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을 빛낸 베스트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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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을 빛낸 베스트 음반
  • 정승우
  • 승인 2012.02.01 00:00
  • 2012년 2월호 (4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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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우의 명연주·명녹음 35

 희망찬 2012년, 이제는 지난 일을 잊고 새해를 맞이해야 할 시점이다. 모든 독자 분들에게 새로운 도전과 꿈을 갖고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해마다 1월이면 지난해의 베스트 음반을 선택하여 소개한 바 올해도 어김없이 2011년 베스트 음반에 대해 소개하도록 하겠다. 소개에 앞서 먼저 양해를 드려야 할 것 같은데, 다소 개인적인 사정으로 2011년은 필자에게 많은 음악 감상의 시을 할애하기가 어려웠던 시기로, 그만큼 새로운 음반에 대한 구입도 다소 소홀했던 것 같다. 좀더 많은 충실한 감상 후 엄선하여 소개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지만, 송구한 심정으로 2011년 베스트 음반 10장을 선별하여 소개하도록 하겠다. 해마다 하는 말이지만, 철저히 필자의 주관에 의한 선정이며, 필자가 선호하는 음악 장르에 다소 편중된 경향도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쇼팽 <피아 협주곡 1번·2번>다니엘 바렌보임(피아노)안드리스 넬슨(지휘)슈타츠카펠레 베를린DG 477 9520 개인적으로 지휘자로서의 능력보다 오히려 피아니스트로서의 능력을 더 선호하는 다니엘 바렌보임. 물론 그가 남긴 바그너의 '링' 시리즈는 현대 최고의 업적으로 평가 받아야 마땅하지만, 필자에게 바렌보임은 지휘자보다는 피아니스트로서 더 매력적인 존재이다. 쇼팽의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담은 신보(DG)는 취향상 호 불호가 엇갈리는 다소 개성적인 연주이지만 바렌보임의 아노 연주 하나만큼은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음반이다. 연주 스타일은 쇼팽적인 분위기나 폴란드적 향토색이 드러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확신에 찬 해석으로 연주를 펼쳐나가는 대가급의 연주임에는 분명하다. 두 곡 모두 선이 굵고 당당한 스타일로 라이브 녹음임에도 뛰어난 공간감과 피아노의 맑고 명확한 음을 들을 수 있는 수준급 녹음이 돋보인다. 1번 연주보다는 2번 연주 특히 뛰어나며, 적극적인 표현과 우아함이 잘 살아난 독주부와 고풍스러운 매력적인 음색, 그리고 합주력의 오케스트라부까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전개된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9번·23번> 외. 
엘렌 그리모(피아노)라도슬로 슐츠(지휘)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DG 477 9455 엘렌 그리모의 모차르트 작품집(DG). 놀랍게도 그리모의 첫 번째 모차르트 연주라고 한다. 독일 낭만파 음악과 프랑스 음악, 러시아 음악까지 뛰어난 연주를 선보였던 그리모의 활약을 생각할 때 첫 번째 모차르트 연주라는 것이 다소 의외로 느껴진다. 하지만 쉬운 듯하지만 결코 명연주가 탄생하기 어려운 모차르트의 피아노 음악을 고려하면, 그리모의 신중함은 높게 평가할 만하며, 이런 신중함 끝에 탄생한 본 연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뛰어난 연주력을 보여준다. 최근 DG의 음반들의 뛰어난 녹음 수준 덕으로 라이브 녹음임에도 상당한 수준의 아름다운 피아노 음이 포착되며, 섬세한 그녀의 연주 스타일을 세밀하며 청명한 음으로 재현시켜 준다. 고전적 향취와 현대적인 감각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펼쳐지며, 특히 23번 2악장의 쓸쓸한 정서적 표현은 두고두고 슴에 남아 있게 된다.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외. 유자 왕(피아노)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말러 쳄버 오케스트라DG 477 9308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안토니오 파파노(지휘)국립 산타 세칠리아 음악원 오케스트라EMI 50999 9 49462 2 2 얼마 전 라흐마니노프 음악에서 소개한 유자 왕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과 피아노 협주곡을 수록한 음반(DG)과 파파노의 교향곡 2번 음반(EMI) 역시 올해를 대표할 만한 음반으로 평가된다. 세 곡 모두 라흐마니노프의 대표적인 명곡이며, 특히 낭만성이 짙은 곡상은 많은 이들에게 아름다운 정감을 심어주는 멋진 음악이다. 유자 왕의 피아노 연주는 신세대를 대표하는 거침없는 표현력과 섬세한 감정 표현도 능숙한 최고 수준으로, 올가 케른과 함께 아르헤리치의 뒤를 잇는 대형 여류 피아니스트의 등장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아바도의 서포트 역시 확실하며, 두 곡의 명 레퍼토리를 동시에 수록하고 있다는 것 역시 본 음반의 가치를 더해준다. 파파노와 라흐마니노프, 잘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지만 낭만성이 짙은 아름다운 세계를 연출하는 매력적인 연주이다. 물론 러시아적 정서에 대해 거론한다면 의문이 갈 수밖에 없는 해석이지만, 오랜만에 등장한 교향곡 2번의 녹음이라는 사실과 심금을 울려주는 아름다운 해석이 돋보인다. 

