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Feickert Analogue Fire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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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Feickert Analogue Firebird
  • 최윤욱
  • 승인 2014.04.01 00:00
  • 2014년 4월호 (50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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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매혹적인 하이엔드 턴테이블을 만나다
언제부터인가 가물에 콩 나듯 1년에 서너 번 기기 리뷰를 해왔다. 처음엔 아주 편하고 좋았다. 새 기기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즈음에 기기 리뷰가 들어오니 반갑고 즐거운 마음으로 시청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난달에 이어 연달아 턴테이블을 리뷰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웠던 것은 수입사의 배려로 턴테이블을 3주 정도 충분히 들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리뷰라면 정말 해볼 만하다.
시간적 여유도 있어서 좋지만 턴테이블과 톤암이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할 만큼 호화로운 구성이다. 우선 턴테이블이 세간의 화제인 닥터 페커트의 파이어버드이다. 거기에 톤암은 리드의 12인치 롱암인 3Q와 쿠즈마의 스토기 레퍼런스 313VTA라는 롱암이다. 아날로그 마니아라면 누구나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성이 아닌가?
우선 구조를 보면 전원부에서 들어온 직류 전원을 턴테이블 내부에서 새롭게 교류로 만들어 교류 싱크로너스 모터를 구동시키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전원 라인을 타고 들어오는 노이즈 유입이나 전원 전압의 변동으로부터 모터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실제로 벨트를 걸지 않고 모터 회전시켜서 손으로 가볍게 만져 보면 떨림 없이 아주 부드럽게, 그러나 생각보다 힘 있게 돌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부드럽고 힘 좋게 돌아가는 모터는 하나만 있어도 플래터를 돌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모터가 하나면 될 텐데 3개씩이나 사용했다. 왜 그렇게 했을까? 아니면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턴테이블에 대해서 말들이 많은데 사실 따지고 보면 2가지만 갖춰지면 된다. 플래터를 일정한 속도로 안정적이면서 강한 토크로 돌려주기만 하면 된다. 진동 없이 안정적으로, 그러면서 강한 힘으로 돌리면 얘기가 끝나는 것이다. 그런데 안정적이란 말과 강한 힘이라는 말은 현실에서 서로 대립적인 관계에 있다. 마치 모든 방패를 뚫는 창과 모든 창을 막아내는 방패와 같이 상호 모순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자동차로 설명하면 승용차 같은 안정적인 승차감과 트럭과 같은 강한 힘을 동시에 갖추라는 말이다. 트럭과 승용차의 중간인 SUV가 그나마 승차감과 강한 토크를 동시에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SUV가 승용차의 승차감만 못한 것은 당연하고, 트럭만큼의 강한 토크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떨림 없이 안정적인 회전을 위해서는 모터와 플래터는 서로 분리되어 있어야 하고, 이를 벨트로 연결하는 것이 유리하다. 벨트를 통해서 플래터가 돌기 때문에 모터의 진동이 벨트에서 흡수되면서 플래터에는 진동이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회전 안정성을 위해서는 플래터가 충분히 무거워야 하는데, 플래터가 무거워지면 모터도 상대적으로 커져야 플래터를 돌릴 수 있게 된다. 모터가 커질수록 모터 자체의 진동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무거운 플래터를 채택해도 모터의 힘이 최소화되어야 모터 자체의 진동이 적어서 플래터가 떨림 없이 좀더 안정적으로 돌 수가 있다. 이런 회전 안정성에 역점을 둔 경우가 바로 노팅험과 웰템퍼드의 턴테이블이다. 특히 노팅험 턴테이블은 기동 시 손으로 돌려주어야만 할 정도로 모터의 힘을 최소화 했다. 그런데 이렇게 모터의 힘을 최소화하면 저음이 다소 느슨해지면서 음이 전체적으로 힘이 빠지고 느려진 듯해진다.



회전 안정성보다는 강한 토크(힘)를 중심으로 턴테이블을 제작한 경우도 있다. 강한 힘으로 플래터를 돌리면 저음이 충분하면서 전체적으로 활기찬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이런 방향으로 만들어진 턴테이블이 바로 아이들러 드라이브와 다이렉트 드라이브 턴테이블이다. 대표적으로 아이들러는 가라드 301이 있고, 다이렉트로는 EMT950과 테크닉스 SP10이 있다. 강력한 저음을 바탕으로 전체적으로 활기차고 힘에 넘치는 소리가 나온다. 그런데 문제는 모터의 진동이 플래터에 그대로 전해져서 중·고음에서의 섬세한 뉘앙스와 여운이 망가지거나 왜곡되기 쉬워진다. 그래서 아이들러나 다이렉트 드라이브 턴테이블은 중·고음의 음색 표현에서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회전 안정성과 강한 토크라는 상호 모순적인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는 없을까? 일단 모터의 진동이 플래터에 직접 전해지기 않게 하기 위해서는 벨트 드라이브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벨트 드라이브 방식이면서 플래터를 강한 토크로 돌게 할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그래서 나온 것이 한 개의 대형 모터에 벨트를 3개를 걸거나, 동일한 3개의 모터를 사용해서 벨트로 플래터를 돌리는 것이다. 대형 모터 1개에 벨트를 3개 거는 방법도 효과적이지만, 이런 방법은 플래터를 모터 쪽으로 3배 강하게 쏠리게 만들어서 스핀들 축이 횡 방향으로 마찰이 심해져서 문제가 있다. 모터 3개를 플래터를 중심으로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해서 플래터를 돌리면 플래터는 어느 쪽으로도 쏠리지 않고, 편안한 상태에서 회전할 수가 있다. 다만 모터를 3개 사용할 경우 모터 사이의 편차를 전기 회로적으로 정밀하게 컨트롤해서 동일한 속도로 동작하도록 해주어야만 한다.
닥터 페커트는 회전 안정성과 강한 토크라는 상호 이율배반적인 요소를 3개의 모터를 이용해서 플래터를 어느 쪽으로도 쏠리지 않게 하면서 완벽에 가깝게 해결한 것이다. 플래터도 자세히 보면 황동을 깎아서 알루미늄 플래터 중간 중간에 박아 두었다. 황동은 비중이 무겁기 때문에 플래터의 무게를 충분히 무겁게 하는 데 아주 좋은 재료다. 황동은 무게가 무겁다는 장점도 있지만, 음색을 전체적으로 무겁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특히 알루미늄 플래터가 다소 중·고음으로 치우친 음색을 내주는데, 이런 문제를 효과적으로 잡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황동이다. 알루미늄 플래터에 황동 봉을 곳곳에 박아 넣음으로써 알루미늄 플래터가 가지는 고음의 음색이 자극적으로 되는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이런 저런 구조와 특징을 살펴보면 닥터 페커트라는 말 그대로 턴테이블 박사라는 칭호를 붙이기에 충분하다.



