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rbe Audio Eclipse 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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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be Audio Eclipse GT
  • 코난
  • 승인 2019.11.08 15:13
  • 2019년 11월호 (5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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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베의 위대한 도전에 감탄하다

쿠르베가 돌아왔다

국내 하이파이 오디오 분야에서 쿠르베의 출연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해외 하이엔드 오디오가 점령한 가운데 순수 토종 브랜드 쿠르베는 오감만족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스피커였다. 굳이 드라마 <밀회>에서 김희애가 조심스레 쿠르베를 통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을 틀어주던 장면을 연상하지 않더라도 디자인 자체로 오디오에 새로운 감흥을 불어넣었다. 갤러리에 전시해도 좋을 우아한 디자인의 쿠르베 트리니티는 음악을 재생하는 스피커 이전에 ‘Curved’ 디자인의 조형미를 앞세운 예술작품이었다.

하지만 자고로 오디오는 음질이 좋아야하는 것이 무릇 오디오의 숙명이자 과제다. 이미 트리니티 같은 모델, 그리고 기존 이클립스로 단지 디자인뿐만 아니라 음질적으로도 상당 수준에 이르렀음을 증명한 바 있다. 기존에 이클립스를 리뷰해본 입장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으나 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쿠르베. 어느 날 오랜만에 신제품을 출시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의 기억에서 다시 쿠르베를 소환시켰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과 함께.

다시 마주한 쿠르베의 모습은 마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듯 기존과 매우 다른 포름으로 완성되어 있었다. 새로운 라인업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기존의 디자인 콘셉트, 유닛의 종류와 배치 등 모든 것이 나의 예상을 완벽히 벗어나 있었다. 제작자의 말로는 기존의 디자인 콘셉트에서 벗어나 전통적인 스피커 디자인을 의도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탄노이나 JBL 등 과거의 유산을 변주한 것은 아니다. 쿠르베는 그들만의 새로운 음향적 이데아를 위해 모험을 걸었고 방아쇠를 당겼으며 그 결과는 무척 신선해보였다.

쿠르베 혁신의 서막

새로운 모델 이클립스 GT는 쿠르베 혁신의 서막이다. 우선 커다란 인클로저 안에 단단히 박혀 있는 트위터에 눈이 먼저 갔다. 기존에 사용했던 트위터를 버리고 과감히 AMT, 즉 ‘Air Motion Transformer’ 트위터를 선택했다. 그리폰, 오디오벡터, 버메스터 등 주로 유러피언 하이엔드 메이커들이 주로 사용하는 트위터다. 곤충의 날갯짓에서 영감을 얻은 오스카 하일 박사가 고안해낸 트위터로서 이클립스 GT에선 최고급 AMT로 평가받고 있는 문도르프 AMT 트위터를 사용했다.

미드레인지와 우퍼 또한 새로운 유닛을 채용했다. 다름 아닌 덴마크 소재의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유닛 제조사 스캔스픽의 도움을 받았다. 일단 중역을 담당하는 미드레인지 유닛은 7인치 구경으로 기존에 트리니티에 사용했던 시어스에서 스캔스픽으로의 변화는 트위터만큼 커다란 음색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퍼의 경우 무려 13인치. 최근 12인치 유닛을 사용한 이탈리아의 EMME 스피커를 떠올리게 하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13인치 대형 우퍼를 사용하고 있다. 작은 사이즈에 다발 우퍼 방식을 추구하는 최근 하이엔드 스피커의 트렌드와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크로스오버 네트워크에 대한 쿠르베의 병적일 만큼 치열한 튜닝 과정으로 전체 대역 균형감에 만전을 기한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는 크로스오버 PCB 네트워크를 사용하지 않고 모두 하드와이어링 방식으로 제작해 신호 전송의 순도를 높였고, 내구성도 높였다. 네트워크 설계는 수많은 시뮬레이션과 청음, 측정을 반복하면서 임피던스와 SPL 특성 평탄화를 위해 고차 필터를 적용했다고 한다. 부품 또한 문도르프 등 고품질 소자를 선별해 아낌없이 투입한 모습이다. 또한 기존 F-800, T-500에서부터 시도했던 자작나무 적층과 월넛의 복합 구조를 통해 완성한 인클로저는 원통형 곡선 이미지를 살리면서도 음질과 디자인 양쪽에서 독창적 정체성을 획득하고 있다.

