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telon Model X Diam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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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elon Model X Diamond
  • 이정재
  • 승인 2013.06.01 00:00
  • 2013년 6월호 (49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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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압도하는 진정한 귀족의 풍모
 다이애나 크롤의 노래 한 소절에 넋이 나간 이유는 그 특유의 비음과 허스키한 느낌이 너무나 생생히 전해졌기 때문이고, 그 피아노 건반의 타건이나 페달의 구름, 노래하며 어깨를 살짝 뒤트는 특유의 제스처, 그리고 귀 기울여 다이애나에게 집중되어 있는 관객들의 느낌까지 고스란히 옮겨 전해주는 것이다.   여러 매체에서 수많은 상을 휩쓴, 2010년에 기획을 완성하고, 2011년 국제 오디오 쇼에 참가하여 수많은 귀를 유혹시킨 스피커에 대한 리뷰이다. 요즘같이 이름만 붙이면 하이엔드(Hi-end), 평범해도 오디오(Audio)만 붙이면 장사가 되는 줄 아는 기획 없는 기기들이 쏟아지는 작금의 현실에 그야말로 실력으로 귀를 평정해가고 있는 에스토니아산 스피커. 에스토니아는 숲과 호수, 그리고 늪이 많은 북유럽의 나라이다. 한때 공산주의로 인해 많은 작가와 예술가들이 추방되거나 유배되기도 했지만 다른 북유럽의 국가들처럼 작가, 미술가, 작곡가, 시인 등의 예술가들이 많이 배출되었고, 현재에는 그들이 정치에도 참여하여 문화적 부흥에 힘쓰고 있다. 예술의 가치를 생각하지 않고 문화적 표현 형태를 제도로 막기만 하는 우리나라와는 너무나 다른 분위기인 것이다. 에스텔론의 설립자이자 디자이너인 알프레드 바실코브는 약 30년간 유럽의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에서 일을 했다. 2005년 완벽한 스피커를 설계하고 구현했고, 알프레드 자신의 브랜드도 만들었지만 제품은 출시하지 않고 작품의 디테일에 더욱 신경쓰기 시작한다. 결국 5년이라는 시간이 더 흘러 2010년에 에스텔론 X 시리즈를 세상에 선보이게 된다. 그리고 2011년 에스텔론 X-Diamond를 오디오쇼에 출품하여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다. 이처럼 아는 길도 돌아가는, 완벽을 기하는 태도는 보기 드문 것으로 좋은 작가의 길을 보는 듯한 설렘을 준다. 


 스피커 자체만 놓고 보자면 2010년에 데뷔한 신생 메이커 같지만 제작자의 마인드와 실력은 오래 익은 술처럼 깊은 풍미와 맛을 지닌 느낌인데, 탄생한 스피커의 소리 또한 그러하다. 에스텔론의 스피커는 인테리어적으로도 탁월한 공간과의 매칭을 보여주는데, 그 형태가 매우 음향적이고도 심미적인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두상에 따라, 정확하게는 발음 구조와 공명 구조에 따라 목소리가 다르게 나는데, 스피커 역시 형태를 무시할 수 없다. 에스텔론의 인클로저 형태는 단순히 공진을 제거하고, 모서리를 깎아 회절을 제어한 수준을 넘어섰다. 각  유닛에 맞추어 라운드의 각도까지 절묘하게 다듬었기 때문인데, 마치 인클로저는 음의 영향을 주지 않는 한계치까지 도달한 듯하다. 외부 마감 역시 광택을 기본으로 하지만 취향에 따라 무광을 선택·주문할 수도 있으며, 색상 역시 레이싱 레드, 베이직 블랙, 화이트, 브릴리언트 블루, 메르세데스 실버 등 색상 차트에서 주문할 수 있다. 모양이 예쁘고 색상이 화려하다고해서, 가볍고 편안한 스피커는 아니다. 간단히 스펙만 살펴보아도, 이들의 위용을 알 수 있다. 개당 86kg의 무게, 11인치 특주 아큐톤 세라믹 샌드위치 돔 우퍼, 7인치 특주 아큐톤 세라믹 멤브레인 미드·우퍼, 1.2인치 아큐톤 다이아몬드 역돔형 트위터, 22Hz-45kHz의 주파수 범위, 137cm의 높이…. 사실상 대형 스피커인 것이다. 만약 이 스피커를 박스 형태로 만들었다면 일반 방에는 진입하기 힘든 모양새였을 것이다. 