려야 했다.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이후 오디오를 장터에서 구입하는 데 관심을 돌리게 되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명기 반열이 있는 매킨토시 C-22와 MC275를 어렵게 신동품 수준의 제품을 구매하게 되었다. 연결하여 듣는 순간 분리형 앰프를 감당하기에는 스피커 능력이 부족하다고 또다시 생각이 밀려들었다. 그래서 스피커를 바꾸어야 했다. 오디오 동호인들 사이에 유행하는 지름신이 강림하여서 기존의 스피커와 앰프를 전부 처분하여 비자금을 조성하였고, 용산으로 직행하여 여러 가게를 섭렵한 후 매킨토시와 베스트 매칭이라는 탄노이 프레스티지 계열의 턴베리 HE을 구매하였다. 그러나 한 달 후 턴베리 75로 업그레이드하였다. 또 LP와 가까운 음색이라는 SACD를 청음하고자 그동안 잘 사용하던 익스포저 2010을 마란츠 SA11S1으로 교환하여 한동안 잘 사용하였다.
턴베리 75를 우연한 기회에 에든버러 HE와 1:1 교환하게 되었다. 스피커를 방에 설치하니 스피커 크기에 비해 방이 협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집사람을 감언이설로 설득하여 안방을 오디오 룸으로 바꾸는 쾌거(?)를 이루었다. 매킨토시에서 최초로 개발한 SACD 플레이어 MCD201이 발매되자 앰프와 소스 기기를 일체화 한다는 미명 아래 마란츠를 과감히 방출하고 MCD201을 영입하였다. 이제는 어느 정도 시스템이 완성됐다는 생각이 들자 또 다른 시스템, 즉 서브시스템을 구성하고자 하는 생각에 아남 AA 77 시리즈, 인켈 AX7R MK2 시리즈, 쿼드 44+66+FM4 등으로 구성된 시스템에 스피커는 탄노이 머큐리 M2, 게일 3020, 쿼드 11L 등을 사용하였다. 그 후 두 개의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이 낭비라는 생각이 들자 서브시스템은 과감히 처분하였다. 아울러 시스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소스라 생각이 들어서 책과 인터넷을 리뷰하여서 CD와 SACD를 부지런히 구입하였다. 소스가 늘어나서 CD장에 CD가 채워질 때 마다 이것 또한 만족감을 더해주었다. 그리고 국내에서 매년 개최되는 아이어 쇼, AV 쇼 등에 빠짐없이 참석하여 하이파이의 진보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과거 본인이 오디오 시작할 때 빈약하였던 기기들이 그 종류, 성능적인 면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눈과 귀와 피부로 체험하였다.

다소 정체되었던 나의 오디오 생활은 올해 초 아이어 쇼를 다녀온 후 또 한 번의 변신을 시도했다. 진공관 앰프와 현소리가 강점이라는 탄노이 스피커와의 조합은 부드럽고 부담 없는 소리를 들려주었지만 때로는 귀를 자극하고 가슴을 여미게 하는 자극적인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스피커를 현대적이고 모니터적인 성향의 제품으로 바꾸는 결단을 내렸다. 결국 B&W 802D로 2~3단계 업그레이드를 단행하였다. 그러고 나니 802D를 과연 과거의 시스템인 매킨토시 진공관 분리형 앰프로 제 성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B&W 802D와는 베스트 매칭이 아니라는 많은 동호인들에 글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또 어떤 앰프로 조합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에 한동안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순간 매킨토시에서 MA7000이라는 새로운 인티앰프가 출시된다는 소식을 듣고 과감히 앰프를 교체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평생 가지고 있으리라 마음먹은 진공관 앰프를 방출하고 허전한 마음도 잠시 새로 맞은 식구를 시스템에 연결하고 난 후 내킨 김에 스피커 케이블과 인터커넥터 케이블도 수준에 맞게 업그레이드하게 되었다. 이리되기까지는 올 봄에 가입한 오디오 동호회인 gohifi.net의 방장님과 동호회 회원님들의 정성어린 조언과 충고가 많이 작용하였다. 마지막에 영입한 SACD 플레이어인 와디아 581SE는 기존의 MCD201과는 사뭇 다른 성향의 음색을 들려 준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더 좋은 와디아만의 특별한 음색을 들려주리라 기대가 크다. 이제는 당분간 현재 시스템을 베스트 상태로 구동하는 데 주력하고자 한다. 만일 좀더 여유가 된다면 그동안 소외되었던 LP를 다시 시작하고 싶다. 현재 복고풍의 바람과 함께 다시 LP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고성능의 LP 플레이어가 나오니 다시 한 번 LP의 시대가 도래하지 않을까 하는 성급한 생각도 해본다.

음악의 종류는 난해한 현대 음악을 제외한 모든 분야를 곡을 골고루 섭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첼로의 깊은 음색을 좋아해서 많은 첼로 협주곡 및 독주곡을 청음한다. 이중에서도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과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여러 연주자들의 음반을 모으고 있다. 그 중에서도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가 가장 마음에 든다. 특히 깊어가는 가을밤에 듣는 첼로 소리는 마음을 저리게 하며 마음의 안정과 휴식을 제공하는 특효약이라 생각된다.
오디오를 하다보면 어떤 소리가 좋은 소리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개인적인 편차가 매우 클 것이다. 그렇지만 공통적인 것은 들어서 편안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소리라면 가장 이상적인 소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이를 위해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 나름대로 자신의 오디오 철학이 생긴다. 그리고 오디오라는 공통 관심사로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직업·연령을 초월하는 교류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도 오디오가 가지는 매력이 아닐까? 그런데 여기에 많은 난관들이 있다. 오디오 기기의 만만치 않은 가격, 그리고 가족들에게 오디오를 이해시켜야 하는 문제,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자기 시스템에 대한 만족도와 신뢰도,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오디오를 하는 동안 많은 이해와 도움을 준 아내와 좋은 정보를 공유해 주신 직장의 동호인인 선배 차교수님, 그리고 얼굴도 잘 모르지만 온라인상의 동호인 모임에서 좋은 정보를 공유해 주시는 동호인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오디오가 인생에 있어서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는 최고의 취미라 다시 한 번 생각이 들지만, 오디오에는 왕도가 없고 오직 부단한 노력과 자기만족이 필요한 수양의 길이라고 생각이 든다.

▶▶ 사용하는 시스템
스피커 B&W 802D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매킨토시 MA7000
SACD 플레이어 매킨토시 MCD201, 와디아 581SE   턴테이블 린 액시스   톤암 린 베이직 LVX
카트리지 엠파이어 EDR.9   튜너: 온쿄 R1   인터커넥터 케이블 시너지스틱 리서치 레졸루션 레퍼런스
스피커 케이블 시너지스틱 리서치 SPEC B&W Seven   액세서리 PS 오디오 쥬스 바 2
AV 리시버 온쿄 TX-DS777   DVD 플레이어 마란츠 DV6500   프론트 스피커 보스 301-V
리어 스피커 탄노이 MR   센터 스피커 보스 VCS-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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