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는 복잡하다. 음악을 들으려면 스피커에 앰프에 DAC와 PC 또는 NAS, 과거에 모아놓은 CD와 LP가 있다면, 이를 듣기 위해 CD 플레이어, 턴테이블과 포노 앰프 등 필요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누군가 집에 놀러와 오디오 시스템을 보여주면 이건 뭐고, 저건 뭐냐 물음이 끊이지가 않는다. 그러나 뛰어난 소릴 듣기 위해선 이런 복잡한 기기들을 싫어도 구입해서 연결해야 하고 매칭까지 신경써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마니아가 아닌 일반인들도 쉽게 사용이 가능하면서 뛰어난 음질의 올인원 오디오들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부분 중저가의 컨슈머 제품들이었고, 오디오파일의 입맛을 충족시킬 만한 올인원 제품은 흔치 않았다. B&O 정도가 그나마 우리가 익히 아는 이른바 명품 올인원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옷 잘 입는 남자, 멋진 스포츠카를 모는 남자는 무릇 주변의 시선을 사로잡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지만 오디오를 잘 아는 남자, 혹은 음악을 좋아하고 멋진 오디오 시스템을 가진 남자는 그다지 주목 받지 못한다. 그런데 그게 B&O 혹은 드비알레 정도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드비알레는 현대를 사는 우리들의 여가, 그 중에서도 음악을 주제로 한 토털 라이프스타일 오디오 시스템이다. 그런데 그 내면을 살펴보면 단순한 외모 안에 무수한 기능과 인간에 대한 탐구, 휴머니즘이 담겨 있다. 드비알레는 통신장비 기업인 노텔의 엔지니어 피에르-엠마뉴엘 칼멜(Pierre-Emmanuel Calmel)에 의해 시작되었다. 칼멜은 단지 새로운 앰프 회로를 구상해 개발해놓았지 처음부터 드비알레라는 메이커를 만들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우연히 코스메틱 디자이너와 만난 후 상용화를 계획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개발한 ADH, 즉 ‘Analog Digital Hybrid’ 증폭 개념이 D-Premier라는 올인원에 탑재되었다.
이것은 단지 인티앰프가 아니다. 내부엔 DAC가 담겨 있어 소스기기로 활용할 수 있으며 단지 스피커 한 조만 추가하면 근사한 오디오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하이테크 올인원 시스템이다. 전 세계 매체에서 찬사가 들려왔고, 아름다운 디자인과 탁월한 설계, 창조적인 인터페이스는 드비알레에게 ‘명품’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었다. 구시대의 복잡하고 덩치만 큰 오디오를 지양하고 작고 아름다우며 여러 스마트한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음질은 오히려 더 뛰어난 미래의 하이엔드. 그것이 드비알레의 이상이었고, 이것은 현재를 사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정확히 어필했다.
그저 다양한 기능에 예쁘장한 외모로 어필했던 수많은 올인원 오디오 중에 드비알레는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고, 드비알레에는 투자자가 줄을 이었다. 그 중 드비알레의 가치와 성장성을 알아본 예리한 안목의 소유자가 한 명 있었다. 루이비통 외 여러 유명 럭셔리 전문 브랜드가 속해 있는 LVHM 모엣 헤네시-루이 비통(LVMH Moet Hennessy - Louis Vuitton S.A.)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룹 차원의 투자가 아니라 아르노 본인의 개인적인 자산으로 투자했다는 사실이다. 단 한 명의 엔지니어가 낸 아이디어와 조그만 회로에서 시작한 드비알레는 이제 수십 명의 엔지니어가 모인 기업으로 발전했다. 과연 드비알레의 저력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드비알레는 이제 D-Premier를 필두로 시작된 라인업을 대폭 확장하며 다양한 활용도를 가진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그 중에서 드비알레 200을 통해 그 저력을 확인해보자.
드비알레의 최신 모델은 120, 200, 400, 800 등 총 네 종류이다. 이들은 모두 인티앰프와 DAC를 내장하고 있고 상위 모델로 올라갈수록 기능과 출력 등에 있어서 차이를 보인다. 드비알레 200은 그중 120에 이은 중급기로 드비알레의 독보적인 네 가지 기술, 즉 ADH 앰플리케이션, SAM 프로세싱, AIR 스트리밍, EVO 플랫폼 등의 테크놀로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
우선 이 슬림한 올인원을 보면 누구나 D클래스 증폭이라고 예상할지 모른다. 그러나 결과부터 말하면 D클래스가 아니다. 기본적인 증폭은 아날로그 A클래스 방식이며, 전류 공급에 관한 부분에서 D클래스 앰프가 내장되어 있다. 즉, 전류 공급에만 D클래스 모듈이 관여하며, 증폭에 관련된 것은 아날로그 방식이라는 얘기다.
