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L Hi-Fi DSD-SR M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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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L Hi-Fi DSD-SR MK2
  • 차호영
  • 승인 2021.07.07 17:06
  • 2021년 07월호 (588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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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M과 DSD의 장점만을 재생하다

오디오라는 장르는 전자 산업과 더불어 당대 최고의 천재들에 의해 발전을 거듭해 왔다. 1877년 청각 장애가 있는 상태에서 세계 최초로 틴포일 포노그래프 축음기를 만든 에디슨이 시작한 오디오 생태계의 발전에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무장한 천재들의 공이 크다고 하겠다. 이제는 많은 업체가 글로벌 자동 생산 시스템 속에서 일반 전자 제품처럼 대량으로 오디오를 찍어내고 있지만, 아직도 부품 하나하나를 선별하며 수작업 납땜으로 소량 생산하는 부티크 업체들의 비중은 무겁기만 하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불가리아의 APL(Alex Peychev Laboratories) 역시 장인 정신으로 제품을 만드는 업체이다.

오너 겸 엔지니어 알렉스 페이체프는 고교 시절부터 오디오를 디자인한 마니아로서, 학업을 마친 후 미국으로 건너가 1998년부터 소니(Sony Broadcast and Professional Group)의 수석 엔지니어로 8년간 재직하며 대형 전광판인 점보트론부터 방송용 기기까지 소니의 모든 전문가용 제품 제작에 참여했고, 소니의 마지막 플래그십 오디오인 TA-E1 프리앰프, TA-N1 파워 앰프, SCD-1 SACD 플레이어, SS-M9ED 스피커의 제작에도 참여한 베테랑 엔지니어이다.

알렉스는 2003년 APL Hi-Fi를 창업하며 시제품으로 필립스의 SACD 1000 플레이어를 재설계했는데, 진공관 출력단과 전원부, 그리고 DAC를 모두 업그레이드했고, 우수한 성능을 인정받아 라스베이거스의 CES에서 전시할 수 있었다. 에소테릭의 UX-1을 재설계한 NWO(뉴 월드 오더) 시리즈는 CD 트랜스포트를 제외하고 기판까지 전부 변경했는데, 32비트/211kHz 업샘플링 알고리듬을 기반으로 채널당 20개의 AKM AK4397 DAC를 사용했다. 무모하게 보일 만큼 물량 투입에 아낌이 없었다. APL의 모든 제품은 이런 성능 극대화의 DNA를 물려받았다.

DSD-SR MK2 D/A 컨버터는 플래그십 DSD-MR MK2의 바로 아래 모델로 435×80×280mm(WHD)의 크기에 무게는 12kg이다. 케이스는 견고한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고 전면 디스플레이 패널은 입력 소스, 입력 샘플 주파수, 변환 DSD 샘플 주파수, 적용되는 디지털 필터, DSD 인코딩 포맷, 볼륨 등 6가지 정보를 한 번에 표시한다. 아날로그 출력은 밸런스 XLR과 언밸런스 RCA를 모두 지원하며, 디지털 입력으로 코액셜, AES/EBU, 옵티컬, USB B를 지원한다. 디지털 입력으로 들어오는 데이터는 로컬 마스터 클록을 잠그는 PLL 회로를 사용했고, 내부 클록은 지터가 매우 낮은 Femto 마스터 클록을 사용했다. RJ45 커넥터를 사용한 DTR 단자를 지원하는데, 이것은 APL의 자체 디지털 단자로 PCM 및 DSD 데이터를 전송하며 마스터 클록 라인을 배제해 지터 수치를 낮췄다. DTR 단자는 APL의 CD/SACD 트랜스포트 DTR-MR과 네트워크 플레이어 DNP-SR 연결에 사용한다.

DSD-SR MK2 DAC의 USB 입력은 PCM 32비트/384kHz 및 DSD 256을 지원하며, 입력되는 모든 PCM 데이터는 D/A 변환 전에 DSD로 변환되는데, 사용자가 변환되는 포맷을 DSD128 및 DSD256 중 선택할 수 있다. 3가지 유형의 디지털 필터 모드도 선택할 수 있는데, Normal(Sharp Roll-Off)과 Slow(Slow Roll-Off), 그리고 Zero(Non-Oversampling)이다. Normal과 Slow는 많은 필터 중 실험을 거쳐 가장 자연스럽고 선형적인 응답 특성을 보이는 필터를 선별한 것으로, 8× 오버 샘플링보다 자연스러운 4× 오버 샘플링을 사용했다.

아날로그 출력은 신호 경로에 OP 앰프나 기계식 릴레이, 스위치 등이 없으며, 클래스A로 작동한다. 출력 트랜스포머는 안정화되는 시간이 C코어보다 5-10배 정도 빨라 오디오적 특성이 월등히 좋아진 스웨덴 룬달(Lundahl)의 비결정질 철 코어(Amorphous Iron Core) 출력 트랜스포머를 커플링으로 사용했다.

청음은 반 오디오의 실피드 렌더러, SPL의 디렉터 2 프리앰프, SPL의 퍼포머 m1000 모노블록 파워 앰프, 스펜더 클래식 200을 사용했다. DSD-SR MK2 D/A 컨버터는 PCM to DSD 변환 과정을 거치기에 재생 음에서 소리의 밀도와 정보량이 많아 결이 부드럽고 아날로그에 가까운 DSD의 소리를 들려주었다. 또한 음의 에지가 있고 다이내믹의 변화에서 좀더 역동적인 PCM 소리의 장점을 동시에 들려주었다. 조르디 사발이 지휘하는 헨델의 수상 음악에서는 소리의 밀도가 가득 차 있었지만, 공간의 여백과 악기 울림의 여운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모든 대역에서 뭉침이 전혀 없는 흡족한 밸런스를 느낄 수 있었다. 조지 벤슨의 ‘All I Know’에서는 적막한 배경 속에서 각 악기의 입체감을 깊이 있게 표현했는데, 무게감 있는 베이스의 표현도 출중했고, 브라스 섹션은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을 적절히 배합해 표현해 냈다. 각 악기의 울림에 힘이 있어 매우 작은 소리의 음색도 어택이 분명했고, 부드러운 소리에서도 생동감이 있었다. 찰리 푸스의 ‘Girlfriend’에서는 베이스에서 긴장감 넘치는 탄력이 있었고, 모든 악기 소리가 따로따로 선명하게 들리지만 하나의 사운드를 듣는 것처럼 조화로운 느낌이 들었다. 블록 계열 타악기 역시 공이 튀는 듯 어택이 살아 있었다.

APL Hi-Fi의 DSD-SR MK2 D/A 컨버터는 부정적 자극이나 시끄러운 느낌이 전혀 없이 다듬어져서 완성된 소리만을 재생했는데, 그 재생 음을 통해 제작자의 장인 정신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가격 1,900만원  
디지털 입력 AES/EBU×1, Optical×1, Coaxial×2, USB B×1, DTR×2  
USB 지원 PCM 32비트/384kHz, DSD 128/256
아날로그 출력 RCA×1, XLR×1  
크기(WHD) 43.5×8×28cm  
무게 1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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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1년 07월호 - 5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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