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하이엔드 스피커 업계의 동향을 보면, 캐비닛에 대한 다양한 고안이 두드러진다. 그간 유닛의 개발이나 부품의 고급화에 치중하다가 이제 제일 중요한 항목으로 관심사가 이전한 듯하다. 그 과정에서 각광받는 것이 바로 알루미늄을 채용한 금속제 인클로저다.
왜 알루미늄인가? 이 대목에서 우리는 스피커가 숙명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박스, 그러니까 인클로저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엄청난 진동을 수반한 드라이버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전달될 뿐 아니라, 특히 뒤로 빠지는 음에 대한 처리에서 박스가 갖는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하다. 그 과정에서 알루미늄은 강도가 높고, 진동 처리에 있어서 탁월하다는 결과가 이미 나와 있다. 골드문트, 스텐하임, 매지코, YG 어쿠스틱스 등 현재 스피커 업계를 리드하는 많은 브랜드가 알루미늄에 주목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피커 메이커에서 알루미늄을 CNC로 깎는다거나 사출하는 장비를 구입하기란 쉽지 않다. 장비 가격도 엄청난데다가, 전문 인력의 확보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 가공 업체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 대목에서 시웨이브 어쿠스틱스는 우연치 않게 협력 업체를 찾아낼 수 있어서, 이번에 소개할 알레테이아의 탄생에 이르게 되었다. 그 음을 듣고 나서 나는 30년이 넘는 스피커 제조의 노하우가 이제 활짝 만개한 느낌을 받았다.
당연히 인클로저의 성형 과정은 쉽지 않다. 무조건 알루미늄만 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알루미늄은 그 자체로 일종의 링(Ring) 현상이 있어서, 이를 커버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시웨이브 어쿠스틱스는 여기에 적절하게 실리콘을 주입, 형상의 자유로움을 확보함과 동시에 깨지거나 찌그러질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하고 있다. 당연히 음질 면에서도 유리하다.
물론 스피커는 인클로저만 만든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유닛의 선별도 그렇지만, 각종 배선재, 부품 등에서 만전을 기해야 한다. 특히, 신호 전달 과정에서 일체의 걸리적거리는 부분을 제거한다는 신념하에 어떤 납땜도 불허하고, 최고 사양의 부품을 특주하거나 혹은 개발하는 등, 스피커를 이루는 A부터 Z까지 뭐하나 쉽게 넘어간 부분이 없다.
이번에 들은 소감은, 과연 현대 하이엔드가 추구하는 음향을 적절히 취하면서도 시웨이브 어쿠스틱스 특유의 따스하고, 자연스런 질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금속제 인클로저 하면 아마도 딱딱하고 차가운 음색을 예상할 분들도 많겠지만, 실제 들어보면 전혀 다르다. 오히려 풍부한 음성 정보와 질서정연한 입체 음향, 빠른 리스폰스, 빼어난 다이내믹스 등, 하이엔드 애호가들이 요구하는 덕목을 빠짐없이 채워놨음을 알게 되며, 그 끝에는 바로 음악성이라는 목표가 분명히 설정되어 있고 또 취득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짧은 지면에 감상평을 세세하게 실을 수 없어서 심히 유감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알레테이아는 고대 희랍어로, 하이데거가 다시 주창한 철학적 개념이다. 그 핵심은 바로 ‘드러냄’, 그러니까 진실을 감추는 모든 껍데기를 벗겨내는 데에 있다. 본 기의 퍼포먼스에 걸맞은 작명이라고 생각한다.
제조원 시웨이브어쿠스틱스 (02)859-1950
가격 1,350만원(스탠드 별매)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7cm 이톤 헥사콘, 트위터 2.8cm 에소타 재생주파수대역 28Hz-22kHz(±1dB)
크로스오버 주파수 2k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90dB/W/m
크기(WHD) 30×46.5×37.5cm 무게 23k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