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oll PR400 Sig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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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oll PR400 Signature
  • 김남
  • 승인 2021.07.07 17:51
  • 2021년 07월호 (588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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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출중한 아톨의 플래그십 프리앰프

프랑스는 서구 선진국으로서는 좀 이상하다고 할 정도로 오디오에 대한 열의가 부족한 것 같다. 물론 스피커의 포칼, 진공관 앰프의 자디스가 오랜 지명도가 있지만, 그 이상의 저명(?)한 후속 브랜드를 꼽을 수가 없는 것이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가 오디오의 본산으로 자리 잡았고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등의 제품이 대단한 위세를 떨치고 있고 그리스나 체코, 폴란드 등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런 점에 비해 기이할 정도로 가라앉아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프랑스는 문화 대국을 자랑하면서도 문학, 음악, 영화, 과학 등 모든 부문에서 파워가 하락하고 있어서 좀 기이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 나라의 문학과 영화, 샹송 등의 문화적 향취를 즐기면서 살아 온 세대이기에 아쉬운 소회인데, 시청기는 그런 프랑스에서 오디오를 만드는 주목할 만한 메이커의 제품이다.

대머리 일보 직전인 스테판 뒤브뢰유와 엠마뉴엘 뒤브뢰유 형제가 프랑스에서 1997년에 설립한 이 제작사는 귀는 높고 오디오 가격은 낮아야 하는 대다수 오디오파일들을 위해 가격 거품을 없애 보자는 평범한(누구나 그렇게 말하고 있기 때문에) 동기로 출발, 여러 기종의 인티앰프와 CD 플레이어, 멀티채널 앰프들을 선보였는데, 모두 중·저가의 제품들이다. 그렇게 그런 정도의 제품이 주류인 저가 업체로 인식되나 싶더니 점차 초기 모델들의 뒤를 이어 품질을 한 단계 높인 제품들이 선을 보이기 시작, 그 제품들이 오디오 전문지에서 우수 제품으로 랭크되기도 하면서 소리 없이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이 제작사가 녹록지 않다는 증거는 프랑스 최초로 DTS와 돌비 인증을 받기도 했다는 점.

시청기인 PR400 시그니처 프리앰프는 동사의 400 시리즈 제품으로, 요즈음 가격대로 한다면 역시 중·저가로 분류할 수 있겠지만 사실 동사의 플래그십이다. 요즘 오디오 가격이 천정부지인데, 일반적인 하이엔드 제품의 3분의 1 정도 가격 수준으로 플래그십을 표방하는 제품을 내놨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이런 가격대의 플래그십이라니…, 그런 심정으로 제품을 울려 봤을 때 별 기대치가 없었는데, 갑자기 충격을 받았다. 소리가 이어질수록 놀랐다. 정숙하고 침착·미려하며 뛰어난 해상력을 가지고 있고, 매끄럽고 밀도감도 충분하다. 펀치력도 당당하다. 그리고 아무리 잘 만들었어도 반도체 앰프가 갖지 못한 진공관 앰프의 영역이 있는데, 오랫동안 진공관 앰프에 길들여진 감각으로도 이 제품의 장점은 너무나 많다. 이 기종 시청 직후 집에서 이보다 3배 가격대의 클래스A 진공관 앰프를 들었는데 오히려 소리가 떨어지고 마치 그동안 잘 들어 왔던 제품의 취약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서 당황했을 정도.

PR400 시그니처는 PR400을 업그레이드한 신제품으로, 디지털 입력부가 크게 변경되었다. USB B(24비트/96kHz) 하나뿐이던 것에서 USB B(PCM 32비트/384kHz, DSD 128)와 2개의 코액셜(24비트/192kHz), 2개의 옵티컬(24비트/192kHz)로 디지털 입력이 늘어났고, 블루투스까지 사용할 수 있다. 내장된 DAC는 아사히 카세이의 AK4490이며, USB 인터페이스에는 XMOS를 사용했다.

현재 아톨의 제품들은 공통적으로 엄청난 전원부가 기본이며, 부품과 제작 모두가 프랑스 국내에서 이뤄진다. 이 프리앰프는 듀얼 모노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처럼 트랜스포머, 포텐셔미터, 레귤레이터, 입·출력 릴레이까지 채널별로 분리하고 있는 기종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또한 완벽하게 동기화된 2개의 전동식 알프스 포텐셔미터를 볼륨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 볼륨은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의해 개별적으로 제어된다.

본 기의 오디오 스테이지는 대칭적으로 만들어졌는데, 디스크리트 구성의 회로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피드백을 매우 낮게 책정하고, 신호 경로의 최소화, 거기에 내부 보호 설계까지 신중히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링크 커패시터로 튜닝된 최상위 MKP를 사용하며, 접지에 연결된 금속 상자로 차폐하고 있는 것은 이 기종이 얼마나 꼼꼼하게 만들어졌는지의 상징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제어부 전원과 오디오 전원부가 분리되어 있고, 전원부의 총 커패시터 용량은 112,000㎌로 프리앰프에 대형 파워 앰프 전원부를 투입한 듯한 특이한 설계로 되어 있다. 뛰어난 콘트라스트와 낮은 전자기 복사의 새로운 OLED 디스플레이도 적용했는데, 매우 고급스럽다. 아날로그 입력은 RCA 4조, XLR 2조, 출력은 RCA 2조, XLR 2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테이프 입·출력, 바이패스, 헤드폰 앰프 기능도 갖추고 있다.

동사의 파워 앰프 AM400과 묶어서 소리를 울려 봤는데, 어쿠스틱 에너지 AE100, 카스타 모델 B 프리마 등의 여러 스피커들에서 괄목할 만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었다. 말할 수 없이 소곤거리는 듯한 해상력과 깨끗하고 우아함, 끈기와 당당함, 정밀함에서 감동했다. 엄격하고 정확한 음장감과 음역이 명확하게 분리되며, 매우 상세하고도 음악성이 뛰어나다. 왜 플래그십을 표방하고 있는지 해답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기종이다.


가격 702만원  
디지털 입력 Optical×2, Coaxial×2, USB B×1  
아날로그 입력 RCA×4, XLR×2  
아날로그 출력 XLR×2, RCA×2
테이프 입출력 지원  
바이패스 지원  
주파수 대역 0.5Hz-780kHz  
S/N비 100dB  
입력 임피던스 357㏀
디스토션 0.004%  
토털 커패시터 112000㎌  
블루투스 지원  
헤드폰 출력 지원  
크기(WHD) 44×13×37cm  
무게 11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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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1년 07월호 - 5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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