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nic T-2000 30th Annivers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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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nic T-2000 30th Anniversary
  • 김편
  • 승인 2021.05.11 10:58
  • 2021년 05월호 (58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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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멋진 출발, 올닉 30주년의 빛나는 스타트

5년이 쏜살처럼 지나갔다. 대한민국 제작사 올닉(Allnic)의 인티앰프 T-2000 25th 애니버서리를 리뷰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주년 모델이 나왔다. 당시에도 그 소릿결과 구동력에 적잖이 놀랐지만, 이번 T-2000 30th 애니버서리는 그 이상이다. 필자의 시청실에서 들어보니 윌슨 베네시 디스커버리 2를 그냥 밀어버린다. 그야말로 음들이 술술 나온다. 펀치력은 더욱 세졌고, 소릿결은 보다 맑아졌다.

T-2000 30th 애니버서리는 기본적으로 출력관에 신형 빔관 KT170을 채널당 2개씩 써서 120W를 내는 클래스AB, 푸시풀 인티앰프다. 볼륨단은 올닉이 L-10000 OTL/OCL 등 상위 프리앰프에 투입해온 61단 정임피던스 어테뉴에이터를 투입했고, 전압 변동률이 극히 낮기로 유명한 전원 트랜스는 전작에 비해 용량을 50% 키웠다. 참고로 KT150을 쓴 25주년 모델은 출력 100W, 41단 어테뉴에이터 구성이었다.

외관부터 살폈다. 올닉 특유의 진공관 침니를 보니 반가운 마음부터 앞선다. 가운데부터 초단관 6J4 2발, 위상반전 및 드라이브관 D3A 4발, 출력관 KT170 4발 순으로 장착됐다. 출력관 안쪽에는 출력관 상태를 알 수 있는 커런트 미터가 채널당 1개씩 마련됐고, 그 위·아래에는 아주 작은 퍼텐쇼미터가 각 1개씩 달렸다. 침니와 커런트 미터, 퍼텐쇼미터가 완벽한 좌우 대칭을 이룬다.

전면에는 출력관의 결속을 트라이오드(3결)와 펜토드(5결) 모드로 바꿀 수 있는 버튼이 왼쪽에 있다. 트라이오드 모드 시에는 출력은 줄어들지만 출력관의 플레이트 저항이 줄어드는 만큼 고음 표현력이 더 좋아진다. 가운데에는 61단 정임피던스 어테뉴에이터 볼륨 노브가 있고, 오른쪽에는 입력 상태를 알려주는 작은 LED(라인 1-5)와 선택 노브가 마련됐다. 리모컨도 기본 제공된다.

후면을 보면 왼쪽에 좌우 스피커 케이블 커넥터, 스피커 8Ω/4Ω 선택 토글 스위치, 가운데에 전원 인렛, 오른쪽에 입력 단자가 마련됐다. 라인 1-3이 언밸런스(RCA), 라인 4-5가 밸런스(XLR) 입력이다. 전원 스위치는 오른쪽 측면에 마련됐다. 올닉의 또 다른 자랑인 니켈 퍼멀로이 출력 트랜스는 상판 전원 트랜스를 가운데에 두고 양옆에 장착됐다.
필자가 파악한 T-2000 30주년 모델의 시그니처는 6가지다. 첫째 올닉 최초로 신형 빔관 KT170을 푸시풀 구동, 둘째 올닉 최초로 3극관 6J4를 초단관에 사용, 셋째 올닉 인티앰프 최초로 61단 정임피던스 어테뉴에이터 채택, 넷째 오버 사이즈 전원 트랜스, 다섯째 니켈 퍼멀로이 출력 트랜스, 여섯째 20kHz 방형파 구현 등이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텅솔이 지난해 선보인 KT170으로 2013년에 나왔던 KT150과는 모양부터가 완전 다르고 크기도 커졌다. 무엇보다 플레이트 손실이 70W에서 85W로 늘어난 점이 특징. 올닉 박강수 대표에 따르면 진공관이 커지면 커패시턴스가 늘어나 고음이 안 예쁜데, KT170은 그런 약점을 극복한데다 작동이 무척 안정적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초단관에 투입된 3극관 6J4는 스펙상으로도, 청감상으로도 T-2000 30주년의 인상을 결정지은 주인공. 3극관으로는 이례적이라 할 만큼 전압 증폭률(뮤)이 52.5로 높은데, 이는 25주년 모델에 투입돼 3결 접속해서 썼던 5극관 6485(40)보다도 높은 수치다. 전류 증폭률(gm) 역시 11mA/V로, 초단관에 자주 투입되는 12AX7 같은 쌍3극관(1.6-5.5mA/V)에 비해 확연히 높다.