그러나 음향을 고려하여 미려하게 깎아진 유선의 모양 덕분에 적당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사실 디자인이야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니, 내 마음에 든다고 계속 칭찬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알프레드 바실코브에 의해 이 디자인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7년이다. 그리고 이 형태의 강성을 보강하기 위한 재료의 조합에도 2년의 시간이 걸렸다. 또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모양을 깎아가며 그야말로 1mm와의 싸움을 해냈다. 참으로 진득한 싸움이었으리라. 이런 인클로저는 무대를 넓게 그리는 특성과 포커싱이 좋은 특성을 주로 보인다. 센터의 모노럴 이미지의 중앙뿐 아니라 악기의 분포와 위치, 그리고 일반적인 스피커에서 보여주는 무대의 크기보다 조금 더 크게 드러나는 무대, 이런 것이 회절되는 음들을 잘 컨트롤한 인클로저의 특징이다. 그리고 이 인클로저에 아큐톤 유닛을 선택했다. 느낌상 저렇게 맑고 깨끗한 소리가 날 것 같은 모양에 궁합을 맞추려면 중역대가 찐득한 스카닝 쪽이 어울리지 않을까, 오로지 디자인 때문에 아큐톤을 선택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필자에게 아큐톤은 특유의 밝음과 배음이 존재하는, 청감상 느낌은 화려하고 고역이 화사하고 밝은, 그런 유닛이란 선입견이 있었다. 또한 다이아몬드 트위터 아닌가. 그런데 예상은 완전히, 정말 완전히 빗나갔다. 다행히 인클로저에 대한 예상은 맞았다. 정말 한없이 넓은 무대를 그리지만, 위치의 표현이 정확하고 악기의 각각 위치도 아주 정확하며 흔들리지 않았다. 거기까지는 좋았지만, 소리에 대한 예상은 정말 빗나갔다. 혹 조금은 쏘는 듯한 화려한 고역과 자극적인 중역으로 화려하기만한 표현력을 우려했는데, 이건 이보다 더 질감이 좋을 수 없었다. 북유럽 특유의 질감이 있고, 절제되어 있으며, 나대지 않으며, 음악을 이해하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눈감고 들으면 아큐톤을 쓴 것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그러나 세밀하게 음악의 뉘앙스를 분해하는 능력은 아큐톤의 느낌이다. 마치 스카닝과 아큐톤의 하이브리드 방식의 유닛을 듣는 듯한 느낌이랄까. 대체 2차 필터밖에 되지 않는 패시브 네트워크에 무슨 짓을 한 것일까. 배선재로 최고의 선재라 일컬어지는 쿠발라 소스나의 것을 쓴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 스피커가 들려주는 음악은 긴장을 무너뜨리는 소리라 할 수 있다. 음악을 들을 준비를 하고 정자세로 분석하며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턱하니 자리 잡고 앉아 음악을 들어도 들려줄 것은 다 들려주는 그런 소리다. 특별히 다이애나 크롤의 노래 한 소절에 넋이 나간 이유는 그 특유의 비음과 허스키한 느낌이 너무나 생생히 전해졌기 때문이고, 그 피아노 건반의 타건이나 페달의 구름, 노래하며 어깨를 살짝 뒤트는 특유의 제스처, 그리고 귀 기울여 다이애나에게 집중되어 있는 관객들의 느낌까지 고스란히 옮겨 전해주는 것이다. 엄마의 눈엔 설거지를 하면서도 등 뒤의 자녀의 모습이 그려지듯 인식되는 것처럼 특별히 인식하려 하지 않아도 인지되는 그런 음악, 그런 소리를 들려준다. 한 회사의 플래그십 치고는 가격 또한 좋은 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보다 아래 모델인 에스텔론 XB가 기다려진다. 아무래도 바꿈질 병이 도지나보다. 
 수입원 소노리스 (02)581-3094가격 6,900만원  사용유닛 우퍼 27.9cm 아큐톤, 미드레인지 17.7cm 아큐톤, 트위터 3cm 다이아몬드 아큐톤  
재생주파수대역 22Hz-45kHz  내부 배선 쿠발라 소스나  임피던스 6Ω  출력음압레벨 88dB/2.83V/m  
파워 핸들링 200W  크기(WHD) 45×137×64cm  무게 86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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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3년 6월호 - 4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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