드비알레의 독보적인 ADH 증폭 회로는 결과적으로 굉장히 뛰어난, 하이엔드 앰프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측정 수치를 보인다. 예를 들어 THD는 0.001%, 혼변조 왜곡율도 0.001%, S/N비는 130dB로 거의 퍼펙트한 수치이다. 여기에 더해 출력 임피던스는 0.001Ω 이하로 어떤 스피커도 드라이빙하는 데 문제가 없게끔 설계했다. 맥시멈 출력은 채널당 200W로 체구에 비하면 넉넉한 출력을 자랑한다.
후면을 살펴보면 총 6개의 RCA 단자가 배치되어 있고, 이외에 USB 입력, 옵티컬 등의 디지털 입력단이 마련되어 있다. 맨 왼쪽 편에는 이더넷 단자도 마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중앙엔 AES/EBU 디지털 입력 등 아날로그 신호와 디지털 신호를 자유자재로 입·출력할 수 있는 구조다. 옆으로는 한 조의 스피커를 연결할 수 있는 바인딩포스트가 위치한다.
좌측 위에 SD 카드가 삽입구가 보인다. 이 슬림한 사이즈에 동그란 리모컨 하나뿐인데,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오가는 여러 신호들을 모두 어떻게 컨트롤하는가에 대한 대답이 여기 있다. PC에 바로 이 SD 카드를 삽입한 후 드비알레 홈페이지의 컨피그레이터(Configurator)에 접속하면 사용자의 사용 목적에 맞게 여러 단자들의 세팅을 변경할 수 있다. 드비알레 본사는 전 세계 유저들을 위해 이러한 완벽한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을 온라인상에 만들어놓은 것이다.
디지털 부문은 위에서 언급한대로 코액셜, AES/EBU부터 시작해 MAC과 PC 등에 모두 대응하는 비동기식 USB, 옵티컬 입력 등이 마련되어 있으며, iOS와 안드로이드, MAC과 PC 등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이더넷과 와이파이 입력 또한 구비되어 있다. 또한 특별한 것은 LP 재생을 위한 포노단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MM과 MC 카트리지에 모두 대응한 드비알레의 포노단은 드비알레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세팅 메뉴로 들어가면 MM/MC, 스테레오/모노, 맥시멈 레벨 및 로딩 임피던스와 ㎊ 세팅은 기본이며, RIAA 커브도 1953, 1976 기준 등으로 설정이 가능하다. 놀라운 것은 내부에 ADC, 즉 아날로그 디지털 컨버터를 내장해서 이를 96kHz 또는 192kHz로 변환해 출력해준다는 사실. 포노 스테이지 회로를 DSP 소프트웨어로 구성해 디지털 신호로 변환한 뒤 다시 DAC를 통해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 출력하는 방식으로 웬만한 고가의 포노 앰프를 사용하는 것보다 우수한 성능을 가진다.
유선 USB 또는 이더넷 전송, 그리고 와이파이 플랫폼을 활용한 무선 스트리밍, 다양한 디지털 입력과 함께 출중한 포노단 등은 드비알레가 할 수 있는 역할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펌웨어 업데이트가 발표되면 드비알레 사이트를 통해 여러 성능과 기능을 편안하게 업그레이드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가장 놀라웠던 기능은 SAM 프로세싱이다. 이것은 전 세계 스피커 제조사에서 발표한 스피커들의 스펙과 특성을 모두 데이터화해 드비알레에 입력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드비알레에서 테스트를 끝낸 스피커를 매칭했을 때 해당 스피커와 완벽히 동기화되어 작동하게 된다. 별도의 온라인 페이지(http://voteforsam.devialet.com)에서 투표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SAM 프로세싱은 현재도 계속해서 진행 중이며, 현재까지 수십 개의 유명 스피커 모델이 등록되어 드비알레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스피커와 최적화되어 가고 있다. 실제로 SAM 프로세싱이 완료된 B&W 노틸러스 시리즈들과 매칭해보면 유닛의 움직임이 다르며 사운드 자체가 굉장히 자연스럽다. 이 작은 올인원으로 드라이빙한다는 사실을 알면 누구나 놀랄 정도다.
드비알레 200 테스트를 위해 비비드 오디오의 Giya G2 스피커를 연결해 유·무선으로 음악을 들어보았고, 드비알레 200 두 대를 연결해 청음했다. 참고로 드비알레 200 두 대를 연결하면 드비알레의 상급 모델인 400으로 변신한다. 또한 드비알레 250 두 대를 연결하면 드비알레 800으로 변신한다.
처음 Giya G2라는 하이엔드 스피커를 들어보았을 때 느꼈던 것은 드라이빙 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세팅과 조율이 어려운 스피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크렐 등의 기함급 앰프로 테스트해본 감상이지만, 인클로저 재질은 물론 완전히 라운드 형태로 디자인된 캐비닛 덕에 소리가 사방으로 분산되어 뚜렷한 스테이징을 만들어내기가 어렵다. 마치 무지향성 스피커마냥 일반적인 스피커들과는 사운드에 대한 접근 방식부터가 다른 스피커인 것. 그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