이제는 톤암에 대해서 얘기를 해야할 것 같다. 수입사에서 배려 차원으로 반덴헐 프로그라는 카트리지 2개를 준비해 주었다. 쿠즈마의 스토기 레퍼런스 톤암과 리드의 3Q 톤암에 반덴헐 프로그 카트리지를 장착해서 동시에 비교해 볼 수 있었다. 쿠즈마 스토기의 12인치 롱암에 장착된 프로그 카트리지는 선이 굵고 호방한 스타일의 소리를 들려주었고, 리드의 3Q 톤암에 장착된 프로그 카트리지는 유려하고 세련된 소리를 들려주었다. 리드 톤암은 상당히 특이한 구조를 몇 개 갖추고 있는데, 구형에 비해서 추가된 기능이 그것이다. 하나는 톤암 축에서 레이저를 쏘아서 헤드셸 부분에 새겨진 눈금에 맞추면 자동으로 톤암의 VTA가 조정되도록 하는 장치이고, 두 번째는 헤드셸을 풀어서 카트리지의 에지무스를 자유롭게 맞출 수 있게 한 것이다.
리드 톤암은 코코블로(Cocobolo)라는 붉은 빛이 도는 나무를 톤암 파이프로 사용했다. 찾아보니 이게 보통 고급 수종이 아니다. 음핑고보다 더 비싸고 구하기 힘든 나무라고 한다. 음핑고가 진동에 강하지만 고음이 다소 얌전한 스타일인데 반해, 코코블로는 대역이 넓고 울림이 좋아서 기타를 비롯한 다양한 악기에 두루 사용되는 최고급 수종의 나무라고 한다. 실제로 리드 톤암이 쿠즈마의 스토기 톤암에 비해서 훨씬 고급스럽다는 것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비슷하게 흑단을 톤암 파이프로 장착한 쉬로더나 트라이플라나 톤암에 비해서도 리드 톤암은 좀더 세련되고 고급스런 음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코블로라는 나무에 대해서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할 정도로 말이다.
최신 하이엔드가 빠르고 정확하면서 배음에 여유가 없는 메마른 소리로 한창 치달았던 게 사실이다. 이때엔 하이엔드 톤암은 9인치가 아니면 안 되는 것이었고, 12인치 롱암은 요즘에 생산되었어도 빈티지 톤암 취급을 했던 게 사실이다. 9인치 톤암이 소릿골을 정확하고 빠르게 읽어내는 것은 맞지만 이런 소리가 과연 음악적인 소리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최근에 이런 빠르고 정확하기만 한 하이엔드 소리가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더 이상 어필하지 못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다질같이 음색에 호소력이 있는 앰프들이 간간히 등장하기 시작한다. 아날로그에서도 톤암 파이프에 나무를 사용하거나, 카트리지 바디에 나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모두 이런 맥락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이런 재료의 선택보다 더 중요한 것은 9인치가 아닌 12인치 롱암을 채택하는 것이다.
9인치 톤암의 느낌이 딱딱한 서스펜션의 스포츠카라고 한다면, 10인치 톤암은 스포츠 쿠페 정도의 승차감이라고 생각하면 틀림이 없다. 이렇다면 12인치 롱암은 편안하고 안락한 고급 세단의 승차감이다. 9인치 톤암에 나무 아니라 어떤 재료를 써도 12인치 톤암의 여유와 느긋한 느낌은 만들어 낼 수가 없다. 지금까지 필자의 집에는 갖가지 최고급 턴테이블과 톤암이 리뷰를 핑계로 들락날락 했다. 그 중에는 정말 대단한 소리를 내주는 제품도 있었고, 아날로그로 느낄 수 있는 극단을 보여준 턴테이블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의 닥터 페커트와 리드 톤암 조합처럼 필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그런 음색을 내준 턴테이블은 없었다. '좋다'라는 말로는 조금 부족하고 '정말 매혹적이다'라는 표현이 적절할 듯하다. 3주 가까이 긴 기간 동안 들었는데도 그 시간이 아쉽게도 그렇게 빨리 지나가 버렸다. 아주 매력적인 소리를 내주는 조합으로 일단 한 번 들어봐야만 할 턴테이블과 톤암이다. 듣고 나서 마음이 흔들리는 건 필자가 책임지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기기 협찬 에어로 (02)718-5782



DR.Feickert Analogue Firebird
수입원 ㈜AM시스템 (02)705-1478  |  가격 1,800만원(톤암 별매 Reed 3Q 1,050만원)

Kuzma Stogi Ref 313VTA 톤암
수입원 소노리스 (02)581-3094  }  가격 650만원

501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4년 4월호 - 5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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