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레인지 유닛에 대하여
상태바
풀레인지 유닛에 대하여
  • 최상균
  • 승인 2012.09.01 00:00
  • 2012년 9월호 (482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상균의 하드웨어 노트 [28]
 스피커가 처음 개발되었을 때에는 하나의 유닛으로 모든 대역을 재생하려고 했다. 이런 유닛을 풀레인지(Full-Range) 유닛이라고 부르는데, 특히 라디오에서 많이 썼고, 오래된 빈티지 제품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풀레인지 유닛의 장점은 하나의 유닛으로 모든 대역을 재생하므로 스피커 내부에서 음악 신호를 고역, 저역 등으로 나누어 주는 네트워크가 없어도 된다는 점이다. 하나의 유닛으로 전 대역을 표현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유닛을 여러 개 사용하는 스피커와 달리 주파수에 따른 이음새가 없이 음색이 매우 자연스럽다는 장점을 갖게 된다. 게다가 네트워크가 없다는 점은 효율이 높다는 이야기와도 통하고, 이는 앰프의 출력을 충분히 높이지 못하던 진공관 시절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덕목이었다.하지만 풀레인지 유닛의 성격상, 아무래도 주파수 대역이 좁을 수밖에 없으므로 여러 장르의 음악을 소화하기는 어렵다. 예컨대, 만일 깊은 저역을 내고자 풀레인지로 15인치 유닛을 사용한다면 저역은 낮게 깔리겠지만 고음은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3인치 가량의 작은 유닛을 쓴다면 고역은 10kHz 이상 훨씬 더 낼 수 있겠지만, 저역은 아예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예전에 주로 사용하던 풀레인지 유닛은 주로 콘형으로 보통 6인치~10인치 가량의 것, 특히 8인치의 것이 많이 쓰였다. 크기가 큰 것일수록 저역 재생에 유리하고, 크기가 작은 것일수록 고역 재생에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6인치에서 10인치 가량의 유닛이라면 인클로저에 따라 저역에서는 충분히 만족을 느낄 만한 수준이지만, 아무래도 고역의 재생에서는 불리하다. 당시 이런 크기의 풀레인지가 표준으로 자리잡았던 배경에는 당시의 기술적인 한계로 높은 고역을 재생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점도 있겠지만, 사람의 목소리나 주요 악기의 주파수가 1~2kHz 이내에 있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저역을 빼는 것은 금세 티가 나지만 아주 높은 고역을 뺀다면 덜 느껴지는 것이다. JBL의 유명한 모니터 스피커 4425는 현대 제품이지만 고역 재생 한계가 16kHz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그 음이 나쁘다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당시 여러 메이커에서는 진동판과 코일 등 움직이는 부분을 가볍게 만들어서 음압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는 풀레인지 유닛에서는 고역 재생 한계를 올리기 위한 노력과도 같은 것이었다. 당시 기술로서 가능한 페이퍼 콘지가 널리 사용된 것도 그런 맥락이라 볼 수 있는데, 다만 가볍게 만든다는 이야기는 내입력이 낮아진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풀레인지 유닛들은(특히 빈티지 제품들은) 대출력의 트랜지스터 앰프보다는 낮은 출력의(특히 진공관 앰프) 앰프와 연결하는 쪽이 소리가 더 잘 맞는 경우가 많다.그런데 풀레인지 유닛들을 보면 유닛 중앙의 더스트 갭 부분이 다른 스피커와는 달리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을 가끔 볼 수 있다. 이는 고역을 더 잘 내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콘형 진동판이 일반적인 대역에 반응하는 것과 달리 높은 고역에 반응하도록 중앙에 소형의 진동판을 만든 것이다. 말하자면 진동판을 분리하여 컴플라이언스(운동에 대한 순응도)를 달리하여 2웨이 동축 유닛처럼 만든 것이다. 물론 별도의 자기 회로를 갖고 있지 않고, 따라서 네트워크도 필요하지 않으므로 이는 풀레인지 유닛의 한 종류로 분류된다. 일반 유닛에서는 금기로 되어 있는 '분할 진동'을 이용한 재미있는 아이디어다.