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oustic Energy AE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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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oustic Energy AE100
  • 김남
  • 승인 2021.07.07 16:21
  • 2021년 07월호 (588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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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에 열광할 수밖에 없었던 그 매력이 다시 꽃피다

영국의 어쿠스틱 에너지는 자타가 공인하는 스피커의 명문이다. 분명하다. 이미 소형기인 AE-1, AE-2로 지난 세기말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스피커 제작사이다. 그 제품들의 인상이 너무 강했던 탓으로 괜찮은 후속기가 나왔는데도 초기작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그런 혹평을 받았다. 억울한 일이다.

1987년 그 명기의 상징이었던 미니 사이즈 북셀프 스피커 AE-1이 등장했다. 가격은 700 파운드. 선풍 같은 여세를 몰아 그보다 크기가 큰 가로 23cm, 높이 38cm, 무게가 17kg이나 나가는 무거운 AE-2가 1988년에 나왔는데 역시 태풍급이었다. 9cm 크기의 미드·우퍼 2개와 25mm 크기의 트위터로 이뤄졌으며, 스탠드 역시 2중으로 완강하게 만들어졌으며 특이한 모양새였다. ‘어떻게 이 사이즈의 스피커를 그렇게 잘 만들 수 있단 말인가.’ 당시 한 잡지의 리뷰를 보니 그런 표현이 있었다. 그 제품을 갖고 싶어 안달 난 사람이 많았다.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30여 년이 지났다. 유명한 제품은 이렇게 세월의 아픈 기억마저 생생히 남겨준다. 대체 이런 소형기에서 어떻게 그런 거대한 소리가 나온단 말인가.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이제 대형기는 필요 없다는 평가가 대세였다. 당시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해외의 평가는 단편적으로 전문지를 통해 알려졌다. 아마 당시에 별이 5개인 평가를 받았으며 올해의 베스트 제품 중 상위에서 오만하게 내려올 줄을 몰랐다.

소형기, 단 2기종으로 깊은 인상을 주었던 그 메이커는 지금 100 시리즈, 300 시리즈, 500 시리즈를 비롯해 액티브 스피커와 Aego라는 콤팩트 시리즈까지 다채로운 제품을 개발해 출시하고 있다. 그리고 영국제답게 당연히 초고가의 제품은 없다. 좀 비싸야 구매자가 안심한다는 것과는 좀 다른 세계인 셈이다. 이런 시각이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이해가 된다. 더 좋은 제품이 나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미 널려 있는데도 듣는 사람들의 머릿속이 더 나아가 버린 것이다. 끝없이 이어지고 솟구쳐 가는 탐욕이 바로 그것이다. 충분한데도 보다 더, 보다 더, 하는 충동질 속에서 제작자나 듣는 사람이나 모두 정처 없이 헤매고 있는 탓이다. 새삼 옛 추억처럼 시청기에 대한 상념이 떠오른다. 역시 시청한 이 제품은 예전의 그 유명기에 비해 결코 손색이 없는 것이다.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기종은 새로 개발된 110mm 크기의 페이퍼 콘 미드·베이스 드라이버를 채용하고 있으며, 이 드라이버는 동사 전통의 콤팩트한 인클로저에서 만족스러운 볼륨과 저음을 낼 수 있도록 고출력, 긴 진폭의 자기 회로로 개발되었다. 이 설명은 분명히 납득이 간다. 이 제작사의 지난 명기들이 모두 그러한 개성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어찌 옛 생각만 하고 있느냐는 채근 같기도 하다. 또한 새로 개발된 25mm 소프트 돔 트위터는 최적의 통합과 음색의 조화를 위해 미드·베이스 드라이버와 함께 개발되었는데, 네오디뮴 마그넷을 사용한 고출력의 자기 회로를 통해 높은 볼륨에서도 안정적이고 왜곡 없는 재생을 할 수 있게 했고, WDT(Wide Dispersion Technology) 웨이브 가이드를 적용해 유닛 간의 교차 영역을 청각적으로 매끄럽게 했다. 그 외에 인클로저는 18mm MDF로 제작되었는데, 세심하게 조정된 브레이싱을 적용해 견고하게 했고, 덕트는 후면에 위치하며 난기류 문제에 유리한 슬롯 형태로 되어 있다.

이 기종을 이번 호 시청기인 아톨, 빈센트 오디오의 제품으로 매칭했는데 마치 30년 전이 다시 열리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피아노를 울리는 이 깊은 심연, 산간의 호수와도 같은 맑음, 끈기와 정밀함, 위풍당당한 음장감. 마치 숲 속 산길로 돌진해 오는 탱크를 만난 듯하다. 시원하고 명확하며 솔직한 소리, 숨겨진 그 장점을 납득할 수 있는 제품이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전통 가옥의 종손이 미소를 지으며 등장한 듯싶다. 왜 AE에 열광했는지 그 이유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는 강력한 혈통기이다.


가격 65만원(화이트)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1cm 페이퍼 콘,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45Hz-35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3.6kHz  
임피던스 4Ω  
출력음압레벨 87dB  
파워 핸들링 75W  
크기(WHD) 16×27×24cm  
무게 4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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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1년 07월호 - 5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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