드라이브관 D3A는 말 그대로 출력관을 책임지는 키맨. 드라이브관이 제 역할을 못해서는 아무리 물성이 좋은 출력관이라도 제 실력을 낼 수가 없다. 전작에 이어 이번 30주년 모델에도 살아남은 진공관이 5극관 D3A인데 ‘워낙 고가라 고민이 많다’는 게 박강수 대표의 솔직한 속내다. 드라이브관답게 전류 증폭률이 41mA/V로 압도적으로 높고, 플레이트 저항 역시 3결 접속해 쓰는 만큼 120㏀에서 1.9㏀으로 대폭 낮아졌다.

61단 정임피던스 어테뉴에이터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말 그대로 볼륨을 어떤 스텝에 놓더라도 항상 일정한 임피던스(Constant Impedance)를 유지하는 어테뉴에이터다. 음량이 크든 작든, 소리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는 실제 음악감상 시 너무나 중요한 팩터다. 더욱이 인티앰프나 프리앰프에서 음악 신호를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바로 이 어테뉴에이터라는 점에서 음질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시청에는 마이텍의 맨해튼 2 DAC와 윌슨 베네시의 디스커버리 2를 동원, 룬(Roon)으로 코부즈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다. 스피커 케이블은 크리스털커넥트의 반 고흐.

첫 곡으로 리키 리 존스의 ‘I'll Be Seeing You’를 재생하는 순간 이 인티앰프의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첼로, 기타, 보컬, 이 모든 것이 그냥 현장에서 연주하고 노래한다. 이 곡이 원래 이랬나 싶을 만큼 풍부한 저음, 3극 출력관을 쓴 듯한 맑고 깨끗한 고음이 인상적. 출력관 결속을 트라이오드 모드로 바꾸면 보컬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작게 맺히지만 전체적인 재생음이 차분해지고 순도가 높아진다.

안드리스 넬슨스가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4악장을 펜토드 모드로 들어보면, 음 하나하나가 단단하고 튼실하며 곧고 굵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맑고 개운하다. 팀파니 스킨의 질감이 징그러울 만큼 생생하게 느껴지는 점도 특징. 닐스 로프그렌의 ‘Keith Don't Go’는 기타 연주의 그 기막힌 리얼리즘에 크게 감탄했다. 대전류로 스피커를 마음껏 드라이빙한다는 증거다.

빌리 아일리시의 ‘Bad Guy’는 시청실 앞벽에 드럼이 처박혀 연주를 하는 듯한 다이내믹스가 압권. 여기에 공간감이나 앰비언스, 마이크로 디테일 등 주로 프리단과 관련된 덕목들이 점점 빛을 발한다. 마치 새 감독과 수석코치로 정임피던스 어테뉴에이터와 6J4 3극관이 부임해 팀 분위기 자체를 일시에 바꾼 것 같다. 최전방은 오디오 센스가 차고 넘치는 KT170, 부동의 미드필더는 D3A.

아르네 돔네러스의 ‘Limehouse Blues’는 베이스와 드럼 같은 리듬 악기들이 평소보다 더 잘 들리고 알토 색소폰이 주도한 그 고혹적인 고음에 숨이 턱턱 막혔다. ‘20kHz 방형파가 아름답다’는 박강수 대표의 말이 바로 이것이구나, 무릎을 친 순간이었다. 결국 앰프는 리니어리티의 싸움이다. T-2000 30th 애니버서리, 과연 30주년 모델답다.


가격 1,400만원  
사용 진공관 KT170×4, D3A×4, 6J4×2  
실효 출력 120W(8Ω)  
주파수 응답 20Hz-20kHz  
아날로그 입력 RCA×3, XLR×2  
디스토션 0.17%  
S/N비 -80dB  
댐핑 팩터 8  
전압 게인 +40dB  
입력 임피던스 10㏀  
입력 감도 0.3V  
크기(WHD) 44×30×48cm  
무게 36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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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1년 05월호 - 5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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