 말러 <교향곡 1번 타이탄>정명훈(지휘)서울시향 오케스트라 DG 476 458-1 정명훈 지휘의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1번 녹음(DG). 메이저 음반사의 서울시향 녹음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정명훈 지휘의 말러 교향곡 1번은 2003년 도쿄 필하모닉을 이끌고 공연 당시 필자에게 엄청난 감동을 주었던 곡이라 더욱 더 기대를 갖게 된다. 말러 교향곡 1번은 수많은 녹음이 존재하는 인기 레퍼토리이지만 필자를 만족시킬 만한 명연주가 드문 쉽지 않은 곡이다. 이런 측면서 정명훈의 해석은 일단 최고 수준이라 자신 있게 평가할 수 있으며, 전 악장 모두 음악적 해석이 충실하며 젊은 시절 말러의 감성을 잘 담아 낸 싱싱한 음악을 만들고 있다. '만약 정명훈과 베를린 필의 말러 연주였다면, 아마도 금세기 최고 연주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곡을 완벽한 구성으로 해석한 지휘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역으로 서울시향이 아직은 베를린 필이나 기타 메이저 오케스트라에 비해 미흡하다는 것을 본 음반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금관과 저현 악기 부분의 합주력에서 다소 미흡함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말러 교향곡에서 이 두 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 보면 연주의 완성도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완벽함을 바라는 필자의 욕심에서 비롯된 아쉬움이지 본 연주는 최근 등장한 말러 교향곡 음반 중 최고 수준급임에 분명하다.  

 슈베르트 <교향곡 7번 미완성> 외.데이비드 진만(지휘)톤할레 오케스트라 RCA 88697 95335 2 오랜만에 등장한 반가운 레퍼토리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과 톤할레 오케스트라(데이비드 진만, RCA)의 연주 역시 2011년을 대표할 만한 음반이다. 최근 말러 교향곡의 음반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본 콤비의 연주력은 특히 무명의 오케스트라를 RCA 레이블의 대표 주자로 세계적 수준으로 격상시킨 진만의 덕이 크다. 미완성 교향곡으로는 상당히 큰 스케일의 연주로 어두움과 밝음, 긴장 이완, 웅장함과 섬세함의 조화를 적절히 이룬 연주이다. 다소 빠른 템포와 조금은 유연성이 떨어지는 듯한 근육질의 전개는 슈베르트 음악으로서 약간의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진만의 확신에 찬 드라이브는 상당히 진폭이 크고 웅장한 미완성 교향곡의 세계가 펼쳐진다. 수준급 녹음이나 말러 사이클에 비하면 약간은 아쉬움이 남는 수준으로 공간감의 전개는 매우 훌륭하게 보인다. 