퍼포먼스

우선 잉거 마리의 ‘Feels Like Home’(CD)을 들어보면 90dB 능률이 말해주듯 높은 음압에서 무척 자연스럽고 풍부한 스테이징을 만들어낸다. 기본적으로 대형기에서 마주칠 수 있는 넉넉한 음상의 크기와 약간 낮게 깔리는 안정적인 음정 등 기본기가 좋은 소리다. 탄노이 등 고전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최근 드보어 피델리티 같은 회고적 설계의 스피커를 연상하게 만드는 묵직한 힘과 골격이 돋보인다.

이클립스 GT는 기존 쿠르베도 마찬가지만 첨예한 해상력과 예리한 입체감으로 단 몇 시간만 즐겁고 이후엔 피로감이 몰려오는 스피커와 정반대 편에 서 있다. 고해상도 AMT 트위터와 스캔스픽의 레퍼런스급 유닛을 통해 아이러니하게도 무척 감성적이며 귀가 아닌 감정을 움직이게 만드는 데 매력이 있다. 예를 들어 채널 클래식스에서 녹음한 레이첼 포저의 바흐 바이올린 협주곡(CD)을 들어보면 진지하고 진하게 밀고 들어오며 가슴을 여미는 질감 표현이 두드러진다. 소리는 스피커 주변에 바짝 밀착되어 들려 공간에 대한 큰 제약 없이 공간 한 켠을 묵묵히 지켜줄 듯 든든하다.

소리의 물리적 크기는 크고 또한 그 움직임이 역동적인 편으로 팝, 록, 하드밥 등에서 이클립스 GT의 능력은 오롯이 피어오른다. 예를 들어 마커스 밀러의 ‘Trip Trap’(CD) 같은 재즈 레코딩에서 일렉트릭 베이스는 힘차고 추진력 넘치게 치고 나가며 굵고 역동적인 음결을 만들어낸다. 놀라울 정도로 중량감 넘치는 어택 뒤로 두툼한 중역과 저역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은 이 스피커 재생음의 목적이 올라운드 스피커임을 확인해준다. 아마도 이번 테스트 과정에서 가장 매력적인 재생음을 내준 음악이 아닐까 한다.

본격 3웨이, 3스피커 타입으로 저음 반사형 설계로 태어난 이클립스 GT는 저역 제어가 힘들지 않으면서 동시에 23Hz 초 저역까지 자연스럽게 재생 가능하다. 따라서 적어도 재생 주파수 대역의 한계로 인한 불만은 없을 것이다. 이반 피셔 지휘,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연주로 말러 교향고 1번(CD)을 들어보면 이런 대형 우퍼를 채용한 스피커의 매력이 십분 드러난다. 분석적인 중·저역이 아니라 매우 커다란 타격감에서 밀려오는 묵직한 쾌감이 일품이다. 하지만 트리티니 등 기존 쿠르베에 비해선 확실히 엄숙하고 단단한 특성의 저역 특성을 보여준다. 총주 시 발밑까지 파고드는 저역 울림은 때로 섬뜩하기까지 하다.

총평

쿠르베의 최고 덕목은 누가 뭐래도 자작나무 적층 인클로저의 적극적 도입으로 인한 심미적 만족감과 유려한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여기에 더해 전 세계 내로라하는 최고급 유닛을 도입해 타협 없이 밀어붙인 결과물이 이클립스 GT다. 게다가 빈센트 SV-237MK 인티앰프와 야마하 CD-S2100 등 그리 비싸지 않은 컴포넌트로도 제동이 수월해 주변 컴포넌트에 대한 부담이 적은 점도 매력적이다. 이클립스 GT는 쿠르베만의 방식을 고수하며 정공법으로 밀어붙인 진정한 플래그십의 출현으로 쿠르베의 위대한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구성 3웨이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33cm(스캔스픽 레벨레이터 32W/4878T01), 미드레인지 17.7cm(스캔스픽 레벨레이터 18W/8531G00), 트위터 AMT(문도르프 AMT23CM1.1-C)   재생주파수대역 23Hz-33kHz   임피던스 4Ω   출력음압레벨 90dB/2.83V/m   파워 핸들링 200W   크기(WHD) 45×113×4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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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9년 11월호 - 5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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