시장에서 풀레인지 유닛이라고 하면 대체로 빈티지 유닛들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옛날 웨스턴 일렉트릭, 텔레풍켄, 이소폰, JBL, 일렉트로보이스 등에서 만든 풀레인지들은 대개 컬렉터스 아이템이 되어 가격이 매우 비싼데, 자석으로 알니코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드물게는 필드 타입이라고 하여 전자석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직경이 큰 가벼운 콘지와 알니코 마그넷의 전통적인 결합은 요즘 유행하는 고분자 콘지와 페라이트 마그넷과는 사뭇 다른 소리를 내고, 특히 네트워크가 없기 때문에 음압이 매우 높아서 출력이 10W 미만의 진공관 싱글 앰프와도 잘 맞는 경우가 많다. 요즘 스피커와는 좀처럼 어울릴 수 없는 소출력의 3극관 싱글 앰프를 연결한다면, 현대의 오디오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빈티지만의 매력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당연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모든 빈티지 풀레인지 유닛들이 훌륭한 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 한 때 빈티지 붐이 일어나면서 장전축이나 라디오에서 떼어 낸 풀레인지 유닛들이 다수 시장에 유통되게 되었는데, 이에 따라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여러 메이커의 풀레인지 유닛들도 다수 거래되고 있다. 뭐가 뛰니 뭐가 뛴다는 식으로 어떤 것들은 요즘 들어 그럴 듯한 이력을 '새삼' 달게 된 것도 많은데, 옥석을 가리는 지혜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예컨대 텔레풍켄의 타원형 유닛은 비록 텔레풍켄이라는 멋진 브랜드를 달고 있지만, '명기'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서 단지 브랜드만을 생각하고 큰 기대를 한다면 아마도 실망할 확률이 높은 것이다. 필자는 초보자라면 일단은 가격이 저렴한 것을 먼저 구입하여 인클로저에 장착하는 재미를 즐겨볼 것을 원한다. 차츰 유닛을 보는 안목이 생기고 인클로저로 소리를 만드는 비결을 배우면서 조금씩 유닛을 업그레이드한다면 실수할 일이 없을 것이다.






 풀레인지 스피커의 음은 높은 고음이나 낮은 저역에서는 멀티웨이 스피커보다 불리한 점이 많지만, 대신 중역이 충실하고 따듯하므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것들이 많은데, 악기 편성이 작은 실내악이나 성악, 피아노 곡 등에서는 충분히 매료될 소지가 있다. 다만 풀레인지 유닛을 어떤 인클로저에 장착하느냐에 따라 낼 수 있는 저역의 양과 이로 인한 음색의 차이가 무척 커진다.풀레인지 유닛들은 아직도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으며, 특히 자작파들이 선호한다. 유닛만 구입해서 자신이 원하는 인클로저에 장착하면 자신만의 소리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풀레인지 유닛에 적합한 인클로저는 대형 유닛인 경우 평판 배플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간단한 구조로 자연스러운 소리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다만 저역을 제대로 내려면 배플의 면적이 넓어야 하고, 따라서 설치 공간이 넓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일반적으로는 위상 반전형 인클로저를 사용하면 적절한 저역을 얻을 수 있는데, 공개된 설계 도면이 많이 있어서 쉽게 만들어 볼 수도 있다. 단, 사용되는 목재의 재질이나 접합 상태에 따라 같은 유닛을 사용하더라도 음색의 차이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시장에서 오리지널 인클로저의 가격이 상상 외로 비싼 것은 희귀성이 아닌 소리의 측면에서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다.풀레인지 유닛이 작은 경우에는 저역을 얻기 위해서 대형 백 로드 혼 인클로저를 쓰는 경우도 많다. 저역이 인클로저 뒤를 돌아 혼을 거쳐 나오므로 반응은 다소 느리지만 깊고 풍성하게 펼쳐지는 저음을 얻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로더나 포스텍스 유닛이 한 때 큰 인기를 끌면서 백 로드 혼 인클로저가 유행했었다. 특히 1990년경 포스텍스의 소형 유닛에 맞게 설계된 '백조'라는 인클로저는 독특한 생김새와 상당한 저역을 내주는 백 로드 혼 인클로저로서 자작파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http://blog.naver.com/casalsaudio



482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2년 9월호 - 482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