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a Cassi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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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 Cassidy
  • 신우진
  • 승인 2020.12.09 11:00
  • 2020년 12월호 (58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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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 ★★★★★
연주 ★★★★★
The Best Of Eva Cassidy / G2-10206

오디오 마니아 층에게는 레퍼런스 음반이 있다. 나는 솔직히 이게 싫지만, 어디를 가나 틀어 주는 음반이 비슷하고, 리뷰하러 가면 시청실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십여 장의 음반은 거의 비슷비슷했다. 싫다고 말은 하지만, 한창 리뷰를 쓸 때 나도 작은 가방에 늘 같은 CD를 들고 다니면서 전에 들은 오디오와 비교하고 그 앰프나 스피커의 특징을 잡아낸다. 그런 음악 중에 각 장르별로 떠오르는 음반이 몇 장씩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몇 년 주기로 조금씩 유행이 바뀌기도 한다. 에바 캐시디는 이런 레퍼런스 음반에 한자리를 차지한다. 2000년대 초·중반 정도, 오디오 마니아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던 에바 캐시디의 수입 음반은 높은 가격에 유통되고, 그나마 구하기 쉽지 않았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에바 캐시디의 음반이 이번에 굿인터내셔널을 통해 CD와 LP로 전 앨범이 재발매되었다.

Live At Blues Alley / G2-10146

미국 워싱턴 근교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에바 캐시디는 낮에는 보육원 정원사로 일하고 밤에는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는 시골의 평범한 가수였다. 1996년 33살에 요절한 에바 캐시디는 생전에 척 브라운과 듀엣 음반 <The Other Side>(92년)를, 라이브 솔로 앨범 <Live At Blues Alley>(96년)를 냈는데, 수많은 데모 테이프를 가지고 음반사를 전전했으나 환영 받지 못했다. 그러던 중 96년 7월 음반 발매 기념 공연 중 악성 흑색종 진단을 받고, 본격적인 치료를 앞두고 두 달여 뒤 워싱턴 베이유 클럽 공연에서 자선 공연을 가지고, 애창곡 ‘What A Wonderful World’ 와 ‘Over The Rainbow’를 불렀다. 그녀의 마지막 무대였다. 그 후 6주 후에 앞으로 자신의 노래가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사랑 받게 될지 전혀 모르는 채로 사망하게 된다.

SongbirdG2-10145
Songbird / G2-10145

사망 1년 뒤인 1997년에 발표된 미발표 스튜디오 레코딩 <Eva by Heart>와 1998년의 앨범 <Songbird>를 통해서 그녀의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게 된다. 이전까지 발표된 3장의 앨범에서 선곡한 베스트 앨범 형식의 <Songbird>는 2000년 봄 영국에서 발매되었는데, 그때 BBC 라디오에서 <Songbird>가 우연찮게 전파를 타면서 BBC 청취자가 뽑은 20세기의 노래로 선정된 것이다. 그녀의 노래에 대한 인기는 거의 폭발적이었고, 이러한 흐름은 영국에서부터 시작되어 드디어 미국에 다시 상륙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되지 않아 많은 인기를 얻게 된다. 그러면서 에바 캐시디의 <Songbird>는 앞서 말한 국내 오디오 마니아의 여성 보컬의 서정적인 깊이감을 표현하는 지표로 쓰이게 된다.

Time After Time / G2-10173

짧은 인생을, 특히 인기도 없이 살다가 사후에 빛을 발했다는 점이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더 많은 노래를 들려주지 못한 점이 아쉬움을 남기지만, 음반사를 전전했으나 환영 받지 못했던 ‘수많은 데모 테이프’들이 있었다. 그래서 사후에 공개된 스튜디오 레코딩을 담은 CD의 수준이 예상외로 높다. 돌아가신 분을 말하면서 대단히 무례한 발언이지만, 그나마 남겨진 유작이 많은 것이 다행이라 해도 될까?

Simply Eva / G2-10199

대부분 스탠더드 곡들을 불렀고, 장르도 재즈나 포크풍 이외에도 블루스, R&B, 가스펠, 컨트리, 로큰롤 등 무명의 에바 캐시디가 다양한 시도를 했던 궤적을 여러 음반을 들으면서 느낄 수 있었다. 베스트 앨범이나 라이브 공연 이외에도 사후 편집된 음반 중에 중복되는 것도 많지만, 만약 내게 몇 장만 골라 달라한다면 어느 것을 제외해야 될지 정하지 못할 듯하다. 다소 녹음 상태나 세션의 아쉬움이 있는 곡이 있기는 하지만, 생생하고 생동감 넘치는 에바 캐시디의 매력적인 목소리를 들어 보면 그 곡도 나쁘지 않다.

American Tune / G2-10179

물론 한 장을 고르라면 당연 <Songbird>로, 재즈 세션에 맞춰진 부드러운 음색과 뛰어난 리마스터링으로 인해 그 한 장으로 그냥 베스트 앨범이다. 하지만 <American Tune>이나 <Somewhere>에서처럼 구성진 컨트리 송을 부르기도 하고, 때로는 마치 블루스 가수처럼 진한 목소리로, 때로는 마치 록 보컬처럼 강렬하고 젊은 목소리로 부르는 곡 역시 무시할 수 없다.

Somewhere / G2-10190

이 글을 쓰는 지금 딱 어울리는 독특한 해석의 ‘Autumn Leaves’, 미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에바 캐시디를 우리에게 알려준 스팅의 곡 ‘Fields Of Gold’나 신디 로퍼의 ‘True Colors’, ‘Time After Time’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명곡보다 더 멋지게 커버해 낸 에바 캐시디. 오랜만에 들어 본 에바 캐시디의 매력적인 노래는 답답하고 스산한 요즘을 따뜻하게 데워 준다.

Imagine / G2-10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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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0년 12월호 - 5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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