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스키 레이블에서 발매하는 영상물들은 타 레이블과는 조금 차별화된 성향이 있다. 우선 연주자와 청중과의 거리를 최대한 좁혀 주고, 다양한 각도의 카메라 앵글을 통해 연주에 대한 이해와 음악에 쉽게 심취하도록 도와준다. 아마도 이는 마린스키 극장의 총감독이자 지휘자인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주도하는 고전음악에 대한, 청중들에 대한 접근 방식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음반에는 특별한 흡입력과, 음악과 공연에 대한 예술적 설득력이 담겨 있는데, 이번에 소개할 두 장의 음반은 이런 면에서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접근되어 있다. 본격적으로 두 장의 DVD와 블루레이 디스크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 DVD는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한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 5, 6번으로, 지난 2010년 1월 파리 살 플레옐에서의 실황 공연을 담고 있다. 현재 게르기예프는 차이코프스키 곡 연주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지휘자 중 한 명이기도 한데, 그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차이코프스키 3대 교향곡을 모두 한 장의 DVD에 포함시켰다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끄는 레퍼토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5번과 6번의 연속적인 운명의 의미를 담고 있는 테마들은 작곡자 차이코프스키의 인생 드라마를 담아 놓은 곡으로 평가되는데, 게르기예프가 들려주는 이 음반에서의 차이코프스키 해석은 간결하고, 강한 임팩트로 들려주고 있다. 교향곡 6번 4악장의 빠른 전개는 개인적으로는 비장함에서 아쉬움이 많지만,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에서의 역동적이고 파괴력 있는 강력한 에너지는 가장 게르기예프의 개성을 잘 반영해 주었고, 5번은 이와는 상반된 절제되고 내면의 깊은 고뇌를 담아내듯 긴장을 늦추지 않는 연주다. DVD를 통한 연주 실황 중 가장 관심을 가져볼 만한 것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악기 배치인데, 고전적 러시아의 전통적인 오케스트라들이 우측에 첼로와 콘트라베이스를 배치하는 것과 달리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는 좌측 제1 바이올린 다음에 이들 악기 파트를 배치하고, 제2 바이올린을 우측에 배치하고 있다. 정말 다양한 각도로 카메라를 배치해 연주자 개개인의 섬세한 연주 모습까지 담아내고 있어 음악에 쉽게 몰입되는데, 보너스 트랙으로 차이코프스키 교향곡에 대한 게르기예프의 인터뷰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두 번째는 블루레이로, 러시아 출신으로 최고의 발레 안무가인 조지 발란신의 작품인 '보석들'이다. 총 3막으로 구성된 발레로, 보석의 이름인 에메랄드, 루비, 다이아몬드로 제목이 붙여져 있다. 1막 에메랄드는 가브리엘 포레의 'Pelleas et Melisande'와 'Shylock'을 사용하고, 2막 루비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카프리치오'를, 3막 다이아몬드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3번을 사용하고 있다. 해당 막의 주제에 맞는 보석을 치장한 발레리나들과 조지 발란신 특유의 화려하고 디테일을 강조한 안무가 돋보이는 무대를 보여 주고 있는데, 무용수들의 표정과 동작을 이렇게 디테일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담은 영상은 보기 드물 것 같다. 주목할 만한 발레리나는 울리야나 로파트키나, 이고르 젤렌스키, 이리나 골룹, 아드리안 파데예프, 자나 아유포바들인데, 이와 함께 지휘자인 투간 소키예프도 눈여겨볼 만하다. 무엇보다 블루레이 디스크의 뛰어난 화질은 이런 장식과 표현들을 잘 표현해줘 더욱 발레에 빠져들게 만들어 주었다. 이밖에도 세계 최고의 발레단인 마린스키 발레단의 연기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연주 이 외에도 공연장인 성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의 화려하고 웅장한 분위기 역시 볼거리로 제공하고 있다. _글 장현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