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tzeel NHB-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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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tzeel NHB-458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2.07.01 00:00
  • 2012년 7월호 (480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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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걸작
 하이 톤에서 손을 마구 허공으로 휘저으며 포효하는 대목은 이 영화의 백미인데, 그 부분이 눈을 감으면 확연히 그려진다. 뮤지컬 가수만이 할 수 있는 다채로운 표현력과 성량, 기교 등이 세밀하게 포착되면서, 전체적으로 기세가 등등해 듣는 쪽에선 옴짝달싹할 수 없다. 대체 이 파워 앰프는 뭐란 말인가 한숨이 나온다.  ­요즘 많은 오디오 회사를 탐방하고 있다. 지난 겨울엔 미국에 있는 회사들을 둘러봤고, 올 5월엔 유럽 쪽을 집중적으로 방문했다. 모두 자신들만의 고유한 테크놀로지의 장점을 역설하고, 얼마나 많은 수익을 올리는지 이야기한다. 당연하다. 나와 같은 저널이 방문했을 때 회사 자랑을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그런데 이런 흐름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회사가 있다. 제품 개발만 보자. 언제 신제품이 나오는 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는데도 판매는 안중에도 없다. 자신이 확신이 서지 않는 이상, 절대로 만들지 않겠다는 태도다. 누구 돈 싫어하는 사람 봤겠는가만, 이 회사는 좀 다르다. 바로 다질 이야기고, 이번에 만난 NHB-458의 이야기다. 이 제품과는 좀 사연이 길다.당초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이 회사를 방문한 것은 2009년. 당시 프로토 타입만 나와 음을 들은 기억만 난다. 이후 2010년에 CES에서 정식으로 듣고, 본격 리뷰는 그 해 여름쯤 가능하지 않을까 전망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이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2011년, 2012년 같은 다질의 부스를 방문해도 제품은 없었다. 왜냐하면, 만드는 즉시 팔리기 때문에 굳이 CES에 들고 올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몇 년을 기다려서야 한국에 도착할 수 있었고, 이제 나도 만났다. 무려 3년이 지난 다음에….그간 신비의 메이커로 알려진 다질의 플래그십 파워 앰프라는 점에서 호기심을 가진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스펙 이야기는 간단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다질의 홈페이지에 가도 이 부분에 관한 한 작업 중이라는 멘트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정말로 속 편한 사람들이다. 하긴 최초의 파워 앰프 NHB-108는 무려 16년간의 개발 기간을 거쳤다. 그에 비하면 458은 사정이 훨씬 나은 편에 속한다.


 여기서 NHB는 'Never Heard Before'의 약자다. 대단한 자부심이다. 참고로 인티앰프의 이니셜인 CTH는 'Close To Heaven'이다. 이쯤 되면 듣는 쪽에서 화가 날 듯도 하지만, 정작 소리를 들어보면 살살 녹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음을 또 언제 들어봤던가. 그것도 진공관이 아닌 TR의 소재를 갖고 말이다. 그러나 클래식에서 그렇게 고운 음이 록에 가면 다소간에 과격해지고, 재즈에선 뜨거운 열기로 바뀐다. 확실히 다질을 주재하는 에르베는 다양한 음반을 컬렉션한 애호가인지라, 무엇보다 음악에 대한 에센스를 잘 알고 있고, 그 부분을 여과 없이 제품에 담았다. 여기서 458이라는 것은, 8Ω에 450W를 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108에서 보여줬듯, 다질의 제품들은 수치를 훨씬 상회하는 구동력을 갖는다. 그러므로 6-700W를 낸다고 생각해도 좋을 듯하고, 막말로 지구상에 못 울릴 스피커가 없다. 그러나 절대 힘으로 밀어젖히는 스타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각 음악의 맛과 개성을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표현력으로 구동한다. 다질이 다른 제품들과 결정적으로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어쨌든 이 정도의 사이즈에 모노블록이라는 포름, 엄청난 가격표 등, 화제를 몰고 올 내용이 많지만, 절대로 다질은 서두르지 않는다. 본 기의 시청을 스피커는 ATC의 EL150이고, 다질 프리 및 dCS의 파가니니 CD 플레이어를 사용했다. 첫 곡은 사라 본의 'Slow Hot Wind'. 보사 노바 리듬을 바탕으로 느긋하게 부르는 본의 목소리엔 따스함이 가득하다. 기교가 뛰어난 가수지만, 여기서는 좀 억제하는 편으로, 오히려 곡이 가진 멜랑콜리한 감성을 더욱 강화시킨다. 나른하면서도 관능적인 리듬은 햇살이 뜨거운 어느 남미의 해변에 온 듯한 환상을 준다.이어서 카라얀이 지휘한 베토벤의 에로이카. 특유의 유려하면서 광채가 나는 음향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바이올린군의 화려한 비상과 관악기의 또렷한 존재감이 첼로군의 나긋나긋한 저역부와 어우러져 온갖 색깔의 장미꽃이 만발한 화단에 온 듯하다. 거의 눈이 부실 정도다. 그 현란한 아름다움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마지막으로 영화 <뉴욕 뉴욕>에 삽입된 라이자 미넬리의 'But the World Goes 'Round'를 듣는다. 처음에는 차분히 시작하다 점차 고조되면서 절정으로 치닫는 일련의 과정에 긴장감이 가득하다. 특히 하이 톤에서 손을 마구 허공으로 휘저으며 포효하는 대목은 이 영화의 백미인데, 그 부분이 눈을 감으면 확연히 그려진다. 뮤지컬 가수만이 할 수 있는 다채로운 표현력과 성량, 기교 등이 세밀하게 포착되면서, 전체적으로 기세가 등등해 듣는 쪽에선 옴짝달싹할 수 없다. 대체 이 파워 앰프는 뭐란 말인가 한숨이 나온다. 만일 기회가 있어서 본 기를 들을 기회가 있다면, 이 한숨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정말로. 


 수입원  D.S.T.KOREA (02)719-5757가격 1억8,500만원 
480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2년 7월호 - 4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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