  모차르트 <교향곡 39번·40번>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모차르트 오케스트라 Archive 477 9792 금세기 최후의 거장, 클라우디오 아바도. 과연 그의 연주 인생이 얼마나 남았을까? 필자와 같은 애호가의 입장에서 보면 앞으로 오랫동안 건강을 유지하여 더 많은 감동을 오래도록 보여 줄 것을 기대해본다. 만년에 들어선 그의 연주 활동은 그야말로 '경이적',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의 말러 사이클은 물론, 소개하는 모차르트 오케스트라와 연주한 교향곡 39번, 40번을 수록한 음반(Archiv)은 만년에 접어 든 입신의 경지에 들어선 음악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고전적 해석은 아니지만, 세부적인 디테일과 전체적인 조형미를 양립시킨 해석상의 탁월함과 개별 악기의 표현력과 색채감까지 최고의 연주가 펼쳐진다. 아이들의 동심과 같은 순백의 세계와 그 속에 숨겨진 쓸쓸한 감성까지 절묘한 감성적 표현력은 역시 아바도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최고 수준의 녹음까지 겸비한 본 음반은 앞으로 모차르트의 다른 교향곡 작품의 녹음을 기대하게 만들어 준다.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드뷔시 <첼로 소나타> 외. 안느 가스티넬(첼로)클레어 데저트(피아노)Naive V5259 나이브(Naive) 레이블의 대표적인 여성 첼리스트인 안느 가스티넬. 벌써 데뷔 후 20년 차인 중견 연주자로 성장했다. 소개하는 음반은 고국인 프랑스의 명 첼로곡들을 녹음한 음반(Naive)으로 오랜 파트너인 클레어 데저트가 반주를 담당하였다. 바이올린 곡으로 작곡된 프랑크의 소나타부터, 풀랑크와 드뷔시의 소나타를 수록한 매력적인 레퍼토리에 깊은 음색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프랑스 분위기를 강하게 풍기는 매력적인 연주이다. 발매되는 앨범마다 다소 기복이 심한 연주력으로 만족감과 실망감을 반복했었는데, 개인적인 의견으로 본 연주는 그녀의 15장의 앨범 중 최고라는 판단이다. 본 앨범에 데저트의 반주 역시 완성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어두운 음색과 밝은 음색의 적절한 조화와 색채감으로 가스티넬의 독주 연주를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깊은 음이 매력적인 프랑크,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연출이 돋보이는 드뷔시, 우울한 듯한 음색으로 천상의 2악장을 연주해가는 풀랑크의 곡까지 프랑스 음악의 향취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연주이다.  

 비발디 <첼로 협주곡 모음>장 귀앙 퀘라스(첼로)칼바이트(지휘)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 Harmonia Mundi HMU 902095 장 귀앙 퀘라스의 연주는 본지를 통해 몇 번 소개한 바 있을 정도로 필자가 선호하는 연주자이며, 특히 대곡보다는 아름다움과 경쾌함이 공존하는 음악에서 최상의 실력을 보여준다. 바흐의 무반주 연주는 퀘라스의 기존 스타일보다 훨씬 더 진지하고 깊이 있는 명연주로 예외의 경우도 존재하지만, 소개하는 비발디의 첼로 협주곡 연주(Harmonia Mundi) 음반은 눈이 부실 정도의 아름다운 색감과 흥겨움이 공존하는 최상의 연주이다. 특히 본 음반은 오디오파일적으로도 최상으로 평가될 수 있는 환상적인 녹음까지 경험할 수 있으며 디테일과 다양한 채색감으로 펼쳐지는 퀘라스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음반이다. 

  슈베르트 <백조의 노래>마크 페드모어(테너)폴 루이스(피아노)Harmonia Mundi HMU 907520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와 '겨울 나그네'의 호평에 이은 마크 페드모어와 폴 루이스 조합의 슈베르트 '백조의 노래' 음반(Harmonia Mundi). 세밀한 표현력과 미성을 갖춘 페드모어와 스케일과 테크닉을 강조하는 연주가 아닌 학구적이며 섬세하며 미묘한 표현력에 능한 폴 루이스의 반주는 미묘한 감정 표현이 탁월한 슈베르트 가곡의 세계를 보여준다. 사랑스럽고 따뜻한 연주로 강추위를 잊게 만드는 푸근한 매력으로 요즘 들어 자주 감상하는 음반이다. 녹음 역시 뛰어나며 슈베르트의 젊음의 연가가 리스닝 룸에 울려 퍼지면 필자 역시 아련한 추억과 그리움에 빠지게 된다.     이상 2011년 베스트 음반을 소개했다. 서두에 밝혔듯이 2012년에는 독자 분들에게 좀더 충실한 음악 감상과 스터디 후 더욱 더 알찬 음악들을 소개하겠다는 각오와 함께 맺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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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2년 2월호 - 4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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